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통신사 직급 퇴장

해상에서 전문 통신사의 퇴장

by 전희태


C7(2850)1.jpg 모스 전건(인터넷에서퍼옴).


한 때는 선박과 육상 또는 선박 간에 통신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던 통신사들의 손 때가 묻은 모스 키. 이제는 실제 사용에는 필요 없는 물건 되어 유물로 남아 버렸다.


선장의 직책이야 그저께 내려오자마자 곧 교대했지만, 금년부터 아예 승선하는 티오 자체가 없어지는 통신사의 직책도 인계받아야 하는 일로 남았다.

이미 선박 통신사라는 자리는 전 세계에서 없애 버리는 직책으로 예보된 일이었지만, 우리 배에서는 이번에 내리는 통신장을 마지막으로 없어지게 된 것이다.


거의가 다 새로운 통신사 면허(주*1)를취득한 항해사들이 인계받아야 하므로, 후임자 없이 하선하는 통신장으로부터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이지만, 내가 인계인수받느라고 지난 사흘을 바쁘게 지냈다.


지금까지 통신사가 하던 대외 사무직인 입출항 수속 등의 일이나 서류 정리 등은 선장으로서 그동안에도 같이 해오던 일이니 별 어려움 없이 이해되는 일이지만, 통신사가 가진 기술로서 지탱해 온 일들은 새롭게 챙겨야 하니 좀 버겁기도 하다.


인건비의 상승으로 인원 감축이 필연적인 해상 인원에 대한 세계적인 대처 상황은 선상에서 통신사를 없애는 일로 통일되었는 바, 그럴 수 있는 이유 중에 괄목할 만한 통신 관련 업무의 발달이 손꼽히는 원인을 제공하였음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선박 내 어느 분야 보다도 통신과 관련된 업무가 가장 앞서 나가는 분야로 발달하였기에, 누구나 통신 기기의 기본적인 취급 방법만 알면 쉽게 통신을 할 수 있는 일로 판단하여, 지금까지는 고급 인원이 하던 일을, 겸직할 수 있는 기능 인원으로 대치하는 물갈이를 하게 된 것이다.


MORSE 부호를 이용한 무선 통신이 1844년 발명자인 모스에 의해서 워싱톤과 볼티모어 사이의 전신 연락에 최초로 사용된 후, 한 때는 사람들이 발명한 일 중에서 아주 탁월한 일로 손꼽아 주던 일이 되였었지만, 이제 겨우 150여 년이 지나면서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역사적인 유물로 사라지는 형편이 된 것이다.


유, 무선 전신 모두가 직접적인 음성 전달로 얼마든지 의사소통이 될 수 있으니, 구태여 돈 쓰(. - )하는 식의 부호를 힘들게 외워서 통신을 하는 구식의 전문적인 공부는 필요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지? 하는 마음이 들어 고소를 금치 못하는 요지음의 내 기억 상태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니 은근히 겁도 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데 나라고 못 하겠어? 하는 오기가 발동되어 큰 걱정은 안 한다.


제일 중요하게 인계받은 것은 회사를 상대로 e-mail 통신하는 것으로 설명을 듣고 직접 해보았지만, 돌아서 몇 발짝을 걸은 후 다시 해보려 하면 이미 잊어버린 상태 같아 은근히 걱정하는 것은 나이 든 소심증 때문이리라. 그래도 막다른 골목 코너에 몰려진 기분이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각오를 갖고 달려들어 일을 하니, 평소보다는 잊어버리는 양이나 확률이 낮아지고 있다.


이번 교대 같이 선박 통신사에 대치 교대할 때 법적으로 필요한 GOC 면허(주*1)는 이미 따 놓고 있었지만, 어찌 보면 그건 법을 충족시키기 위한 자격 요건을 만들어 둔 상황일 뿐이고, 실무에 대해서는 그간 같이 근무하던 통신사들의 일을 어깨너머로 보며 이해하고 있던 경험들이 겁 없이 앞으로 나서게 하고 있는 셈이다.


어쨌거나 선박 내에서 선박 통신사의 단독 직무를 없애 버리는 일은 선내의 인원 배치의 전통을 바꾸는 커다란 사건이 아닐 수 없기에, 지금까지 통신사로 승선하던 사람들의 기득권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특단의 조치(주*2)도 있다.


주*1 : 항해사들이 취득해야 하는 통신 관련 면허의 종류.

GOC (General Operator's Certificate: 일반 통신사 증명서) =전파 전자급 3급 통신사 자격.

ROC (Restricted Operator's Certificate: 제한 통신사 증명서)=전파 전자급 4급 통신사 자격.

이는 아래의 세계적인 규칙과 협약에 의거하여 선내에서의 통신사 면허가 요구되는 바, 그 충족을 위해서는 선장인 나도 기필코 새로운 통신사 면허를 따야 했던 것으로 어차피 상위의 면허가 필요하므로 ROC를 취득한 후 이어서 GOC도 다시 도전하여 가지고 있었다.


첫째 : 세계 무선통신 규칙(RR:Radio Regulation)에 따라 모든 무선국의 무선설비는 무선종사자에 의해 취급되어야 한다.(선박도 단독의 무선국이요 무선 설비이다)


둘째 : 선원 훈련 자격증명 및 당직 유지의 기준에 관한 협약(STCW: INTERNATIONAL CONVENTION ON STANDARDS OF TRAINING, CERTIFICATION AND WATCH-KEEPING FOR SEAFARERS)에 따라 선장, 항해사, 운항장 또는 운항사로 승무 하고자 하는 자는 당해 직무와 관련한 해기사 면허 외에 4급 이상의 통신사 면허를 갖추어야 한다.


주*2 : 통신사(장) 직급을 없애면서 이들에게는 항해사의 면허를 취득하여 계속 선원으로 승선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고, 항해사들은 상기 두 가지 통신사 면허 중 한 가지를 취득해야만 항해사로서 승선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선내에 GOC 면허를 가진 사람이 한 사람 이상 꼭 있어야 하는 규정이 있어 선장이면 GOC 면허를 취득하고 있어야 유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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