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들여다보고 또 보게되는 버릇
지금 달리고 있는 이 바다 위를 표시해 준, 우리가 갖고 있는 유일한 소축척 해도를 보니 침로를 그려 넣은 바다 가운데를 초록색의 타원형으로 칠해 놓은 곳에 40, 125 등의 숫자가 그려져 있는데 그 숫자가 쓰여 있는 부근이 그만큼 한 숫자의 미터 수심을 가진 곳 이라는 표시이다.
40이란 숫자를 두고 볼 때, 수심이 40미터가 된다는 듯으로, 우리 배의 흘수로 아니 배라면 지구상 어떤 배 라도, 보톰 터치(Bottom Touch) 할 걱정이 필요가 없는 충분한 수심이건만, 현재 그 해도 외에 관계된 연안 도를 갖지 못한 본선의 형편에서, 그 표시된 중앙부분을 관통하게 침로를 설정하고 항해를 하려고 하니 혹시나 그곳 어디에 더 얕은 수심을 가진 해역이 존재 하지나 않을까 하는 기우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아침에 일찌감치 선교에 올라 다시 확인하며 해도상의 위치를 내 보니 바로 그 해역에 들어서서 한참을 달리고 있는 중이다. 스피드로그의 화면에 나타나는 수심은 찍혀 나오지도 않으니 최소한 200미터는 넘게 깊은 셈이다.이런데도 밤사이 수시로 걱정을 하며 안달을 했으니 선장이란 자리가 남들 보기처럼 그렇게 멋만 있는 자리는 아닌 것 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소심해서 그런지….
오션루트사의 추천을 따라서 모잠비크 해협을 거슬러 북상해 올라왔지만 아직 배 한 척 만나지 못했는데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독항 어선 한 척과 비껴 지났다.
바다 위에는 얇은 유막이 퍼져서 이루는 띠 같은 광경이 수시로 보였는데 그 것은 이 곳을 지나다니는 배들, 그것도 빌지(선창 내에 고이는 유분이나 물기들)를 맘대로 퍼내는 작은 배들의 출현이 많이 있다는 표지로도 읽어지지만 실제로 의심 가는 배 들은 못 만난 것이다. 그 뿌옇고 기다랗게 생긴 막을 가로 질러가며 만들어 낸 우리 배의 프로펠러 추진류에 의해 그 띠들이 두 동강이 난다. 쌍안경으로 확인하면서 색깔이 시커먼 게 아니니 윤활유 계통의 맑은 기름기 같다.
우리나라가 낮 14시를 가고 있을 시간인 배의 시간 아침 8시에 위성 전화를 걸어 어제 회사에 부탁했던 말락카 해협 ONE FATHOM BANK 부근해도 전송 부탁한 건을 확인하니 지금 보내려고 준비 중이란다. 전화를 끊고 기다리니 팩스가 곧 수신 작동을 시작한다. 너무 시꺼멓게 나와서 몇 군데 수심을 알아보는데 문제가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 좁은 해역을 통항 하려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도움은 충분히 되겠다.
사이클론 DANIELLA는 975 hpa로 약해지며 남동진 7 knots의 속력을 내고 있어 실제로 순다 해협을 향한 항로로 갔어도 심한 바람은 안 만났을 확률이 컸을 것으로 여겨지나 그건 어디까지나 안전을 도외시 현재의 현상으로 본 결과론일 뿐이다.
(1996년 12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