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기간이 결코 무의미한 일은 아니란 거지
미국 뉴욕에서의 막내
아침이 되어 전화를 기다리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 무슨 큰일이 생겨서 휴가에 차질이라도 생겼는가? 궁금함이 걱정으로 변해하고 있는데 현관문을 불쑥 열고 막내가 들어선다.
-어제 온다더니 연락이라도 하지 그러고 있었니?
반가우면서도 연락 없어 초조해하던 심정에서 한 말씀 볼 멘 소리를 하니,
-화요일 날 온다고 하였잖아요?
하며 쳐다본다.
차질이 생긴 소식을 모르고 기다리던 우리 가족들의 잘못된 상황 때문에, 대한민국 사내자식들이 군인이 된 후 첫 휴가를 나오면, 당연히 보여주는 “단결”이니 “충성”이니 하는 부대 구호와 함께 부모에게 붙이는 기압이 빳빳이 든 첫 경례도 보여하지 못한 채 녀석은 이미 마루로 올라섰던 것이다.
그리고는 병영생활에 대해 힘들지 않은가? 묻는 가족들에게 자신과 같이 근무하고 있는 선임자인 상병이 집에 휴가 다녀와서 해 준 남의 휴가 갔다 온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런 말을 하는 녀석을 보니 많이 의젓해지어 역시 <사내라면 군에는 꼭 갔다 와야 해> 하는 일반적인 통념이 맞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있다.
그 상병은 집에서나 어디서나 보호받기만 하고 스스로 하는 힘든 일이 없는 귀여움만 받고 살던 친구였단다.
휴가의 기쁨으로 한창 쉬고 있을 때, 방안의 형광등이 끔벅거리기 시작했단다.
상병은 형광등 전구를 갈아 끼우려고 스스로 팔을 걷어 부치고 한창 작업 중이었는데, 그 장면을 본 엄마가,
-여보! 여보! OO가 형광등을 갈아 끼우고 있어요.
하며 아버지에게 이야기하니 쉬고 있던 아버지까지 옆에 와서 일하는 전말을 구경하고는,
-야, 우리 OO 참 대견하구나! 이거 파티라도 열어 줘야지.
하였단다.
그리고 진짜로 온 식구가 달라진 OO의 모습을 축하하는 걸쭉한 파티를 열고 축하해 줬다는 이야기를 휴가에서 돌아와 하드라며 웃는다.
자신은 그런 것쯤은 이미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며 하는 이야기로 보인다.
어쨌거나 그 상병은 군대 입대 후의 병영 시간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고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좋은 시간이 된 싹수를 보여준 좋은 예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이런 이야기를 좌석의 분위기에 맞춰서 꺼낼 수 있는 안목이 된 막내도 군대 갔다 온다는 의미의 플러스적인 측면 즉 군 복무 시간이 인생에 보탬 없는 시간은 결코 아니다.라는 점을 부각하는 일을 한 걸로 여겨진다. 녀석은 그러나 우리 가족들이 첫 휴가 기간을 같이 지내야 하지 않겠냐는 바람도 저버린 채 친구들을 만난다고 외출을 나가고 있다.
친구 밝히기는 군에 가기 전에도 있었던 버릇 중의 하나였지만, 어찌 보면 그때 보다도 더 심해진 친구 앞세우기 형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