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의 하역 작업도 다 끝나, 이제 출항 시간을 대기하며, 마지막 가지고 떠나야 할 서류를 챙기기 위해 대리 점원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기다리는 서류들은 입항했을 때 본선에서 가져갔던 국적증서 및 본선의 각종 안전 증서와 이제는 출항지가 되어버린 이곳에서 만들어져 꼭 가져가야 할 출항 서류가 있는 것이다.
기다리던 대리점의 Mr. C.(Cameron Fennell)가 그 모든 출항 서류를 갖고 왔다.
본선의 국적증서 등은 본선의 파일 채로 가져갔기에 그 파일 인가만 확인하여 받아 놓고, 그 안에 끼워져 온 등대세 및 항세 납입 영수증과 Port Clearance(주*1)등 이곳에서 작성된 출항에 필요한 나머지 서류들은 힐끗 살피어 한 옆으로 넘기며 다음 일을 진행하려다가 언뜻 이상한 감이 들어서서 치우려던 동작을 멈추었다.
그리고 서류철을 다시 열어 자세히 살펴본다. 이곳에서 만들어 삽입된 서류가 본선 서류가 아니고 바로 우리 뒤쪽인 5번 부두에 접안하여 아직도 선적 작업 중인 RED CHERRY라는 배의 이름이 쓰여있는 서류가 아닌가?
방금 방을 빠져나가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는 대리 점원을 불러 세워, 서류를 보여준다. 이 친구 서류를 잘못 가져왔다고, 쑥스러운 표정 되더니 30분 안에 바꿔 가져오겠다며 서류를 웅켜쥐고 도망치듯 바쁘게 달려간다.
30분 후라면 출항을 위한 도선사가 이미 승선하여 있을 시간인데... 이 친구 어쩌다 실수하여 꼬리에 불붙은 여우 같은 꼴이 된 셈이다.
저 아래 부두 아프론에 주차 해 뒀던 차를 급하게 뽑아내어 부두 밖으로 바쁘게 나가는 모습을 창을 통해 내려다본다. 저렇게 허둥대다가 교통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조심하라는 말을 중얼거려 응원하듯 보내 준다.
약속한 30분이 아직 넘어가기 전, 숨 가쁘게 다시 찾아온 대리점원 Mr. Fennell이 출항계를 전해주며, 그래도 따져 두어야 할 자신들이 우리 배를 위해 대리점으로서 한 일을 리스트 업 한 서류에 사인을 받아 들고는 한숨을 돌리며 하선하는 데 마침 도선사가 승선한다.
이미 본선에서는 출항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All S/B의 신호를 울려 전 선원을 출항 부서에 배치 붙여 두었기에 도선사는 브리지에 올라오는 즉시 출항 준비가 다 되어 있다는 사항을 인계받고 마지막으로 본선에서 내려가는 대리점원을 확인한다.
고조시 수심에 알맞게 출항을 해야 하는데, 혹시 대리점원을 기다리다 늦어지는 시간이라도 생기는 걸 대비하며, 미리 서둘러 준비해준 출항 S/B 상태였기에 도선사는 만족하는 컨디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리점원도 자신이 실수했던 일로 인해 출항이 늦어지는 귀책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내가 협조해준 준비상태에 감사하는 마음인지 서둘러 하선한 부두에서 열심히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보내준다.
주*1 : Port Clearance - 출항선이 그 항구에서 모든 일을 깨끗이 결말짓고 떠난다는 것을 세관장 이름으로 증명해준 증서로 다음 도착한 항구에서 그 나라 세관 당국에 입항 신고하면서 제출하는 입출항에는 꼭 필요한 서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