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작업이 더 신경 쓰이는 작업환경
시간에 쫓기도록 밀려 있는 홀드 내의 용접 일을 하려고 1번 창을 열어서 해치 폰툰이 움직이지 않게 스토퍼, 쐐기, 와이어와 턴버클을 채워준 후 용접팀을 투입했다.
또 하나의 다른 용접 팀인 B팀은 에어 벤티 레터(AIR VENTILATOR 통풍 장치)의 녹이 슬어 완전히 삭아서 테두리만 남아 있는 댐퍼(DAMPER 공기의 통풍을 차단하거나 열어주게 만든 제동장치)를 걷어내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여 재조립하는 용접 일에 투입하였다. 언제 황천이 다가와 바람이 세어져 그런 작업이 힘들지 모를 형편이라, 현재의 좀 괜찮은 시간의 틈을 최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나의 마음은 , 어둡고 높기도 한 선창 내의 작업이 안전하고 무사하게 끝마치기를 바라며, 행여 무슨 일이라도 발생될까 봐 한시도 마음을 바로 놓지 못하고 조마조마한 주시를 하고 있다.
조금만 배가 툴툴거려도 얼른 창밖으로 얼굴을 돌려 날씨가 어찌 되었는가? 살피어 괜찮아 보여서 안도하고, 파도가 있어 작은 흰 빛깔을 보이기만 해도 속이 철렁하는, 그런 환경 안에 갇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항해 중 배가 롤링으로 3도 이상 기울면, 하지 말라는 작업이, 바로 해치 커버를 여닫는 작업이다.
그런데 홀드 내에서의 다른 작업을 하기 위해 항해 중 대양에서 해치 커버를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는 것이다.
점심 식사 전에 모두 끝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창 밖을 내다본다. 아침나절에 끼었던 안개는 좀 걷혔으나 바람이 약간 세어지며 풍향을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 같은데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 해치 폰툰이 그냥 열린 채로 있다.
-덱크 감도 있어요?
아무래도 초조감에 그냥 있을 수가 없어 워키토키로 현장을 불러 본다.
-예, 데크입니다.
갑판장의 응답하는 소리가 나온다.
-일 번창 용접 수리 어느 정도 진행되었어요?
-예, 열두 시전에 끝날수 있다고 합니다. 끝나고 나면 해치 커버 닫으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요? 열두 시 전에 끝난 다니 잘 되었네. 배가 롤링을 하니, 닫기 전에 꼭 연락부터 해줘요.
-알았습니다.
대답을 들으며 시계를 보니 30분 전 열두 시이다.
-브리지! 브리지 감도 있습니까? 작업이 끝났습니다.
길게 느껴진 20 분쯤 이 지나갈 무렵 연락이 왔다.
-예, 브리지입니다. 배를 돌려줄 터이니 잠시 후에 닫아주세요.
-예, 알았습니다.
잠시 후 배의 선수를 돌려서 흔들림이 적게 정침 하여서 해치 커버를 닫을 수 있도록 한 후
-덱크, 감도 있어요? 선수를 돌렸으니 해치 커버 닫으세요.
현장에 알려준다.
희끄무레하니 다시 짙어진 안개로 인해 일 번창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해치 커버를 닫았는지를 알아보려고 쌍안경을 들었는데,
-브리지!, 해치 커버를 무사히 잘 닫았습니다. 다시 배를 돌려도 되겠습니다.
하는 갑판장의 말이 트랜시버에서 울려 나온다.
-현장, 브리지 알았습니다.
배를 원래의 코스로 되돌려 주며, 무사히 작업을 마치게 된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전 내도록 내게 있던 걱정으로 불안했던 심정을 훌훌 털어 낸다.
브리지에 올라와서 갑판 위의 작업을 지켜보며 지시와 보고를 수시로 주고 받는 선장의 옆을 계속 따라다니며, 자신의 일을 익혀가던 당직사관인 3 항사에게 농담의 말을 걸었다.
-선장한테 봉급 많이 주는 이유를 알겠어?
-...........
삼항사는 빙긋이 웃으며 대답을 우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