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로 희한한 가게-직업
손목시계가 고장이 난 상태여서 고치려 하니 뉴캐슬 시내에는 수리하는 상점이 없고 부근 내륙 도시에 잘 고치는 시계수리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현지 교포가 있어 같이 찾아가 보자고 청을 하여 차를 얻어 탈 수가 있었다.
그렇게 찾아 나선 그곳은, 지난 세월 뉴캐슬항을 숱하게 여러 번 기항했으면서도 그때까지 한 번도 찾아 가 본 적이 없는, 미지의 이웃 시내라서 자연스레 차창 밖을 지나는 경치에 열심히 눈을 돌리게 되었다.
시내 변두리를 빠져나가는 네거리에서 교통신호에 걸려 차가 잠깐 섰다. 두리번거리며 바깥을 살피던 눈길에 HAIR UNISEX SALOON이란 간판을 단 상점이 눈에 뜨인다.
-저 간판은 남녀의 머리를 모두 손질해 주는 가게라는 뜻인가요?
알 듯 모를 듯 한 느낌에, 마침 안내 운전을 하고 있던 교포인 J사장에게 물으니 남녀가 모두 이용하는 미장원이 맞다고 한다.
그러면서 보태 주는 말이 BARBER SHOP이라는 남자 전용의 이발소도 있고, HAIR SALOON이라는 여성을 위한 가게라는 느낌을 갖는 미용원도 있지만, 만약에 머리를 깎으려고 이발소를 찾는 다면 BEAUTY SALOON이란 간판이 있는 가게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말을 한다.
-왜요? 남자는 미를 추구하면 안 된다는 건가요?
우스개 삼아 물어본다.
-아니 그런 팻말이 있는 곳은 좀 특별한 서비스가 있어 서지요.
J사장은 좋은 이야깃거리라도 발견했는지 빙긋이 웃으며 말을 받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독특한 조발 행위를 해주고 돈을 버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서양인은 아무래도 동양인보다는 몸에 털이 많은 족속이므로, 온몸 여기저기에 제가끔 돋아나는 체모가 때로는 주체할 수 없는 골칫덩어리가 되는 모양이다. 따라서 이렇게 인체 모든 부위에 돋아나는 체모(體毛)를 다스려 줄 수 있는 곳이 쉽게 이야기해서 BEAUTY SALOON 이란다.
겨드랑이의 털뿐 아니라, 여자들의 은밀한 곳에 나오는 음모조차 조발(調髮) 해주며 면도도 사용하는 미용을 실시하므로, 손님이 오면 커튼을 치고 작업을 해준 단다.
그러한 이곳의 풍습을 모르고 머리를 깎겠다고 남자가 찾아든다는 것은 실례라도 큰 실례가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란다.
은밀한 곳은 숨기려는 동양적인 사고방식으로 볼 때, 그런 부위의 조발이란 당치도 않은 일이지만, 이들에게는 파티에 참여한다든가, 하여간 필요한 때를 대비하여 찾아오는 손님이 제법 있는 모양이다.
비록 내 집 안마당의 잔디라도 깎아주지 못해 무성하게 자라게 방치하였을 경우, 바로 이웃집이 눈살을 찌푸리게 되고, 그 상황의 시정을 위해 이웃이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에 가능한 직업 이리라.
그런 관점으로 비춰볼 때, 나체 수영장을 포함한 수영장 등 옷을 벗어 노출을 해야 하는 곳을 부득불 가야 할 경우 등을 대비한, 은밀한 곳의 조발은 에티켓으로도 통하는 모양이다.
미리 조발(調髮) 되지 않은 무성한 체모가, 그냥 팽개쳐 둔 잔디밭 같이, 남의 눈가에 주름을 잡게 만드는 불유쾌한 일이라 생각한다면, 그들이 행하는 이런 가게나 직업인이 있다는 것이 별로 이상할 것은 없으리라.
단지 우리나라 사람들 같이 유교적인 발상에 젖은 관점으로 볼 때는 이해하기 힘든 희한한 일이란 생각 또한 드는 것이다.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내 머리 속은 우리와는 발상조차 다른 그들의 풍속이 연출하는 Beauty Saloon 이란, 아직까지 한 번도 만난 경험이 없는, 가게의 내부 모습이 상상되면서 웃음기를 거둘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