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뱃사람들의 친구라고 하면서도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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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천(曇天)으로 인해 온 바다와 하늘과 보이는 모든 것이 짙은 회색으로 칠해진 우울한 그림을 보는 듯 한 분위기이지만, 그래도 선수 머리에는 갈매기 대여섯 마리가 유연한 활공(滑空)으로 날아 돌면서 우리 배와 함께 오손도손 항해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어느 정도 바람이 불고 파도가 있어도 늘 비슷한 포즈를 취해가며, 본선과 같이 항해를 하다가, 밤이 되면 본선의 높은 곳에 잠자리를 마련하여 쉬고 난 후, 아침에 깨어나면 다시 순항하기를 한 일주일 정도 되풀이한다. 그런 생활에서 자신들 삶의 거주 경계선을 벗어 날 무렵이 가까워지면, 어찌 보면 매정하리만큼 단호한 모습으로, 왔던 길로 되돌아서 우리와 반대쪽으로 가는 배를 따라 가버린다.

그렇듯 우리 배를 처음 만나 떠났던 곳을 찾아서 미련 없이 되돌아가는 이들의 습성을 보며 뱃사람의 갈매기를 향한 사랑이 너무 일방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앞쪽에서 밀려오는 여파(餘波)가 남겨준 작은 너울을 선수가 건드려 갈라내며 만드는 흰 포말(泡沫)이 선수루(船首樓, Forecastle) 위로 흩뿌려질 때면, 갈매기는 비산하는 물방울을 피하려고, 좀 더 높이 솟아올라 활공하는 비행으로 우리와 같이 하고 있다.

일 미터가 넘어 보이는 날개 기장을 한껏 뽐내듯 활짝 편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혹시나 파도에 놀라 물 위로 튀어 오르는 날치라도 보이나 열심히 점검하며 그렇게 벌써 며칠째 달리고 있다.

우리 배는 바다 위를, 녀석은 우리 배의 위를, 맴돌며 같이 항해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 브리지의 창 앞까지 와서 날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경우, 밑에서 위로 쳐다보면, 하얀 몸매가 환한 하늘 속에 들어 별로 눈에 뜨이지 않고, 위에서 내려다볼 경우에는 등판과 날개깃의 검은 회색이 바다의 색깔 속에 섞여 들어서 역시 눈에 잘 안 뜨이는 보호색임을 알게 한다.

고기를 노리고 물속으로 급강하하면서 쫓아 들어갈 때, 그들의 몸을 될수록 고기들의 눈에 잘 안 뜨이게 하기 위한 공격적인 보호색이라 여겨진다.


그렇게 항해하는 배를 쫓아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큰 파도를 곁들인 폭풍은 가까이 오지 않을 것이란 예감을 가져보게도 하지만, 설사 바람과 파도가 함께하고 있는 경우로 되어도,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이미 어려움을 같이 하는 믿음직한 동료를 곁에 둔 듯한 든든함을 부어주는 것이다.


우리가 먹고 바다에 버리는 음식물 잔반 중에서 먹을 것이 있으면 주워 먹기도 하지만, 우리 배가 일으키는 파도에 놀란 물고기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걸 발견하면 잽싸게 곤두박질하여 물로 뛰어들어 낚아 올리기도 게을리하지 않으며 그들은 우리와 함께 여행을 하곤 한다.

그런 갈매기를 볼 때마다, 뱃사람들은 배가 가는 앞쪽에 황천이 없다는 걸 알려 주려고, 그렇게 찾아왔다고 믿기에, 배를 지켜주는 선원의 영원한 친구로 짝사랑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선원들이 아름다운 마음으로 생각하며 대해주는 갈매기이지만, 어떤 때는 사람들의 무심한 불찰로 인해 그들은 목숨을 거는 일을 당하기도 한다.

제법 오래전 일이다. 호주를 출항하여 하루 정도 지났을 무렵에 만났던 갈매기가 있었다.

출항하여 얼마 지나지 않은 아직 바쁜 뒤처리가 남아 있었던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윙 브리지에 내려앉아 있는 갈매기를 발견하고 좀 쉬려고 그러는가 무심히 보아 넘기던 중, 어딘가 그 모습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여 계속 주시하게 되었다.

갈매기는 사람들의 주위를 가까이 날면서 생활하고는 있지만, 쉬는 때가 되면 어느 정도 경계하는 모습으로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쉬는 습성이 있는 새인데, 이렇게 가까이에 내린 모습이 경계심은 보이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몸짓이 더 많아 보였던 것이다.


자세히 살피니 부리 끝에 실 같은 것이 길게 늘여져 붙어 있는 데, 그 귀찮은 물건을 떼어 버리고 싶어 하는 행동을 반복해서 보이고 있었다.


-낚싯줄이다!

느껴지는 눈길 따라 더욱 자세히 살피니, 입안에 낚시 바늘이 꿰인 채 연결된 낚싯줄이 늘어져 있는 것으로 짐작이 든다.

사람들의 낚시질에 동참하여 낚시에 걸린 고기를 먼저 잡아먹으려 다가 낚시에 걸리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사람들이 쓰다가 무심코 버린 낚시 바늘이 붙어 있는 줄을 미끼와 같이 먹으려다 그리 된 걸까?

하여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덫에 걸린 신세가 되어버린 그 갈매기의 모습에 도와줄 길이 없을까? 고개를 갸웃해 봤다.

녀석은 그런 모습으로 윙 브리지 갑판 구석에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경계 태세도 늦추지 않고 있어, 가까이 접근해 보려는 내 의지를 험악한 포즈와 이상한 경고의 소리를 내어 막으려 한다.

그래도 계속 가까워지는 나의 접근에 대항할 길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훌쩍 몇 발자국 종종걸음을 쳐서 물러서더니, 곧 날개를 퍼덕여서 하늘로 날아오른다.


내 마음은 그게 아니라 갈매기의 아픈 상태를 해결해 주고 싶었던 건데, 사람과 동물 사이지만, 서로의 믿음을 전 할 수 있는 텔레파시의 교류가 안됨이 안타까울 뿐이다.

녀석이 다시 그 자리로 날아와서 앉아주기를 기대하면서 뒤로 물러났지만, 한번 공중에 떠서 배회를 시작한 녀석은 다시 내릴 생각은 버린 것 같다.


녀석과의 인연은 그날 몇 분의 그런 해프닝으로 끝났기에 그 후 어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미해결인 채 남아 버렸다. 그저 순탄치 못한 갈매기의 생애로 마쳤으리라는 씁쓸한 짐작만을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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