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의 항해 때는 꼭 닫아주는 창문 커튼
변의를 느끼어 잠에서 깨어나 잠시 정신을 추스른다. 잠자리에 들면서 불을 끄고 난 다음에 열어 놓았던 창문 커튼 사이로, 새벽의 어슴프레 한 빛이 흘러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결코 밝은 빛은 아니다.
사실 그 커튼은 밤중에는 밖으로 새어 나갈 수 있는 불빛을 방지하려고 무조건 쳐두어야 하는 것이지만, 나는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운동을 하러 밖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는가를 확인하거나, 또 밖의 상황이 갑판을 산책할 정도로 어둠이 물러났는가 도 알아볼 겸해서 잠자리에 들 때 불을 끄고 나면 즉시 커튼을 벗겨 놓아주곤 하고 있다.
국제 충돌 예방법에서는 선박이 항해 중일 때 항해등(航海燈) 이외의 불빛이 새어 나와 항해등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모든 등화나 불빛의 새어나감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나의 커튼을 젖혀 두는 준비가 어쩌면 위법(違法)을 조장하는 일일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을 처음 하게 된 동기는, 인도네시아 카리만탄(보르네오) 서부를 항해하다가 해적의 내습으로 내 방이 습격당한 일을 만나고부터 더욱 지켜가는 일이 되었던 것이다.
그들 조그마한 체구의 큰 칼을 들고 있던 다섯 놈들은 나의 방에 침입하여 자고 있던, 나를 깨울 때 침실의 불을 밝히며 위협의 행동을 시작했었다.
그때 만약 침실의 커튼이 걷어져 있었다면 갑자기 앞쪽으로 새어 나오는 항해등을 방해하는 불빛이 새어 나옴을 본 브리지에서 즉각 내 방에 이상함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심정이 그런 습관을 만들어 놓는데 일조를 거든 것이다. (말인 즉 한 밤중에 침입자들이 내 방에 들어서며 불을 밝혔을 때 창밖으로 새어나가는 느닷없는 밝은 불빛을 보고, 브리지의 당직자가 얼른 이상 여부를 알아보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침대에 들면서 일부러 앞쪽의 커튼을 다 열어 두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벗어 두었던 실내화를 찾아 신고 화장실 문을 여니 그 내부에 켜져 있던 실내등 불빛이 침실로도 흘러들지만, 그 각도가 직접적인 불빛으로 침실의 벗겨 놓은 커튼 너머로 새어 나가 선수 쪽 창밖을 밝히기에는 모자라고 있어, 브리지에 이상한 느낌을 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밤새 부풀어 있던 방광을 비워내어 시원한 배설의 쾌감 속에 돌아서 나오며, 지금 몇 시가 되었을까를 짐작해보지만, 아직 일어날 시간은 되지 않은 것으로 짐작이 된다.
마침 손목시계는 배터리가 다 되어서 정지하고 있기에 확인을 위해서는 사무실에 있는 선내 시계를 보아야 할 것 같아, 침실에서 사무실로 나가는 방문을 살그머니 연다. 그곳은 항상 불이 밝혀져 있는 곳이다.
침실 문을 활짝 열게 되면 사무실의 불빛이 그대로 침실을 관통하여 젖혀진 커튼 넘어의 창을 빠져나가 외부로 뻗어나가기 때문에, 그 불빛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문을 최소로 조금만 열어주면서, 한쪽 눈만으로 시계를 볼 수 있는 빠꼼한 틈새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아직 3시 10분밖에 안되어있다. 일어나겠다고 작정하고 있는 4시 30분에서 5시 사이까지 와는 한 시간 20분에서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남아 있다는 걸 확인하며 침대로 돌아가 좀 더 눈을 부치기로 한다.
잠시 밝은 불빛에 노출되었던 눈이 다시 어둠에 익어가니 침대 머리맡에 있는 형광등이 꺼져 있으면서도 전기가 조금은 통하는지 얼룩지는 뿌연 빛으로 구불랑 거리는 무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깜깜한 방안의 커튼 뒤의 선수 쪽 창을 통해 인기척을 전해주듯 방안의 어둠과는 다른 느낌의 어둠도 스며들고 있다.
마침 기관실 당직자가 새로운 일을 시작한 모양이다. 7번 홀드 아래쪽 더블보톰 연료탱크에서 연료유를 기관실로 뽑아 들이려고 돌려지는 연료유 펌프의 조금은 듣기 거북한 음이 갑자기 조용했던 정적을 깨며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