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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er's Club

오락을 넘어서는 도박의 낌새가 보여

by 전희태


C6ħ5(5630)1.jpg 아침 일출의 모습.


뉴캐슬에 기항하기만 하면 승조원 들 중 몇 명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아니 어떻게 해서라도 시간을 만들어, 이곳 워커스 클럽을 꼭 찾아가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그곳은 근로자(Worker's)라는 이름 그대로, 이곳에 큰 공장을 가지고 있든 호주 BHP회사 근로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멤버십 클럽으로 시작된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멤버십 카드를 가진 사람과 동행인으로 입장해야 했지만, 지금은 임시 카드를 프런트에서 발급받으면 입장이 가능한 오픈 클럽으로 운영하고 있다.


처음 이 곳을 찾았을 때인 70년대 후반에는 노타이 차림으론 절대로 입장을 시키지 않던 그들을 보며 입을 삐죽거린 경험도 있었지만, 지금은 복장 문제로 우리들을 입장시킨다 못한다, 하는 문제는 없어진 걸 보면, 예전의 그 관습은 당시까지도 은근히 남아있던 백호주의의 끄트머리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지금 있는 건물은 80년대에 이곳을 강습한 지진으로 인해 옛 건물이 붕괴된 것을 아예 헐어 버리고, 그 자리에 새로 세운 현대식 건물이므로, 예전의 모습을 보지 못한 선원들은 내가 느끼는 이곳의 역사적인 감회는 모르고 있다.

그러드시 예전보다 훨씬 깨끗해지고 넓어진 워커스 클럽은 이곳에 있는 또 다른 멤버십 클럽인 피닉스 클럽과 더불어 뷔페식당, 바, 게임 룸, 빙고 룸, 무도장, 간이 도박장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이곳을 찾으려는 외항선 선원들에겐 식사도 하고 오락도 즐길 수 있는 편한 휴게실 역할도 하고 있다.


이곳의 주민들 중에서도 정년퇴직한 노령의 사람들이 주 멤버인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특히 그들의 주급 날인 목요일이 되면 평일과는 달리 많은 노인들이 나와 게임기 앞에서 한가한 노인네의 손길로 전자식 파친코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뷔페식으로 운용하는 식당을 애용하려고 찾는 축이지만, 대부분의 승조원은 게임 룸에 가서 전자식 룰렛이나 블랙잭, 그리고 스럿트 머신에 앉아서 돈 새는 줄 모르고, 시간 가는 거 잊어버린 삼매경에 빠졌다가 폐장을 한다는 방송이 나오는 문 닫을 시간이 되어서야 마지못해 일어서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튿날 만나는 동료들이 어젯밤 게임의 결과를 물었을 때, 돈을 잃지 않았다고 말하는 경우는 제법 손해를 본 것이고, 좀 땄다고 이야기하면 겨우 본전이나 챙기는 정도로 보면 맞을 것이다.

그러나 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짓궂게 추궁해 보면 결국 별 볼일 없는 형편임을 물어본 사람이나 대답한 사람 모두가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나에게는 우리 선원들이 이곳을 출입하는 걸 열심히 막아보려는 생각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저께도 새벽에 택시를 타고 들어온 2 항사가 그날 야간 당직을 설 때에, 소파에서 움츠린 모습으로 새우잠을 자는 것을 보고, 깨울 수밖에 없었다.

다시는 클럽에 가서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면서 내일부터는 밤 10시까지는 귀선 하여 다음 당직 시간에 지장을 초래하지 말라고 했었다.


어제저녁 10시경 마지막 통차를 클럽 앞에다 대어 놓고 상륙자들을 같이 배로 들어가자고 권했을 때, 마침 그곳에 또 상륙해 있었던 2 항사는 잠시 후에 귀선 하겠다고 말해 12시까지는 들어오라 지시하고 먼저 들어왔었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 운동을 하며 찾아보니 2 항사는 당직 장소에서 안 보였다. 아마도 늦게-새벽 일찍- 들어와 피곤하니까 잠깐 자신의 방에 머무르고 있다가 그냥 잠이 들은 모양이다.


당장 가서 깨울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참기로 하고 내 운동을 계속했다. 나중 그가 잠에서 깨어 정신이 났을 때, 이번 항차는 자율적으로 더 이상 게임을 하기 위한 상륙은 하지 않도록 유도해보려고 마음을 바꾸었던 것이다.

국적선인 다른 회사 배 선원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한국서 가지고 왔던 수표를 환전해가며 게임에 참여했다가 그마저 다 잃었다는 사람의 소문도 있는 걸 보면, 이곳의 출입은 결코 호락호락하니 생각할 문제가 아니란 마음이 들어서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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