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진짜 연가는 시작되지만
벌써 연가를 발령 받으며 내린 지도 일 주일이 지났고, 내리자 마자 받기 시작한 한바다 연수원에서의 연수 직무 교육은 오늘로 무사히 끝이 났다.
회사가 시행한 이번 연수교육은 해상직원들의 해상에서의 업무를 원활히 하기 위한,직무에 따른 실력보강을 위한 교육으로 이 기간은 연가기간 중이었어도 연가로 치지 않고 특별대명기간으로 셈을 하여 주고있다.
따라서 유급의 연가기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므로 내 수입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긴 해도 하선하자 마자 바쁘게 교육에 배당하는 걸 보며, 아무래도 예전과는 다른 빡빡한 분위기에 위축 당하며 참가했던 연수교육이었다.
같이 교육을 받는 사람들 모두가 나보다 젊은 사람들로서 힘을 써야하는 일에서도 뒤로 쳐져야 하고, 머리를 써야하는 일에도 회전이 늦어 뒤떨어짐을 스스로 느끼는 조금은 처량한 신세라고 자조하는 경험도 가지며, 어쨌거나 그 직원 직무교육을 끝마친 것이다. 시인 선장인 김선장이 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받았다며 우수상을 받았다.
혹시 회사가 나이든 사람들을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퇴출시키기 위한 작업을 하면서 미안한 심정에 그런 식의 배려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어보는 내 옹졸함을 발견하며 씁쓸한 마음이 인다
허나 이번 교육을 받던 때인 지난 29일에 회사의 관리, 영업 쪽의 이사들이 거의 모두 퇴출 당하는 일이 있었다. 법정관리중인 우리 회사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강도 높은 인원 감축을 더 해야 한다는 법정의 시각에 맞추기 위해서라면, 해상에도 그런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으니 그런 식의 의심의 눈길을 너무 탓하기도 그렇다.
연수원에서 며칠 같이 지낸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가기 위한 버스에 올랐다.
달리는 차창 밖을 어떤 부동산 회사에서 내걸은 <별장지역 대지 700 평 5억 원>이라는광고가 보인다.
내용대로라면 평당 71만 원 정도의 땅이라는 이야기인데 이런 첩첩산중에 그런 가격의 땅이라는 건 너무 비싸게 부풀려 놓은 것으로 여겨짐은 별장은 아니라도 -노후를 전원에서- 이고 싶은 마음에 큰 짐을 지우는 형편으로 다가선다.
내 마음에 구애받거나 아랑곳할 필요가 없는 버스는 구불구불한 길을 빠져 나와 어느새 대성리역 앞을 지난다. 원하는 곳에 내려 주겠다는 담당자들의이야기를 듣고 어디서 내려야 집에 빨리 들어갈까를 생각해 본다.
대부분의 연수받은 동료들은 부산등지에 살고 있으므로 아예 서울역을 향해 가게 정해준 버스다. 차가 올림픽 대로를 달릴 때 나는 내려 달라고 청을 넣었다.
사실 정거장이 있는 곳이 아니라 지나치는 차들을 조심스레 살펴가며 내렸다.안전하게 강변의 고수부지로 내려서서, 처음으로 지나가 보는 지하도를 통해 잠실 올림픽 스타디움의 뒤쪽에 다달아서 택시를 잡아 타고 집으로 향했다.
무사히 연수를 끝내어 집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이제부터 진짜로 연가를 쉬는구나! 하는 기대가 부풀려지니 바빠지는 마음에 택시를 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