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간에는 서로 소식 공유가 있고
일본 홋카이도의 에리모 미사끼(襟裳岬)등대의 옅은 휘광이 선수 쪽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북미주에서 알류샨 열도를 거쳐 태평양을 건너 극동을 향했을 때 일본에 들어서며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등대이며, 반대로 쓰가루를 통해 태평양으로 빠질 때도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등대 불빛이기도 하다.
새벽 다섯 시에 에리모 미사끼 등대를 오른쪽으로 두고 통과하며, 266도로 변침 하니 드디어 쓰가루 해협으로 다가서고 있다. 오른쪽으로 홋카이도를 가깝게 가지며 몇 시간을 더 열심히 달리면 왼쪽의 혼슈 북단이 나타나며 그때부터 양안을 모두 보며 그 사이에 있는 쓰가루 해협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권 항법으로 미주지역을 가려면 이곳을 빠져나와야, 시작되며 반대로 미주지역에서 우리나라로 올 때의 가장 최단의 항로 역시 이곳을 지나서 동해로 진입해야 하는 것이다.
주니어 사관 시절 이곳을 지나다닐 때 일본은 이 바다 밑으로 혼슈(本州)와 홋카이도(北海道)를 잇는 해저 터널인, 靑函 Seikan Tunnel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1964년부터 조사 갱의 굴착에 착수하여 1971년에 조사를 완료했고 동년 11월 14,15일에 홋카이도의 가미이소 군[上磯郡]의 유리[湯里]와 혼슈의 아오모리 현[靑森縣]의 하마나[浜名]에서 각각 기공되어 두 곳을 잇는 총연장 53.85㎞(해저 부분 23.3㎞)의 본격적인 굴착공사가 시작되어 1988년 3월에 개통되었다.
장장 24년이 걸린 공사를 이곳을 지날 때마다 궁금증을 가지며 지켜보았었는데, 막상 완성된 후에 예상한 만큼의 이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도 혼슈와 홋카이도를 잇는 철도의 손님이 이 터널보다는 페리선을 이용한 환승에 더 호감을 갖고 있는지, 이곳을 통항할 때마다 몇 척의 페리선과 조우하여 항법대로 항행하면서 주의하는 경우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이곳의 항해가 필연인 항로를 다녀야 하는 나로서는 그 터널의 완성으로 페리선의 용도가 폐기되어 우리들이 이곳을 통항하며 갖는 귀찮은 페리선과의 항법 항해가 없어져 주기를 은근히 바랬는데 아직도 페리선이 다니고 있는 거다.
오늘 밤중으로 이곳을 빠져나가면 곧 동해 바다로 들어서기에, 어쨌거나 집에 다온 것 같은 기분을 가지며 쓰가루를 향하고 있다. 그런데 서풍의 바람이 예사롭지 않게 세게 불어와서 4-5 미터의 파고를 이루며 배를 흔들어 주니, 육지 사이의 바다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외해에서 큰 바람과 큰 파도를 만난 것 이상으로 겁을 주려한다. 기상도를 봐도 특별히 바람이 셀 이유는 그저 등압선의 기압 경도가 좀 촘촘하게 이룬 것을 보여주어 몇 시간 그러면 될 것이라로 짐작하고 있었는데 거의 하루 종일을 그렇게 시달리게 해주고 있다.
집에 전화를 걸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일항사더러 자기네 집으로 전화를 걸어 달라고 하더라는 일항사 부인의 전언까지 전해준다. 아무래도 아직은 신혼인 일항사의 집에서는 매사가 궁금한 남편의 소식을 그 상사의 집인 우리 집에 물어보는 게 제일 나아 보였던 모양이겠지.
캐나다를 출항한 후 지금까지 연락이 없이 이어져 와서 소식을 매우 궁금해하며 걱정이 되어 안달을 하더라는 이야기를 덧붙이는데, 아내는 일항사 부인의 연락을 며칠 전 받아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옛날 생각도 많이 하였던 모양이다. 가족 간에는 이렇게 선원들 간의 유대 보다도 더 진한(?) 인연의 끈이 연결되어서, 알고 싶어 하는 집 떠나 있는 가족의 안부를 공유하며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 생활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긴 시간을 배와 가족 간에 연락 없이 지내면, 가족들 간의 연락이 이렇게 활성화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사실 선원들은 그동안 전화를 할 마음의 여유가 없도록 계속 다그치듯 달려들던 황천에 맥이 빠져있었던 셈이라, 전화하려는 마음 갖기도 힘들었던 것 역시 현실이었다.
아울러 미주 지방으로의 항해는 동서 간의 항해이므로 시간의 변화가 심하여서(주*1) 호주항로 같이 남북으로 다니는 항로보다는 선박과 집안간의 시간대에 많은 시간차가 있으므로, 접촉할 수 있는 같은 시간대의 공유가 힘든 것도 전화를 자주 못하는 한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일항사를 선내 방송으로 찾아 부인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당장 집에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해보라는 뜻이다.
주*1 : 지구 상 지방 시간의 공유는 남북으로 뻗은 경도가 기준선이 되므로, 동쪽이나 서쪽으로 달릴 경우, 이 경도선을 15도씩 건널 때마다 한 시간씩 달라지는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