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나를 기대 해 보는 마음들
설날인데도 집으로 전화를 걸지 않고 계속 소식 없이 지내고 있다는 것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너무 신봉하는 마음인가 싶지만 진짜 등한했던 이유는 다른데 있다.
나도 궁금한 사정은 마찬가지로 어쩌면 집에 있는 가족들에 결코 떨어지지 않게 안부 소식에 안달을 하고는 있었지만, 안부를 주고받을 전화 요금이 너무 비싸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을 뿐이다.
회사에서 승조원에게 판매하도록 준비하고 있는 WORLD PHONE 카드를 담당자로부터 구입하였지만 아직 한 번도 그 카드를 써서 전화를 해보지 못해, 전화 거는 방법을 모르므로 한참 동안 알아내려고 카드의 이면이나 사용법 쓰여 있는 것을 읽어봤지만 알 수가 없다.
슬그머니 초조해지는 가운데 언젠가 공문으로 그 사용법이 온 것이 있었다는 생각이 나서 지나간 공문철을 꺼내 든다. 통신사가 없어진 후유증을 작지만 그렇게 받는 셈이다. 공문철을 뒤적이다 그때 그 공문의 사본을 만들어 통신실에 부착시켰었다는 기억이 다시 떠올라 통신실로 향했다.
기억은 빗나가지 않아 그곳에 월드폰 전화 거는 방법이 적힌 종이가 전화기 뒤쪽 벽면에 붙여있다. 그래 이대로 따라 하면 되는구먼! 전화를 건다.
먼저 04 #을 눌러 금산 지구국을 연결하여, 통화 가능 음이 들릴 때면, 78 #을 누른다.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무조건 1번을 누르면 카드번호를 입력하라고 하며, 가지고 있는 카드번호를 입력하면, 카드에 얼마가 남았다고 이야기해준다.
이제 마지막으로 지역번호와 전화번호를 연속하여 누르고 # 을 누르면 전화가 연결된다.
그렇게 차분하게 번호와 #를 눌러서 연결한 집의 전화가 마지막 #표를 누르기가 바쁘게 연결 음이 울려 침을 꿀꺽 삼키며 기다린다.
-여보세요.
응답하고 나온 사람은 내 소식을 궁금해할 아내가 아니고 설날이라고 우리 집에 와 있는 동생인데 이어 응답하는 말이
-형수가 전화 오기를 계속해서 기다리던데, 이다.
그 말의 의미는 지금 옆(집)에 아내가 없다는 뜻이기에, 어디 갔느냐고 물으니 큰처남 집에 계신 장모님을 뵈려 갔단다. 가까이 이사와 살고 있는 큰처남 집으로 친정 어머니께 세배를 드리려고 잠깐의 친정나들이를 하였음을 직감한다.
우선 집에 계신 어머니를 바꿔 달래서 설날의 덕담을 드리며 추워서 고생이 많죠? 하니
-아니 날씨가 많이 풀렸어.
하신다. 노인네가 느끼는 것으론 매우 다행스러운 이야기이다.
어머니와의 통화를 끝내고 난 후 이번에는 직접 아내의 휴대폰에다 전화를 건다.
처음 한 번은 받지 않아 실패하여 휴대폰의 안내방송이 나오는 걸 끊고 이제는 전화기를 찾아들었겠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다시 거니까 곧 받아 들고 응답하는 반가운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즐거운 마음이 전해지는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며 비싼 전화이니 통화를 짧게 빨리 끝내도록 하자며 초를 치는 소릴했지만 아내도 부창부수로 이해한다는 말로 기쁘게 응수해준다.
얼마 전 이상한 꿈-아내가 입 안 가득 피를 머금고 있던 모습과 내가 변을 팬티에 싸가지고 있었다는-을 꾸었던 걸 생각해내어 그 이야기를 간단히 하며 복권을 사야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니 안 그래도 어머니가 복권을 몇 장 사두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래? 그렇다면 진짜로 몇 장 사봐요.
하며 몇 마디 더 한 후에 입항해서 전화를 걸겠다며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난 후 복권을 사라고 한 사람이 어머니라고 들었는데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혹시 다른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평소 그런 이야기들을 잘 하지 않는 우리 가족들 그것도 어머니한테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 의외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나보다도 그런 이야기를 먼저 한 우리 식구가 있다는 사실이 행여나 하는 마음을 더욱 부풀게 하여 혼자 미소를 띠며 이 글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