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호주 사이의 관문, 죠마드 수로를 지나며
"죠마드라는 이름의 좁은 뱃길이 생각나서요."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이곳저곳을 서성이다가 어찌 끝말잇기 하는 코너에 들리게 되었는데 마침 -죠-라는 끝말로 마감한 뒷 글을 이용해 다시 단어를 생성해 나가야 하는 부분을 만났다.
한참을 죠라는 글자를 앞세운 단어를 생각해보았지만 떠오르지 않더니 어느 순간 팍 솟아나듯 펼쳐지는 이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호주를 가는 뱃길에서 만나게 되는 좁은 수로인 죠마드 통항로였다.
영어로는 JOMAD ENTRANCE.
솔로몬 해에서 산호해로 들어가야 하는 경계선 입구에 있는 등대가 자리하고 있는 작은 섬과 그 섬을 건너다보는 둥그런 활 모양의 물밑에 잠겨있는 산호초 사이에 있는 폭 3마일 정도 도 좀 모자라는 좁은 길목인데.... 이곳과는 첫 만남부터 제대로 기억에 박힌 곳이기도 하다. 자이로 컴퍼스는 멈춰버렸고, 오로지 마그네트 컴퍼스에 기대어 고장을 달고 살던 레이더만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며 이 해역과 지나게 됐던 수십 년 전의 악몽이 첫 만남이었으니.
이미 그랬던 시절에 자신의 품안에 두 척의 화물선을 좌초시켜 품은 채, 흐르는 세월에 팽개치듯 맡겨주어, 언제부턴가 시꺼먼 핏물 되어 녹물로 다 빠져나간 을씨년스러운 몰골로 만들어 놓고도, 저 때문에 그런 건 아니란 듯 시치미 뚝 떼며 또 다른 희생제물이 될 눈먼 배를 찾아내려는 듯 밤마다 약한 불빛을 쏟아 주거나 꺼져있든 그 작은 섬의 등대.
그러나 밝은 낮에라도 지나칠 때면, 저 곳에 내려 혼자라도 좋다! 그곳에 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곤 한다. 초록빛 야자수 그림자가 섬 곳곳에 드리워진 채, 푸르고도 흰빛의 포말 된 파도가 어루만지는 길게 누운 모래사장이 간절한 휴식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하얀 백사장. 그 안쪽으로 기다랗게 무리를 지어, 높은 키를 자랑하며 서있는 야자나무가 무성한 작은 섬.
모든 게 숨소리 죽이고 머무르고 있는 듯 조용한 에메랄드 빛 바다와 잇닿은 하늘. 그 가운데 높이 솟아올라 한가로이 활공을 하고 있는 매의 모습 역시 우리를 눈을 사로잡는 풍경이었다. 아마도 지금쯤은 그 두 척의 난파선도 파도와 안개와 바람에 의해 부서진 몸 가누기 힘들어 물속으로 빠져 들었는지도.
그런 평화로운 풍경과는 달리 그곳을 찾을 때마다 감출 수 없는 긴장은 우리 배가 두 척의 난파선과 동무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었다.
왼쪽 둥그런 활 모양은 레이더에는 나타나지만 육안으론 확인이 잘 안 되는 보이지 않는 물 밑 산호초의 성벽이 해면과 부딪혀 만들어진 파도의 띠이다. 그쪽으로 가까이 접근하지 않으면서 또 섬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간의 길목을 타고 오르내려야 하는 그 몇 시간은 배의 선교를 선장이 꼭 지켜야 하는 의무의 시간이기도 한데, 지금도 그 남쪽 바다의 죠마드는 어떤 모습으로 뱃사람들을 보내고 있을지... 어쩌면 이제는 두 번 다시 가 볼 수 없는 꿈속의 장소로 남겨져 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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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24일 - 조마드 통항했던 기록을 여기에 첨부함.
본선은 계속되는 뒤에서 불어주는 비람으로 속력에 지장 없이 달리고 있다. 구름이 잔뜩 끼고 비도 한 번씩 치고 지나는 날씨라 좀 음울한 분위기 속에 죠마드로 진입을 시작한다. 처음 이 곳을 찾았을 때의 그 힘들었던 기억이 이 날씨만큼이나 낯선 느낌을 주며 예전에 확인하며 지나쳤던 난파선을 찾아본다.
당시 세 척의 난파선을 보았지만 지금은 한 척은 아예 눈에 뜨이지 않는 것이 세월따라 없어져 버린 듯하고, 한 척은 아는 사람이나 알아볼 정도의 작은 점으로 남겨져 있다. 나머지 한 척이 그나마 아직은 마스트의 모습이 남아서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을씨년스러운 회색빛 바다와 파도와 하늘이 어울려 있는 아래 한 번씩 흰 이빨을 드러내는 파도가 산호초로 가둬진 울타리 안의 난파선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조심스레 접근하여 수로로 들어서는 우리들 마음은 그 난파선의 말없는 모습에 그냥 마음이 졸아드는 기분을 느끼며 행여나 파도가 그쪽으로 우리 배를 밀어줄까 걱정스레 배의 운동을 감시하고 있다. 산호해의 마지막 파도가 제 있는 힘껏 우리 배를 밀어서 조마드 수로의 중앙에 서려는 나의 의도를 뭉게 버리려는 듯 몸부림치고 있다.
뒤에서 오는 파도라 그 파곡의 꼭대기에 우리 배의 선미부가 얹히니 어쩌면 약간이라도 옆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하여 속을 철렁하게 만들어 준다.
"괜찮아 죠마드 섬 0.8마일까지도 수심이 괜찮아." 하며 걱정스러운 눈길로 밖과 레이더를 번갈아 살피는 실항사의 모습에 안도하라고 응원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