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부장의 전화를 받고

인생사 기쁨과 그늘과 또 그 사이

by 전희태


황혼의선수3.JPG 내일의 해를 예약하며 서쪽으로 넘어가는


생각지도 않았던 시간에 선단의 J 차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 배가 속한 같은 선단이긴 하지만, 세분된 담당이 달라 내가 타던 배와는 관계가 없는 상황인데 전화를 받게 되니, 처음에는 지지직거리는 무선전화(휴대폰)의 소음 때문에 귀를 곤두세우며 웬 전화지? 하는 마음부터 들었다. 하지만 계속 전해 주는 소식에서 그가 내가 책임 선장인 배가 속한 팀의 팀장으로 전보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그의 직책이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하였다는 기쁜 소식마저 전해 준다.


그동안 차장이라 부르던 호칭을 당연히 부장으로 바꿔서 축하해 주려고, 그의 이야기를 잠깐 끊어낸 후,

-부장님 승진 축하해요!

큰소리로 내 맘을 전해주었다.


일방적인 소식으로 전해진 통화의 내용으로 회사의 해사본부가 확 뒤짚히다시피 인원이 바뀌어진 것이며, 당장 나의 승선에서 관계될 부서의 담당 인사를 설명해주며 재승선을 위한 통고도 겸하려고 전화를 걸어온 것이라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껏 내 주위의 육상직 친구들이나 명퇴를 생각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로부터 종종 들어오던 선박직의 승선 정년에 대한 나이를 물어왔을 때를 떠 올려본다.

그럴 때마다 좀은 어깨에 힘을 주고 약간의 뽐내는 기분조차 가미하며 떳떳하게 <62세요.>라고 웃으며 이야기해왔었다.


그랬던 나이의 제한이 어느 날 58세로 규정을 바꾸어 우리들의 기운을 쏙 빠지게 하더니 그래도, 당장 그로 인한 불이익을 당할 사람들에게는 60세까지 보장해준다는 결정이 병 주고 약도 받는 기분으로 다가와 있는 형편이 되었던 것이다.


믿었던 회사 사규의 정년이 그렇게 허물어지며, 나의 패기를 움츠려 들게 하더니 이번 육상에 불어닥친 구조조정의 바람은 해상에서의 이런 움직임에 이어서 강타한 대단한 바람으로 여겨진다.


그러니 J부장이 전해주는 이번 인사의 패턴이 대규모로 후배들이 솟아오르고 그보다 위의 기수들은 있었던 자리를 떠나야 하는 타 전문직 육상의 인사 발령과 많이 닮아간 일종의 인정 안 할 수 없는 인사 파동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전화를 해준 J부장도 그렇지만, 또 다른 남게 된 사람 중 한 사람인, 나를 담당할 직속 육상 부서인 선단장에, 어쩌면 같은 선단장이지만 한 단계 승진한 선단장 이랄 수 있는 우리 선단의 선단장으로 전보되어 부임한, P부장의 소식도 들어 있다.


두 사람 모두 10여 년 이전부터 나와 같이 즐겁게 승선한 기록을 가진 사람들이니 좋게 이야기하면 나의 배경이 되어줄 수 있는 인맥의 인물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 그나마 이번 인사발령을 받아들이는 내 지극히 개인적인 마음에 일말의 위안으로 다가온다.


사실 육상의 자리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해가 면허를 가진 사람들이면, 일단은 배로 승선하는 해상 직 발령으로 인사 조치를 하여 그 육상 자리를 그만두게 해왔다.


어쩔 수 없어 보이는 그런 인사 패턴은 나와 같이 일생을 처음부터 바다와 배에 승부를 걸고 일하는 사람들에겐 자신들의 일터가 겨우 육상에서 명퇴되어 밀려나는 사람들로 메워질 수 있는 그런 자리밖에 안 되는가? 하는 자조 섞인 마음을 들게 하여 섭섭한 앙금같이 우리들에게 남게 되는 경우이기도 했다.


그런 점을 역으로 발상 하여서, 우리들의 자리가 호봉이 높고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고 명퇴를 종용당하는 그런 경우는 벗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아전인수의 생각을 억지로라도 가져 보기도 한다. 아니 그렇게 좋은 상황으로 믿고 싶은 것이다. 이미 정년의 축소로 그런 위안도 막히게 되어버렸지만.....


어쨌거나 해기 면허라는 국가 기관의 면허로 일을 꾸려가야 하는 전문직이니, 함부로 어쩔 수는 없다 하더라도, 조만간 무슨 이야기가 다시 일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슬그머니 들어서는 하루였다.


재승선을 하기도 전에 이런 정황이 발생하는 걸로 봐서 어쩌면 금년이 해운계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는 한해가 될 거라는 짐작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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