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피항 위해 이로(離路)함

선장의 결단이 필요한 항해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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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있는 저기압도 버거운 데 뒤 따라 올라오는 저기압은 더욱 신경 쓰일 만큼 큰 것인 모양이다.

본선의 항로에 대한 재 추천을 요청하였었는데, 그 답신이 왔다. 이틀 후의 12시부터는 굉장히 센 폭풍이 오는데, 그전에 유니막(Unimak pass)을 통과할 수 있으면 최대속력으로 달려가도록 하고 아니면, Shelikof Strait나 다른 가능한 장소에서 피항하는 것도 고려해 보라는 회신이 K.S Weather로부터 온 것이다.


현재 위치에서 앞뒤 모두의 거리를 재어본다.


유니막 패스를 빠져나가려면 320 마일이 남았는데, 현재의 속력 8 knots로는 40시간이 걸려 현재의 시간인 4일 21시에서 40시간을 더하면 6일 13시 그때는 이미 폭풍이 옆에 와있는 상황이므로, 먼저 통과하는 방법은 포기하고 피항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결정한다.


풍력계급 10-11이 예상되는 폭풍이라는데 안 그래도 이번 항차 유난히도 겁을 집어먹고 있는 상황에서 까딱 잘못되어, 그 바람에 붙들리는 경우라도 생기면 뚫고 나갈 일보다는 미리 피항하였다가 속항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배의 침로를 코디악 섬이 있는 북쪽을 향한 000도에 정침 하도록 조타 명령을 내렸다.

이제껏 요동치며 사람들 약을 올리던 배의 움직임이, 오른쪽으로 돌려주니 거짓말 같이 조용해진다.

이제 기름만 모자라지 않게 사용하여 가는 일만 남게 되는데 7일 11시까지는 그곳에 숨어있어야 하므로 그때까지 기름을 최소로 쓰고 견디는 일을 위해 기관장에게 피항 중의 예정사항들을 알려주며 기름을 체크하며 쓰도록 요청한다.


피항 결정의 전문을 작성하여 보내려는데, 마침 우리 배를 추월하여 유니막으로 향하는 배가 있다. 물어보니 일본을 가는데 그들은 그냥 항해를 계속하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전보를 보내려 왔던 통신장이 그 배와의 통화 내용을 듣고는, 우리 배가 너무 미리 겁을 집어 먹은 게 아닐까? 의구심을 내비친다.

황천과의 싸움에서 겁이 많다는 것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라며, 이일에는 겁이 많은 게-신중한 생각을 하는 것이므로- 좋을 수도 있다는 내 의견을 표명하며 결정한 대로 밀고 나가기로 한다.


남들은 이리저리 하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따라가지 않는가? 하는 가장 판단하고 결정하기가 까다롭게 비교되는 경우를 만난 셈이지만, 그 배는 사실 인정하기 싫지만, 이미 우리를 따라내어 앞서 나가는 형편을 봐서도 이틀 후 12시까지 충분히 유니막을 빠져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우리 배보다는 성능 좋은 배인 것이다.

그러니 본선의 사정을 감안해서는 정확한 판단을 했다는 신념을 가지고 두 번 다시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며 피항 항로로 들어 선 것이다.


예전에 급성 맹장염으로 시간을 다투는 조리장을, 또 한 번은 선수로 밀려온 파도에 휩쓸려서 크게 다쳤던 갑판장을 미국 해안경비대 헬기를 불러서 공수하여 보낸 경험이 있는 코디악 섬을 향해 이번에는 우리 배의 안전한 피항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알래스카 반도와 코디악(Kodiak) 섬이 마주 보며 만들어 놓은 Shelikof Strait 해협은 폭이 약 25 마일 정도 되므로 가운데에 위치해서도 양쪽의 해안이 보이지 않는 거리를 유지할 수가 있다.

그래 그 중간쯤(57-47N, 154-30W)되는 위치에 배를 멈추고, 빠르게 북동 진하며 바람을 몰고 있는 폭풍을 피했다가 떠나려는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폭풍우를 동반한 저기압은 이렇게 피항하고 있는 우리 배가 있는 곳을 가깝게 지나치면서, 오늘 밤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란 예상을 항로 추천 회사에서 보내오는 전보 속에서 감지하는데, 이곳 코디악 코스트가드에서 GALE WARNING을 계속 방송한다.

이렇듯 예정한 해역에 도착하고 보니 낮에는 맑고 잔잔했던 해면이었는데, 밤이 되면서 바람이 슬금슬금 불어오기 시작한다.

너무 풍조에 크게 밀리는 걸 방지하려고 할 수 없이 기관을 극 미속으로 사용하여 좀 더 위쪽인 해협의 가운데로 가게 한다.


시간당 기름 소모가 0.2톤이라 하여 좀 안심은 되지만, 그래도 3노트의 속력을 유지하며, 육지 쪽으로 밀리지 않은 해도 상에 머무르고 있어야 하는 경계 구역을 설정해주며, 현저하게 기상상황이 달라지거나 경계구역을 벗어나게 될 경우 즉시 보고 하도록 야간 지시 록에 기록 지시하면서 폭풍 피항의 첫날밤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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