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들어서려는 걱정하는 마음.
별로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기관의 소리조차 아주 조용하고 나직나직하게 나는 둥 마는 둥 한가운데를 배가 달리고 있다.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에서는 바깥 바다가 아주 조용하고 평화롭게 느껴진다.
엊저녁에는 흰 파도를 일으키며 한 가닥 할 것같이 나서던 바람의 기세를 보면서, 앞으로 며칠간의 항해는 그리 평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짐작을 했었다.
그러나 다행히 뒤에서 쫒아오며 불어주는 바람이라 파도의 높이야 제법 커지긴 했어도, 한 번씩 배를 앞서는 파도가 주갑판 위로 은근슬쩍 넘쳐주면서, 그걸로 오히려 출항할 때 제대로 못하고 떠났던 갑판 청소를 한 번씩 도와주는 형상되어 다가오곤 한다.
아침 여덟 시에도 바람과 파도의 강도가 그런 식으로 피크에 머물러 있더니, 다시 잦아들기 시작한 바람은 방향을 앞쪽 10 시 방향으로 틀어가고 있다.
스스로 변해진 풍향은 당장 자기를 따르는 너울을 만들 만큼 강력한 풍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 지금껏 뒤에서 앞으로 일고 있던 너울을 쓰다듬어 주듯 하고 있다.
그 역시 배를 힘들게 하는 패턴이 아닌 배와 같이 함께 하려는 모습으로 비치는, 바다 위에서의 이들이 어울려주고 있는 묘한 행운이다.
나의 기분은 이렇게, 바람과 구름과 파도와 햇볕이 주는 행운에 좌우되어, 그들이 잘 조화를 이루어 편안한 시간을 갖게 해주면 마음도 푸근하니 풀리며 모든 것이 잘 진행되는 분위기에 저절로 빠져들지만, 그중 어느 것 하나라도 정도가 지나친 환경으로 변하여 달려든다면 그만큼 고달픈 항해에 빠져 들곤 하는 것이다.
그들 간의 조화가 별로 일 때면, 초조감과 불안감이 교차하며 쓸데없는 지레짐작을 꺼내어 되풀이하다가 결국은 그 걱정의 쇠사슬에 나도 모르게 묶인 형국이 되어 걱정과 초조의 확대 재생산에 빠져 들곤 하는 것이다.
항로를 추천해주는 K.S Weather에서는 본선 예정에 맞추어 보내 주었던 항로 추천이 아직도 유효하다며, 앞으로 사흘간 만나게 될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다시금 알려주는데, 오늘 아침 8시까지가 가장 센바람이 불고 그 후는 앞바람으로 바뀌어 4-5 정도가 될 것이라 했다.
그렇게 오후 4시가 되었을 때, 실제로 만나게 된 기상 상황은 추천사의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힘의 세기는 오히려 예상치 보다도 편하게 마중하고 있다.
이렇듯 항로 추천사가 본선의 항해 완성을 위해 추천해 준 사항들이 믿음을 가지게 하며 다가왔을 때, 나의 기분은 흐뭇한 기쁨의 신뢰심에 빠져든다.
그렇게 쌓여가는 신뢰심이 있게 되면, 설사 예상에 좀 다른 부분적인 상황이 다가올 경우에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떨쳐 낼 수 있는 판단을 간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따금 햇빛도 보여주는 푸른 하늘이 빠끔하게나마 열려 있어, 더욱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더니 선속도 많이 올라 10.8 knots를 보여주고 있다.
어려움을 피해 가리라 작정하고 나타나 준 모습이라도 보여주려는 듯, 슬슬 올라가기 시작하는 스피드를 관찰하며 항해일 수를 줄일 수 있는 항해 완성에 다시금 기대를 걸어 본다.
늘 앞서가는 미리 당겨서 하는 쓸데없는 예상과 걱정에서 이번 항차만큼은 벗어나 보자! 새삼 결심을 굳혀 보려는데, 에이~ 그 결심 며칠이나 갈까? 또다시 들어서려는 걱정하는 마음, 마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