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수를 절약합시다.
어쩌면 청수를 보태주는 빗물의 모습도 만나는 바다 위이지만....
문을 열고 갑판으로 나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보이는 건 모두가 물, 물뿐이다. 그 물의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차지를 하고 달리는 것이 배다.
이렇듯 물로 둘러 싸인 배 안에서, 물이 모자랄 것 같아 큰 일이라는 우려를 가지고 전 승조원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이따금 일장 훈시(?)를 해야 하는 입장이 참 얄궂다.
-배를 움직이는데 기름도 필요 불가결한 물건이지만, 물 역시 기름 못지않게 중요한, 필요 불가결의 물품입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우리 배의 청수 보유량은 268톤으로 아직은 괜찮지만, 이대로의 일일 사용량이 계속 유지될 경우, 궁극적으로 청수가 바닥이 나는 막다른 사정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가 된다면 배를 움직일 수 없다는 최악의 상태도 생각해둬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므로, 지금부터 사전 절수를 시작하여 위급한 경우에 빠지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아직은 청수의 보유량이 좀 되므로 모두가 절수를 염두에 두고 아껴 쓴다면, 입항 시까지 크게 걱정 안 해도 되겠지만, 지금같이 소모되는 양이 매일 늘어나는 추세에 비추어 보면 비상사태가 발생될 수도 있으므로 내일부터는 새로운 각오로 절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선 앞으로 사흘간 계속 소모량을 지켜보다가, 줄어드는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모든 청수 라인을 사정없이 잠가서 절수 통제를 시행할 예정이니 협조 부탁합니다.
-아울러 절수를 한다고 이야기한 날이 어이없게도 청수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날로 만들어지던 관행을 지금까지 여러 배에서 보아 았었는데 이번만큼은 그런 일이 발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절수를 위한 급박한 상황을 알리며 협조를 구하는 일장의 연설 아닌 연설을 한 후 오늘의 모임을 끝내었다. 이렇듯 절수를 할 수밖에 없는 급박함을 이해한다면, 참아가며 협조해야 하는데, 지극히 개인의 이기적인 생각에 빠져들어 미리 빨래도 해 두고 목욕물도 받아 둔다는 식의 행동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가 되어 절수를 시작한다고 공포한 날이 오히려 물을 제일 많이 사용한 날로 되는 경우를 지금까지 자주 봐오고 있는 것이다.
당장의 불편한 사항을 좀 참아서 혹시나 발생될지도 모를 더 큰 불편을 막아보자는 의도로 시행하려는 절수 행위에 대해, 이기심 많은 개인들은 이럴 때 더욱 얌체 짓을 자행하여 몰래 빨래도 하는 등 오히려 평소 안 하던 짓을 만들어 내어서라도 물을 더 쓰려고 하는, 한 두 명이 꼭 끼어있는 만남을 경험하였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절수에 협조하라고 이야기를 한 것이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는지 내일의 청수 소모량 조사 결과가 자못 궁금해지지만, 이번만큼은 무언가 달라진 형세와 만나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바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