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 고쳐주기

떠나기 전에 뭐라도 더 가르치고 싶은 마음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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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여학생 실습 항해사가 본선에서 실습을 시작한 게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건만 어느새 실습을 끝마칠 때가 다 되어 온다. 항해사로서의 실습다운 실습을 해주기 위해 얼마나 도와주려고 노력을 했나 살펴봐도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 큰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아쉬움과 미안함을 남게 한다.


무언가 우리 배에 승선했던 사실이 보람된 일로 남아야 할 것이 아니냐는 보상하는 심정으로 기억에 남을 수 있으며 살아가는데 작은 보탬도 될 수 있는 일 하나를 꼬집어 배워 줄 것이 없을까 궁리해 봤다.

유심히 실항사의 행동 패턴을 살피던 중 식사 시 젓가락질이 서툴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교정해 주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들의 주위에는 수저 잡는 방법을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거나, 열심히 지도해 주는 이가 없거나, 혼자서 배울 때 잘못 길들여진 습관에 손이 익어 결국 타인의 눈길을 불안하게 만드는 젓가락질을 하고 있는 사람을 의외로 많이 볼 수 있다. 실항사도 이야기를 들어 보니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젓가락 잡는 법 때문에 잔소리께나 들었다면 서도 고칠 생각이 없었거나 열의를 내어 고쳐주지 않은 부모 때문이던가 하여간에 잘못 길들여진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새삼스레 그런 점을 꼬집어 주니 부끄러운 마음에 황당한 표정도 지었지만, 우리 배에 와서 실습을 하면서 무언가 한 가지는 확실히 배우고 내린다는 의미를 부여받기 위해서라도, 젓가락질을 제대로 할 수 있게 고친 후 하선하는 게 바람직한 일이라고 엄포 아닌 엄포(?)를 놓았다.


좀 민망스럽고 부끄러운 일 인양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기쁘게 수긍하고 고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여기며 젓가락질의 시범을 보여주었다.


사실 한국 사람들의 젓가락질 솜씨는 예술의 경지요, 손재주의 극치를 이룰 수 있게도 만들지만, 늙어갈 때 치매에 걸리지 않는 비법 중의 한 방법이라고 논문을 쓴 학자도 있는 모양이다.


믿어라 하며 우리 집 막내아들이 말도 배우기 전에 이미 삶아서 껍질 벗긴 메추리알을 젓가락으로 찔러서가 아니고 공손히 들어 올려서 깨끗하게 입에 넣어 먹었다는 자랑을 자극을 위해 곁들여 주기도 했지만, 사실 그 말은 진짜로 있었던 우리 집안의 작은 일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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