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없었던 기술의 진보가 낳은 가족과의 연결고리
네덜란드 인마셋트 무선국 (STATION 12)이 우리 회사와 서비스 계약을 맺고 우리나라 시간 96년 12월 13일부터 97년 01월 02일까지 할인 가능 시간대인 인도양 위성은 한국시간 0431시부터 1630까지, 태평양 위성은 1900시부터 0900시까지의 시간 중에는 분당 2.31 SDR(약 2,815원정도)로 서비스를 시작했단다.
최초 1분이 지난 후에는 6초당 281,5원을 가산하는 시간 분할 계산 방식이기에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주 합리적인 계산방식이다. 매 주일날 집에 전화를 걸기로 하여 지난 주에도 걸었었는데 이번 주 부터는 싸게 세일즈 하는 이 위성을 이용하기로 하고 새벽운동 나가려고 일어난 4시30분에 브리지에 올라갔다.
12 #을 누르고 잠시 기다렸다가 걸린 음을 확인 후 이번에는 3782 와 지역국을 포함한 우리 집 전화번호를 돌리고 #를 누르고 기다리니 삐이 하는 전화 접속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후 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둘째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 나오더니 나를 확인하며
“아! 아버지 ”하며 반가운 목소리를 띠워 보낸다.
“엄마 바꿔 드릴게요! 하는데
“여보세요? 저예요.”하며 아내의 고운-내게는 그녀의 목소리보다 더 고운 말소리가 없으니-목소리가 울려 나온다. 그래 이 목소리를 들으려고 비싼 출혈을 감수하며 이렇게 위성전화를 걸어 보는 게 아닌가.
시간을 재며 전화를 걸려고 작동시켜 놓은 스톱워치를 슬그머니 밀쳐서 옆으로 젖혀주며 오늘은 본격적인 전화를 걸려고 작정 해본다. 얼마 전, 배에 소문이 나기로는 그 사람 부인만큼 착하고 착실한 뱃사람 부인네도 없을 것이라는 극상의 칭찬이 자자한, 선원이 집으로 전화를 걸었었다.
마침 부재중인지 전화를 받지 않아 통화에 실패를 한 후 전화기를 들은 김에 처가 집으로 도 연결, 혹시 거기에 부인이 와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자신의 아내를 향한 화풀이였는지 장모님에게 심하게 하는 양을 보고, ‘그 사람 참 해도 너무하는구나!’ 하는 생각은 했었지만 그래도 선원들이 집으로 거는 전화에는 남다른 각별함이 있다고 믿어지기에 그렇게 하는 심정을 어느 정도는 헤아려줄 수가 있었다.
당시 그 사람이 무슨 바쁘고 특별한 전할 일이라도 있어서 집으로 연락을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집안 소식이 궁금하고 아내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심정에서 시작했던 전화였는데 마음대로 연결이 안 되니 오히려 긁어 부스럼 만들 듯이 괜한 걱정거리가 되었고, 그런 마음이 누적되니 장모님에게 까지 약간은 몰상식한 화를 내게 되었던 것이다.
나 역시 오늘 거는 전화가 일주일 정도의 무소식 했던 궁금증을 해소하려고 거는 전화였지 무슨 긴요한 이야기가 따로 있어 잡아 본 송화기는 아니었건만 어느새 3분이 후딱 지나치고 있다.
그저 아내의 목소리로 집안에 있었던 또 있을 예정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그리 지난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그만 하자며 끊을 수도 없는 것이 어머니가 계시니 수화기는 다시 어머니에게로 넘겨지어 새롭게 안부의 인사를 시작으로 몇 마디 더 보태고 끝을 내니 5분 10초의 시간이 흘렀다.
전에 어머니가 S동에 계실 때는 따로 전화를 걸지 않는 한 어머니의 근황은 간접 안부로 확인함이 제일 잘하는 일이었고, 특별한 날이 아니면 어머니와의 통화 시도는 하지 않았기에 전화 요금은 절약했다고 볼 수 있지만, 집으로 걸 때마다 내 자신의 불효막심함에 자조해야 하는 씁쓸한 마음이 앙금으로 남겨지기는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비록 통화가 조금 길어져 얼마의 돈이 더 들더라도 어머니와 직접 통화로 안부를 여쭙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 어머니의 S동 시절에 내가 가지고 있던 스스로의 불효막심함을 털어내게 되어 훨씬 개운하고 기쁜 심정이 든다.
어쨌거나 네덜란드의 위성전화는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 계산을 해 보자.
2,815 X 5 + 2 X 281.5 = 14,075+563=14,639원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둘째의 목소리만을 들으며 치룬 대가로는 좀 많을지 모르지만 기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결코 비싼 금액은 아니리라.
지금껏 이용하던 호주나 우리나라 금산국을 이용한 위성전화의 활인금액 보다도 더욱 싼 가격이니 위성전화요금 체계 중 가장 저렴한 상황이라 더욱 그런 마음이 들긴 하나 그래도 6초에 282원 즉 똑딱 한 번 하는 사이에 47원이란 사실은 결코 싼 액수는 아니다.
이런 돈이 쌓이어 한 항차에 최소 4, 5만원을, 또 더 많이 내는 사람은 10만원이 넘는 사전료(私電料)를 지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므로 전화를 걸 때 마다 스톱워치를 작동시켜 초를 다투는 시간을 배려해 가며 통화하는 우리들의 행동이 결코 쩨쩨하거나 좀팽이 같은 스타일은 아니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 본다.
언제쯤이 되어야 위성전화도 시내 통화처럼 보편화되어 부담감을 갖지 않고 전화를 걸게 되는 날이 우리 앞에 오게 될까?
(1996년12월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