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이 찾아 올 무렵의 심정
신사년을 나타낸 홍콩의 우표( http://blog.daum.net/osiris77에서 퍼옴.)
별로 뒤돌아 볼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한 채 그저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 지금까지 이어져 어느새 신사(辛巳, 2001 년) 새해의 아침이 밝았다.
엄밀하게 음력 날짜로 이야기하면 아직은 경진년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지만, 달력은 양력 1월의 모습을 이미 신사년으로 밝히며 벽에 걸려 있으니 덩달아 사주팔자(주*1)의 앞의 두 자를 신사로 받아 든 셈이다. 나머지 여섯 글자는 내 생일이 되어야 채워지겠지만...
-너는 겨울잠을 자는 뱀에게는 알 맞는 시절인 음력 시월 스무 날, 뱀 해에 태어났지.
라는 말을 언젠가 말귀를 알아들을 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어머니로부터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내가 그렇게 태어났던 해가 신사년이란 연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문자를 알게 된 그 후였고, 바로 그 해 그 날(12월 8일) 내가 태어날 때에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달력을 들여 다 보며 맞이한 이 해가 또 신사년이란 연호를 갖고 있다는 걸 확인하며, 아하! 나 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하는 씁쓸한 것도 같고 환희 같기도 한 하여간 묘한 기분에 젖어드는 날이 온 거다.
흔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환갑이란 세월의 나이를 갖게 하는 햇수가 어느새 돌아와서 나를 찾아온 것이다.
요사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시 승선할 준비를 위해 하나 둘 해가고 있는 거다.
그중에서도 전 국민 모두가 나보다는 훨씬 잘하는 듯 한 느낌을 주게 만드는, 그래서 혹시 세상사에 형편없이 뒤떨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만들게 하는 컴퓨터로 하는 일, 인터넷에 열심히 접속하는, 훈련을 쌓고 있는 중이다.
친우 K군과 또 다른 고교 동창인 S군에게 연락을 하며 연하 전자카드를 교환하는 일도 해보았다.
마치 새로 태어나서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 마냥, 기쁜 마음으로 행하 기로 하며 그야말로 환갑이 다시 태어난 때로 돌아가는 기분을 유발하는 뜻으로 굳어지기를 바라며, 금년 한해를 새로운 전기로 맞이 하려는 의지를 천명하고 싶은 거다.
주*1 : 사주팔자(四柱八字) 사람의 태어난 연월일시의 간지 여덟 글자를 뜻함. 예를 들어 ‘갑자년, 무진 월, 임신일, 갑인시’에 태어났다면, 갑자, 무진, 임신, 갑인의 여덟 글자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