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매선 뉴 조이호와 조우하다

반가운 배와 만나다.

by 전희태


JOMARD_(9332)1.jpg 조마드의 등대가 있는WINA PONTARIA섬의 모습.


조마드 수로를 한낮인 1100시에 들어서게 되어 다행스럽게 여겼건만, 짙은 비구름이 WINA PONTARIA섬(등대가 있는 섬)을 중심으로 머뭇거리고 있어 뿌옇게 흐려진 시정에 불안감이 슬며시 들어선다.

바로 그때, 레이더를 보고 있던 3 항사가 선수 10 마일 전방에 나타나 있는 배에 대해서 보고를 해온다.


그 배를 VHF 전화로 조심스레 불러내어 홍대홍(왼쪽 편을 서로 보이며)으로 통항하자고 이야기를 하려는 데, 응답하고 나서는 상대방의 음성 톤이 여자의 목소리이다. 그리고 영어를 말하는 느낌이 아무래도 한국 사람인 것 같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우리가 만나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 회사의 뉴 조이호 일 것이라 여기어 바로 확인하니 짐작한 대로 그렇단다.


대리점으로부터 온 뉴캐슬의 접안 예정표에 뉴 조이호가 19일 뉴캐슬 출항으로 잡혀 있었는데, 어제 점심때쯤에 18일에 뉴캐슬을 출항했던 국적선을 만났으니 오늘은 19일 출항한다던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뉴 조이호를 만나게 될 것이라 여기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데 제대로 만나게 된 것이다.


잠시 후, 그 배로부터 나를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뉴 조이호, D/S호 선장. 전화 바꿨습니다.

놓인 수화기를 집어 들며 말을 건넨다.

-J 선장님 안녕하십니까? 뉴 조이 릴리프 기관장인 P입니다.

-아! P 기관장이요? 반가워요.


작년 연가 중 해기연수원에 직무 보수교육받으러 부산을 찾았을 때, 시간을 내어 회사에 들렸는데, 마침 사무실에 나와 있던 P 기관장이 우리 배에 승선할 것이라고 이야기해서 다시 한번 같이 타자고 반가워하며 헤어졌었다. 나중에 배에 가서 보니 약속이 틀려진 채, 그는 다른 배로 가서 왜 그리 됐나? 궁금해했는데, 그때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새해 안부를 전해온다.


당시 그는 우리 배와 자매선인 O/P 호에 가느라고 그리되었다며 그 배와 우리 배 모두가 낡은 배라며 그런 힘든 배를 탔다고, 이번에는 새 배로 보내주어서 NEW JOY호에 승선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양선의 상태를 감안하여 그 정도에서 일단 대화를 끝낸 후, 위치를 확인하며 서로의 통항 의도를 최종 확인한다.


3 마일 전방까지 접근하는데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었는데, 레이더를 보며 현재대로 항행해도 되겠다는 그 배 선장의 생각에 나도 동의하면서, 우리도 185도인 코스를 187 도로 하여 지나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3 항사가, 아무래도 0.5마일까지 접근하여 지나치는 것이 너무 가까운 것 같아 코스를 200도로 임의로 좀 더 오른쪽으로 틀어 주었다는 늦은 보고를 한다.

왜 그런 상황을 변침 즉시 나한테 이야기 안 하고 실행했느냐고 약간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것은 진침로 200도로 정침 하여 10 여분 이상 더 간다면, 좁은 죠마드 수로를 이루는 등대섬과 마주하여 3 마일 정도 폭의 여유만을 만들어 주고 있는 산호초가 둥근 반원형으로 깔려있는 위쪽에다 침로가 연장되는 형편인 것이다. 물론 실제로 진행된 항행의 결과는 이곳 특유의 강한 조류를 감안한 것이기에 그토록 밀린 것은 아니지만, 좁은 수로에서 선장이 브리지에 올라와 직접 조선을 맡는다는 의미를 생각해 볼 때 당시 항해에 대한 모든 정보는 선장이 다 알고 있어야 하는 건데, 선장도 모르게 침로가 조정되어서 항해한다는 것은 비록 작은 도수의 변침일망정 그 결과가 위험한 상황을 불러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항사에게는 이 일에 대한 잔소리를 당장에 하기보다는 나중 위험한 구역을 다 지나고 난 후 꼭 해주어서 배움의 한 가지로 추가시켜 줄 것을 다짐하면서도, 당장 앞에 있는 일들부터 해결하기로 한다.

얼른 현재 위치를 확인하여 아직 산호초 접근에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판단을 얻으며 잠시 그대로 가도 되겠다는 판단을 해준다.


이제 뉴 조이와 서로 안전한 통과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설 때부터 좌현으로 침로를 필요한 만큼씩 되돌려 주리라 마음먹는다. 때 맞춰주듯 빗줄기가 걷어졌다. 참으로 반가운 현상이다.

조금 전 까지도 시꺼멓게 모여든 비구름으로 시야 확보가 불안할 정도였던 열대 해역 특유의 불안감은, 그렇게 비가 그쳐주니까 몰려오던 때와 같이 바쁘게 떠나가면서 금세 시야가 밝아져 온다.


신조한 지 2~3년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한창 청년기에 접어든 셈인 뉴 조이호의 짙은 주황색 선체가 뽐내는 듯한 모습으로 선수 약간 왼쪽에서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우리 배와 서로의 선수를 비켜서 지나야 할 그 배 선수가 향하고 있는 모습이 우리 배가 왼쪽으로 조금 돌려주어원 코스로 회귀하더라도 충돌할 위험은 없다고 판단되게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0도에서 190도로 침로를 보정시켰다. 무사히 서로의 옆을 지나치면 185도로 하도록 3 항사에게 지시하며 남겨두었던 잔소리(실습적인 공부)를 시작한다.

당직사관은 당직에 관한 사항은 항시 제일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이유를 설명하니 방금 치러낸 자신의 실수가 그 실습을 리얼하게 해 준 셈이니 그대로 알아들었단다. 이야기는 거기까지에서 끝낸다. 더 덧붙이면 잔소리밖에 안되니까.....


조선(操船)을 위해 잠시 끊겼던 전화이다. 무사히 지나친 후 마음의 여유를 되찾으며 다시 이어지도록 그들을 불러내었다.

우리 배는 이번 항차부터 통신사 직책을 없앴는데 그 배는 어찌 되었나 물어본다. 자신들은 한전 계약선이라 아직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 배의 없어진 통신사가 의외라며 고생이 많겠다는 이야기를 위로 삼아 거든다.

그 직책이 없어진 만큼 그에 대비한 수당으로 좀 더 지급되는 돈이 있으니, 그 액수에 만족한 것은 아니라도, 위로받을 만큼 억울한 일도 사실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한전이나 포철과 계약한 선박들은 마지막까지 통신장을 태워서 2002년까지 가겠다던 회사의 예정이었는데, 포철 계약 선인 우리 배에서는 느닷없이 내려지는 통신사를 보며 한전 계약 선이라는 그 배에는 통신사가 그냥 남아있는 것이 좀 의아하기도 하다.

이야기를 듣던 그 배 선장도 좀은 감이 느껴지는지 자신들도 어찌 될지 모르니 이번 연휴가 끝나는 26일에 회사에 한번 문의를 해보겠단다.


서로 지나친 후 어느새 멀어져 간 뒷모습에다 안전 항해를 빌어주면서, 통화를 끝내야 할 때가 다가온 것을 알고 인사를 나누며 마무리 짓는다.


-뉴 조이호! 안전항해를 빕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직사관직 임시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