말타니 견마 잡히고 싶은 건가?
연가로 하선하여 어느새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기다리는 휴일을, 모두 한데 모두어서 한 몫에 연가로 받아 즐기는 뱃사람의 입장이다 보니 휴가가 시작되었을 때는 뿌듯한 포만감을 느꼈지만, 이제 다시 바다로 나갈 때가 가까워지면서 서운한 맘이 스멀스멀 솟아나고 초조감마저 떠 오른다.
오늘도 그런 날로 하루가 시작되었고, 별 기대하는 일 없이 오후에 들어서던 중에 전화를 받게 되었다.
택배회사 직원이라며 전화선 저쪽에서 나의 이름을 대더니 택배로 건네야 할 물건이 있으니 집의 위치와 받아 줄 수 있는 가능한 시간을 물어 온다. 상대를 확인하고 지금 즉시 와도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전화를 끊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난 후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에게 전달되는 물건을 가지고 온 택배회사 직원이다.
물건을 받아 들면서, 보낸 사람을 찾으니 우리 회사이다. 아하~ 엊그제가 회사 창립 기념일이라고 선물을 보낸 것이구나!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에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본다.
포장을 제거하는 동안 느꼈던 작은 기대감이 막상 정성스레 싸 놓은 포장을 한 겹 씩 풀어내 다 헤쳐 놓고 확인하면서는 허탈감이랄까? 작은 실망감에 씁쓸하니 입맛을 다셨다.
아무런 사용 설명서가 들어있지 않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야외 불고기 구이 화덕으로 보이는 물건이다. 눈치로 보아 그런 물건인가 보다 짐작한 것이지 어찌 사용하는 것인지 즉시 그 사용법을 깨달을 수 있게 눈에 또 손길에 들어오는 물건이 아니었다.
솔직히 이 물건을 받은 후 어찌 쓰는 물건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들이 한 둘은 넘어설 것이란 추측이 들어서면서, 어딘가 성에 안 차는 선물로 여겨지게 되니 씁쓸한 실망의 미소마저 지은 것이다.
그래도 꺼내어 조립해 놓고 본다. 방안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지지대가 짧아 불 판과 바닥과의 거리가 좁아 보여 잘못하면 방바닥을 태울 수도 있겠다 싶은 짐작이 든다.
또한, 야외에서 사용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너무 바닥이 낮아 불편하리라는 짐작은 선물 받은 기쁨을 반감시키며 한참을 머뭇거리게 하였다.
기왕에 회사가 자신들의 사원들에게 선물로 주는 물건이라면, 자세한 사용법을 써 놓은 안내서도 빠뜨리지 않아야 했을 거고, 한술 더 떠서 시식을 겸해 사용을 유도할 수 있게 만원이나 이만 원짜리 정도의 축협 발행의 육류 구매 상품권이라도 함께 넣어 보내주는 아이디어까지 실행을 했다면 하는 -말 타니 견마 잡히고 싶다- 는 원망(願望)마저 가져보게 만들었다.
그럴 경우 나를 포함한 모든 우리 회사의 가족들이 거의 동시에 화덕이라 알아보며 배달된 그 불고기 화덕을 시험하여, 비슷한 시간대에 고기를 구울 수도 있을 것이며, 자연 알뜰한 회사의 처사를 고맙게 치부하며 그토록 배려해 준 회사에 감사하는 이야기의 꽃도 피울 수 있고, 그것이 애사심을 좀 더 다지는 효과도 주지 않을까?
그렇게 비약하여 생각하는 내 아이디어가 혹시 1, 2 만원쯤을 더 받고 싶은 얄팍한 욕심 때문만은 결코 아닌 것이 선물을 받아 들던 순간, 회사가 선물을 준다는 사실만을 강조한 듯한 서로의 살뜰한 정성이나 정감을 그 안에서 찾을 수 없어-유대감이 배제된 듯한 실패한 선물이라는- 겉치레의 인사만을 느꼈었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의 홍보를 위해 좀 더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돈을 쓰는 방법이 여러 가지 일 수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이라 여겨, 기회가 닿으면 회사에 이런 내 소견을 귀띔 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해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