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정리가 우리의 삶이기에...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우리 동네에 있는 터널 길
호남지방은 대설 주의보가 내려지고 부산도 눈보라에 휩싸여 있다는 소문이 들리는 가운데 일분일초가 아쉬운 가는 시간에 눈을 흘겨가며, 선실을 서성거리고 있다. 이제 시간은 바야흐로 아내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때가 다가왔다는 의미를 뜻하기 때문이다.
당초 상경하는 교통편은 아내가 자신의 언니를 만나보고 집으로 간다는 계획이 있었기에, 언니네와 중간 지점이 되는 대구까지는 버스로 가서, 승용차로 오는 언니를 만나고 난 후, 거기서 기차나 버스로 집에 가겠다는 예정을 가지고 있었다. 교통 편도 어려운 편이 아니라 차 타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고 있었다.
헌데 기상 상황이 악화되어 대구 경산에도 눈이 많이 와서 만나기로 한 대구로 차를 몰고 가기도 어려우니 자매 상봉은 다음으로 미루자는 연락이 처형으로부터 온 것이다. 그런 변경의 전화 연락을 받으니, 포항에서 새마을 기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되어 기차표를 예매하려고 했다. 어느덧 아침 11시가 다 되어서였다.
그런데 토요일이고, 날씨로 인해 비행기도 결항한다는 소문이라, 기차표 구하기가 이미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할 만큼 어려운 상황으로 변해 있었다.
역에 전화 걸기는 애초에 틀린 일 같다. 계속 통화 중의 음이 울리는 것으로 봐서 수화기를 그냥 내려놓고 있다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마침 우리 배의 출항 준비를 위해 본선에 와 있던, 포항 지점의 직원에게 아무래도 현지인의 예매가 외지인보다 좀 쉬울 거라며 기차표 예매를 다시 부탁해봤다.
한번 해 보겠다며 역으로 나간 직원을 기다리고 있던 조마조마한 마음속의 두 시간은 기차표를 못 구하면 어쩌나 하는 근심으로 일이 손에 안 잡힐 정도이다.
내려올 때 이용한 직행 고속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거쳐 가는 중간지점들에 눈이 많이 온다는 뉴스에 혹시나 하는 위험상황이 상상되어, 고속버스표를 살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선장님, 차표를 구했습니다.
내 심정을 이해하고 있든 직원은 어렵사리 표를 구하자마자, 전화연락부터 해주는 배려를 보여준다.
-어이! 고마워요. 다음번에 포항 오면 한잔 살 께!
이제 무사히 아내가 집에 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니 휴우~ 안도의 한숨을 삼키며 여유로운 농담도 해보지만, 다음에 한턱 꼭 내야 하겠다는 그 심정은 진짜이다.
직원이 전해 준 차표를 챙겨서 역으로 나갔다. 1550시에 기차는 아내를 태우고 포항을 떠난다. 경주까지 거쳐서 서울을 향하는 기차이다.
한참 후 기차에 몸을 실은 아내가 처음으로 걸어온 전화에서는 좌석번호가 2번이라 통로의 맨 앞자리가 되어서 화장실 냄새가 고스란히 풍겨 오기에 다른 빈자리로 옮겨 앉아서 가고 있단 소식이다.
-그렇게 빈자리가 많은데 왜 표 사기가 힘들었을까?
하는 의문을 이야기하며 물어보았다. 아내도 모르겠다고 대답을 했는데 다음 역에 도착하며 이유가 밝혀졌다.
출발지에서 표를 다 팔면 중간 기착지에서는 모두가 입석이 되므로 그런 점을 방지하기 위해 중간 기차역에도 미리 일정량의 표를 배정하므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다음 역인 동대구에 도착하니 좌석표를 가진 손님들이 대거 나타나서 자리를 찾아 옴으로서 그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동대구에서 그 빈자리를 다 메우는 손님의 승차로, 앉았던 자리를 내주고 할 수 없이 식당차로 자리를 옮겨 식사를 하며 달리는 중이라는 이야기가 두 번째의 전화 통화 속에 들어 있었다.
그래도 표를 구하였기에 어렵사리 집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이 그런 모든 어려움을 어려움이 아닌 일로 받아들이게 하니, 혹시 눈이라도 오고 있다면 눈꽃 열차라도 타고 가는 양 기분을 내라는 이야기를 응원 삼아 보내주었다.
이제 밤이 지나 새벽이 되면 나도 포항을 떠나 호주의 뉴캐슬을 향한 항해에 들어설 것에 대비하여 사전 준비를 시작한다.
기차 속의 아내는 종종 통화를 해오며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일을 밤늦은 시간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 주었다. 내일 새벽 우리 배가 출항하여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번에는 내가 전화를 걸어주어야 할 차례로 역할 분담이 달라질 것이다. 통화권역을 벗어날 때까지 수시로 아내에게 위치보고를 하는 식의 휴대폰 통화를 하는 걸로 역할이 바뀌어 질 거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