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지도 모를 남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보게 될 때마다.
아내와 함께 시내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퇴근 무렵의 복잡한 시간대였던 어느 날 저녁 무렵이었다.
그래도 좌석 버스를 이용하면 귀갓길이 조금은 편 할 것이라 기대하며 좌석버스 정거장으로 다가섰다.
드디어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하는데, 기다린 보람도 없이 차내의 좌석은 이미 다 차있어 처음부터 서서 가야 할 입장이다.
혹시나 어디 빈자리가 있어 피곤해 보이는 아내라도 앉혀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았다.
마침 한 자리 뒤쪽의 창 쪽으로 빈자리가 난 듯해 보여 찾아가 확인하려니, 옆자리에서 잠들은 척 눈을 감고 있는 젊은 어머니의 한두살 정도 된 어린애가 그 좌석을 차지한 채, 나란히 앉아 있는 건데 키가 작은 아이라서 빈자리로 보였던 것이다.
그 녀와 그 아이를 노약자로 대우하는 양보의 마음으로 봐주어도 좋으련만, 피곤한 몸을 위해 빈자리를 찾아보려던 내 마음은 젊은 사람이 너무 이기적인 행동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구나! 하는 괘씸하다는 반응의 생각부터 앞세우며 보게 되는 거다.
승차 요금도 물지 않은 어린애인 듯한데, 그 어머니는 그런 애에게 한 자리 턱 하니 차지하게 앉혀 놓고 있다. 말 만 좌석 버스가 되어 버린 만원 버스 안이다. 조금은 불편할지라도 애 엄마가 자신의 무르팍에 아이를 앉힌다면 남은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도 있는 일인데, 눈 감아 잠들은 척 흉물을 떨고 있다고 보고 있으려니 내 마음이 점점 힘들어지려한다.
예전에도 이 비슷한 상황에서 나와 같은 입장의 사람과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언쟁을 벌였던 광경을 보았는데, 지금의 모습이 그때와 흡사하다고 느껴지니, 그 눈을 감고 앉아있는 여성이 또다시 괘씸해 보일 뿐이다.
나 혼자의 지레짐작으로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싸잡아 비난한 꼴이 될 수도 있는 이 글이지만 그래도 그 장면에서 내가 느꼈던 솔직한 생각을 토로해두는 것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마음되어, 별 다른 죄책감 없이 그 녀와 그 아이를 두고 이런저런 생각을 피력해 보는 것이다.
아이야 어른이 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으니,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어미가 자신만을 아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감싸가며 키워준 악덕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될 거라는 생각을 맨 처음으로 떠올리면서.....
이로 인해 어쩌면 그 아이가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어릴 적에 받아들인 그런 부덕의 소치로 인해 결코 원하지 않았던 큰 병을 앓거나 힘든 일을 당하게 되는 비운의 당사자라도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겉으로 보기에 너무나 아까워 보이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아프거나 힘든 형벌 같은 일을 당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볼 때마다, 어떤 인과응보의 뜻이 그 안에 있는 건 아닐까? 유추해 보는 내 습관 때문에 해보게 되는 생각이다.
행여나 그런 식의 내가 모르는 어떤 악덕에 나도 싸여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나를 돌아보는 마음도 그녀를 보며 떠올려 보지만,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쉽게 찾아보기는 어려운 일, 그냥 마음만 그렇게 짚어 보다가 다시 그녀와 현실에 눈을 돌려보게 된다.
계속 늘어나는 입석 승객으로 주위가 복잡해지고 있다. 그런 타인들의 입장을 배려하여 자신의 어린 자식을 무릎에 앉혀서 한 자리를 만드는 작은 아량을 지금이라도 베풀면 좋으련만, 그녀는 계속되는 주위의 곱지 않은 눈총조차 아예 눈감아 무시한 채 오불관언의 태도로 일관하게 지키고 있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반감을 가지고 자리를 내놓으라고 이야기할 만한 사람은 없는지, 주위를 한번 훑어본다.
그까짓 거 좀 힘들어도 서서 가지 입 아프게 다툴 필요는 없는 거지 하는 듯한 몇 사람이 서로 힐끔거리듯 눈치를 보다가 딴전을 피운다.
이제는 나도 그녀에게 보냈던 관심을 거두고 예전의 싸움을 했던 사람들의 추억 속 광경으로 되돌아 가 본다. 당시 몇 마디의 말이 오가다가 결국 피차 모두 감정을 실은 좀 더 높은 언성이 되었을 때,
-그렇게 힘들면 자가용 타고 다니시지, 왜 좁은 버스를 타고 야단이세요?
앉아 있던 여자분이 생김새와는 아주 딴판인 신경질을 실은 이 비슷한 비아냥의 말 한마디를 뱉어냈을 때, 주위에 서있던 사람들의 거의 전부가 그녀를 한번 더 쳐다보는 눈총을 보내면서 입맛들을 다셨었다.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로 자신이 불리하게 되었음을 감지한 그 여자가 다음 정거장에서 얼른 아이를 데리고 하차하여 그때의 싸움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었다.
내 생각이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있는 동안에도 버스는 열심히 제 길을 달려 어느새 천호대교를 건너고 강동으로 들어섰다.
어언 우리가 내릴 정거장에 도착할 무렵, 지금껏 눈을 감은 채 자는 듯했던 모습의 여자가 별로 잠들었던 흔적도 없이, 어느새 깨었는지 얼른 아이와 함께 내릴 수 있도록 서둘러 준비시키며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우리도 내려야 할 정거장이 되었으니 빈자리가 나왔다고 좋아하며 그 자리를 차지할 필요도 없어진 상태이다. 그 점이 나에게 더욱 그녀를 괘씸한 여자로 만들어 간직하게 만들어 준다.
-저런 여자가 우리 동네 부근에 살고 있다니...
하는 볼멘 생각을 하며, 방금 그녀가 내놓은 빈자리에 앉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듯 힐끗 쳐다보면서, 정거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버스 속에서 미워진 여자의 뒤통수를 내 눈 앞에 세워주며 우리도 내릴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