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안에서 만나는 사소한 풍경들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가니 식사를 위한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평소 이 시간, 6시 30분이면 이미 식사 준비는 다 되어, 언제든지 식사할 수가 있었는데 오늘은 조리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 썰렁한 주방이다. 조리수를 찾아 그 사람 방에 갔으나 아무도 없다. 한 번 더 주방으로 가며 자신의 일들을 등한히 하고 있는 조리부원들을 고깝게 생각하는 마음이 잔소리를 할 기세임을 감지한다.
다시 찾은 주방에는 어느새 조리수가 나타나서는 급하게 쌀을 씻어서 솥에 안치는 모습이 보인다. 평소보다 아침밥 시작한 시간이 늦어져 있는 것이다. 엊저녁에 선내 시간을 한 시간 전진시켰는데 그에 맞추어 시계를 돌려놓지를 않고, 잠을 잤던 모양이다. 아직도 5시 30분으로 시간을 착각하고 있다가 늦어진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게을러서 자신의 일할 시간을 놓친 모습이 되어버린 조리수에게 따끔한 한마디 말을 해주고 방으로 돌아왔다.
7시 20분이 지나고 있는데 조리수가 내 방을 찾아와서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고 알려준다. 선내의 오늘 아침 예정 시간표에 차질을 빚게 한 것이 미안해서 다시 한 번 더 찾아와서 죄송한 마음을 표시하는 거라는 걸 알기에 다음엔 그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자는 이야기를 해주며 식당으로 내려갔다.
제 안에 승선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렇듯 꼼지락대는 움직임에는 눈길 한번 아랑곳없으면서도 제할 일에 푹 빠져있는 배는 구상선수(Bulbous bow)를 앞세운 달리기를 계속하여 다가서는 파도를 갈라치기로 헤쳐 주며 열심히 전진하고 있다.
선수 양편으로 갈라서는 파곡을 세워주니 오랜만에 날치 떼들도 그를 따라 좌우로 갈라선 후 곧 수면 위로 날아오르기를 시작한다. 이틀 전부터 선수 마스트 항해등 옆에 숙소를 정해두고 하루 종일 배 주위를 선회하면서 날아오르는 날치들을 노리던 갈매기도 자못 분주해지는데, 어디선가 느긋한 모습으로 마치 잠수함을 닮아 있는 고래도 한 마리 나타나더니 시원스레 물을 뿜어 올린 분수를 만들며 우리를 반겨준다. 실은 숨을 내쉴 때 숨과 함께 솟구치는 물방울이라지만... 이런 광경은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므로 어쩌면 오늘은 운 좋은 날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날치의 비상을 노리고 있는 이곳의 갈매기는 크기가 북태평양 갈매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아주 날카로운 실루엣을 가지고 있고 급강하하는 모습도 볼만하다.
더욱 장관인 건 파도의 바로 위 까지 곤두박질 급강하로 내리 꽂히다가도 어느 순간 미끄러지듯 몸을 비틀면서 매끈하게 다시 비상하는 재주가 참으로 뛰어났다.
다른 곳의 갈매기는 몸 전체가 유선형의 날씬한 모습인데 비해 이곳의 녀석들은 날개의 앞쪽 부분이 각진 파도 무늬 모양으로 펼쳐지고 날개 폭도 상대적으로 좁지만 날렵하게 생겨있다.
그건 날고 있을 때 모습이고 마스트에 올라앉아 있는 녀석들을 보면 유선형이긴 하지만 날씬한 구석과는 담을 쌓고 있다. 부리가 길고 끝이 약간 아래로 굽혀져서 날카로운 점과 몸에 비해 다리가 길고 가늘지만 물갈퀴를 가진 모양이 물새라는 느낌을 겨우 갖게 해주는 그런 별 볼품없는 맵시를 가진 모양의 새인 것이다.
(1996년 1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