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가 정겨운 이유
저녁 식사 후 모두가 모여서 텔레비전 화면을 지키던 자리에서 소파에 편한 자세로 있던 아내가 배가 아픈지 손으로 배를 살살 문지르면서 일어서더니 “내배때기 아프네” 하는 말을 혼자 중얼거린다.
무슨 말투가 저래? 하는 의아심으로 힐끗 쳐다보는 순간, 아내는 이미 화장실을 향한 급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어 무어라 말을 더 붙일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완쾌 판정으로 건강한 몸이지만, 아내는 대장암이란 병으로 인해 대장을 거의 다 들어낸 몸 상태이기에, 음식을 먹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살살 뒤틀리는 듯이 아프며 변의를 느끼게 되었고, 결코 보통의 건강한 사람들이 무심하게 갖고 있는 변은 아예 볼 수 없는, 언제나 설사를 하는 형태의 아주 불편한 생활에 몸을 익혀 가는 과정에 있던 중이었다.
그때에도 저녁 식사 후의 포만감이 절로 배변의 용의를 만들어 내어 혼자 급하게 화장실로 향하며 그 사항을 알리듯 혼자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아내가 바쁘게 나가며 뱉어 낸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찬찬히 음미하듯 띄어쓰기를 바꿔가면서, 사투리란 점도 감안하면서 입속으로 읊어 본다. 그러다가,
-내 배 대기 아프네.
라는 경상도식 사투리로 완전한 풀이가 되어 나왔다.
-내배때기 아프네.
라고 들었던 것은 사투리 말을 띄어 발음하는 것이 좀 헝클어지고 센 발음이 되면서 그리 된 거로 유추해 놓은 것이다.
화장실을 다녀온 아내에게 그 말을 하고는 진위를 물으니, 내가 짐작한 것이 맞는 말이라 모두들 한바탕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러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사분이 조포 되었네.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한번 물어보며 다시 웃을 준비들을 한다.
요즘에는 환경단체들을 통해 폐식용유로 환경 친화적인 세탁비누를 만들어 쓰는 경우도 많지만, 예전 가난하여 물자도 풍부하지 못한 채 힘들게 살던 시절에는 잿물과 합성하여 빨랫비누를 만들어 쓰던 세월도 있었다.
이런 세탁비누는 물에 금세 녹는 약점을 가지고 있어 사용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
그러던 세월이 좀 나아져 말표 세탁비누 등의 이름을 가진 여러 가지의 비누가 공장에서 대량으로 나오기 시작하였고. 허여 멀끔한 이런 비누를 사용하다가 물기가 묻은 상태를 그대로 방치 해 두면 배어 들은 물기로 인해 비누가 흐물거리는 게 마치 두부 같은 모습으로 변하는 걸 볼 수 있었는데 이럴 때.
-사분이 조포 되었네!
라는 말을 했던 것이다.
사분은 비누를 말하는 것이고, 조포란 두부의 경상도 사투리이므로, 물기를 흠뻑 먹은 세탁비누의 모습을 두고 풀이한 사투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