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유리창에 부딪힌 새

항해 중 가끔 만나는 일들

by 전희태
새.jpg 항해 중인 선교 창 앞에 앉아 있는 새


‘쿵’ 하는 굉음을 내며 지금 삼항사가 열심히 선수 방향을 살피며 당직을 서고 있는 브리지 창 앞으로 무언가가 달려들어 부딪혀서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나 역시 깜짝 놀라며 무엇인가 살펴보는데, 몇 개의 깃털 까지 부스스 떨어뜨리며 커다란 새 한 마리가 휘청 이듯 창 아래로 낙하하며 갑판으로 떨어져 가는 것이 보였다.


창의 투명함 때문에 유리창이 앞에 가려진 것도 모른 채, 제 힘껏 날아들다가 그대로 부딪치면서 아마 순간적으로 정신이 가물거리며 떨어지는 것이리라. 문득 솔거의 옛이야기가 생각나지만 그건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서 새의 눈을 속여 힘껏 날아들다 벽에 부딪친 것이고, 이건 아예 벽이 없는 듯 투명하게 차려 놓은 벽(창문)을 모르고 달려든 것이다.


도대체 그런 광경을 처음으로 경험한 삼항사는 놀란 가슴을 잠깐 달래는 듯하더니 자신이 당한 신기한 경험을 미처 못보고 지나치고 있는 옆의 동료들에게 알려 주느라 연신 바쁘다. 눈 앞에서 갑자기 '꽝'하는 큰 소리를 들으며, 사실 제법 큰 새의 목숨이 걸린 일이 펼쳐진 것이지만, 조금 떨어진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한 눈 팔던 브리지 내의 다른 당직자들에겐 감지조차 못하고 순간적으로 넘어간 일이라 그때 브리지에 있었던 모든 이가 알았던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방금 브리지에 들어서면서 우연히 눈길이 새가 부딪치던 장소로 향하면서 소리까지 듣게 되어 눈길이 고정 되었고 떨어져 내리는 모습까지 놓치지 않고 보게 된 것일 뿐이다.


잦은 일은 아니지만 항해 중 날아드는 새들 간에는 종종 있는 일이다.

그래도 새는 5층 높이의 갑판까지 떨어지는 동안 정신을 되찾아 어설프게라도 날개를 휘젓더니 갑판과의 두번째 충돌은 겨우 면하며 몸을 바로 세워 내려선다. 그리고 즉시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으로 두리번거리고 있다.


다시 살아났으니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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