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모든 것 마음먹기에 달린 것

미리 걱정은 하지 말자면서도.

by 전희태
Ȳõ7(5606)1.jpg 선수와 부딪쳐서 피어 오르는 파도의 모양


잠이 깨었다. 습관은 왼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부터 본다. 새벽 두 시이다.

어둠 속에서 그렇게 눈을 뜬 채로 선체에 가해져서 침대를 통해 전해오는 충격을 가만히 셈으로 헤아리며 느껴본다. 한 번씩 앵앵거리며 스쳐 지나는 바람 소리가 함께 들리는 걸 보니 앞쪽으로 변해진 바람이 파도를 일으켜 세우는 중이라고 짐작이 가건만, 충격은 그리 크지 않게 느껴진다. 과감하게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크게 변하지 않은 얌전한 기상 상황이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혹시라도 생각 없이 커튼을 확 들쳐서 확인하려 는 행동이라도 한다면, 그 행동 괘씸타고 동티라도 내어 험악한 날씨로 뵈어 줄까 봐, 아주 조심스레 손가락을 내민다. 그렇게라도 확인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 창문 커튼을 최대의 공손한 손놀림으로 거두어 본다.


마침 새하얀 파도의 포말이 선수루를 덮치고 있다. 화들짝 하니 놀라면서 펼쳐 드는 공작새의 꼬리가 그럴까?

부채 살처럼 퍼져 오르는 포말 따라 선수로부터 전해져 오는 작은 충격이 부르르 발 밑을 훑으며 지나간다.

다시 한번 더 자세히 살펴보는 순간. 눈 안에 드는 선수 쪽 하늘 배경에 몇 개의 별들이 초롱초롱하니 빛나고 있어 음울해지려던 마음을 얼른 추슬러준다.


-그래, 모든 것 마음먹기에 달린 것.

-괜히 걱정하며 안달하느니 지금의 현상이 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니니,

-그 자체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그런 태도로 생활을 하자!

또 한 번, 언제나 와 같이 생각은 같은 자리를 잡고 들어선다.


현재 우리 배가 가야 할 앞쪽 1,200 마일이 넘는 곳에서 어쩌면 우리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950 hpa의 아직은 자라고 있는 저기압이 있다.

그 녀석이 꼭 우리한데 올 것이라 미리 겁부터 집어먹고 고민하느니, 북쪽으로 올라가서 소멸되어 가는 길을 밟는 수순(手順)도 있다는 걸 잊지 말자.


현재는 일단 중심권으로부터 최대 1,000 마일이 영향권이란 그 저기압과는 거리상 무관하니 그 자체를 즐거워하고 기뻐함이 옳은 일이다.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주었다는 뜻이다.


이른 새벽인데 잠에서 일찍 깨어 일어났다는 사실은 시차 때문인 것도 있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날씨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가 안달하는 초조감 때문에, 저절로 잠이 깨는 오랜 해상생활이 구축해 준 버릇 때문임을 인정 안 할 수가 없다. 거기에 배가 움직임에 따라 빠각거리는 평소에는 없던 마찰음이 방안 벽에서 들려와서 신경을 곤두세우니 잠이 달아나버린 것도 이 아침에 이부자리를 걷어차고 일어나게 만드는데 일조를 해준 것이다.


새벽 5시.

삐익- 삐익- 거리는 인말셑트의 통신라인을 사용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어쩔 수 없이 방문을 열고 나선다. 마침 통신료를 싸게 할인 요금으로 해주는 시간대에 전문을 송, 수신한다고 E-Mail을 열어 엊저녁에 작성한 회사로 보낼 서류는 다 보내고, 다음 항차 기항 예정 항구 통보를 수신받은 통신장이 수신 전문 카피를 건네준다.


<귀선의 다음 129항 차는 Hay Point/광양으로 결정됨. 필요한 연료유와 선용금 청구 바랍니다.>

어쩐 일인가? 이번 항차에는 이렇게 빨리 차항을 알려주다니...

전보를 건네받아 얼른 읽어보면서 들어서는 첫 생각이 그렇다.

차 항의 통지는 차 항차를 미리 대비하여 준비하는데 아주 중요한 정보이므로 빨리 알수록 그 효용 가치가 커지는 것이다.


다른 때는 도착 사흘 전이거나 아예 입항 후에 알려 주었었는데, 이번에는 일주일도 더 남은 시간에 보내주니, 일 하는데 훨씬 도움이 크므로 반가운 마음으로 전문을 한번 더 읽어본 후 접어들면서 오늘의 이른 기상은 이런 소식을 일찍 알게 하려고 그런 모양이라고 결론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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