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동안의 낚시를 위하여.
우리 배야 작년 연말에 뉴캐슬에 왔었으니, 이제 한 달이 지나고 있지만 그때 나는 타고 있지 않았으므로, 내 입장으론 작년 9월 18일 이곳을 찾았던 것이 가장 최근의 -거의 5개월 만에- 기록인 셈이다.
포항을 출항하여 이곳을 향했을 때 이곳 대리점에서 온 첫 연락은 도착 즉시 부두에 접안시켜 선적 작업을 한다했건만, 며칠 전에 그 예정이 바뀌어 31일에나 작업이 가능할 것이고 2월 2일 출항 예정으로 대략 바꾸어진 스케줄을 통보해주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런 예정이었다면 이렇게 일요일에 도착하도록 오는 것은 아니었건만, 도착 즉시 접안이란 말만 믿고 달려온 결과가 결국 공휴일인 일요일 16시 도착으로 나타나서 괜스레 내일 아침 9시까지의 19시간이 허공 중에 떠버리게 되었다.
포철과의 계약에 의해 호주에 도착하는 시간이 공휴일인 경우 도착 즉시 N/RTENDER를 할 수가 없고 다음날의 OFFICE TIME 시작인 09시에 통보할 수밖에 없으니 결과적으로 그간의 시간은 Lay Time에 넣어지지가 않아 그만큼 시간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어제 마저도 호주의 공휴일이었다니, 어제 도착하였더라면 더욱 많은 시간의 LOSS가 있었겠다고 자위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어차피 외항에서 닻을 놓고 기다려야 한다니 기왕이면 고기라도 잘 잡히는 낚시 포인트 부근에 투묘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에 예전 기항 시에 기록 등을 참작하여 고기가 잘 잡히는 곳이라고 점찍어 두고 있던 장소로의 접근을 시도해 보려 하나 이미 먼저 온 선착선에게 그런 자리가 선점당해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그 틈새를 넘어 투묘할만한 장소를 목표 삼아 천천히 배들 사이로 들어서니 부근에 있던 배에서 너무 가깝게 지나가서 위험하다고 항의를 하여 이름을 확인하니 일본 가와사키 선박 <CORONA HORIZON>이라는 배다. 알았으며 잘 체크하며 통항하고 있으니 걱정을 말라고 응답해주며 그 배를 무사히 지나 진짜 투묘를 하려고 마음먹은 곳을 향해 더욱 전진한다.
마침 우리 회사의 ON호가 육지 가까이 투묘하고 있는데, 그 배의 바다 쪽으로 접근하여 투묘를 하려는데 그곳부근에도 또 다른 가와사키 선박의 배가 있다.
드디어 후진 엔진을 써서 타력을 전부 죽이며 투묘를 하고 있는데, 일본 배에서 뉴캐슬 하버 컨트롤을 부르더니 본선이 자신의 배와 너무 가깝게 0.8 마일이나 접근한 상태로 투묘하니 위험하다는 투로 보고를 한다.
나중 우리가 투묘를 끝내고 상황 보고를 하니 옆에 있는 주요 마루라는 배가 그런 이야기를 해왔다며 잘 살펴보라는 식으로 통보해 주었지만, 위험해 보이니 다른 곳으로 옮겨 투묘하라는 식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낚시에 얼마나 많은 고기가 잡힐지 몰라도 이런 곡절을 겪으며 투묘한 위치에 배가 제대로 선수를 다른 배들과 나란히 하며 조류를 향해 자리를 잡아 서게 되니 걱정하고 있던 배와도 적당한 거리를 가진 통상적으로 이곳에서의 투묘 대기하는 선박들의 형편에 합치된 모습으로 편입되어졌다.
이곳을 자주 많이 찾아왔기에 처음부터 그런 안전 상황을 예정하고 들어온 나로서는 그들이 너무 신경질적인 반응을 한다고 여겨지어 혹시 신출내기 선장이 아닐까? 생각도 해보지만, 사실 안전이란 지나침이 없는 일이므로 그런 조심성은 해기사로서는 꼭 필요한 덕목 일 수도 있는 일이다.
포트-컨트롤을 불러 투묘지, 투묘 시간 그리고 닻을 내준 신출량(伸出量)을 보고해주며 도착 보고는 끝났다. 닻을 내준 신출량은 이곳에서 투묘 대기 중에 통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8 샤클을 내주었다.
낚시터의 자리는 잘 잡아 준 모양이다. 저녁 식사 후 주욱 늘어선 낚시꾼들 사이에서 조기장이 내린 줄에 7시 30분경 월척을 훨씬 넘긴 커다란 도미 한 마리가 미끼인 오징어의 살을 조금 먹어 보려고 설치다가 죽음에 꿰이는 신세되어 갑판 위로 올라왔다.
녀석은 자신의 팔딱거리는 성질을 이겨내지 못하였던지, 아니면 너무 먹는 것을 보챈 너 때문에 죽게 되었다고 스스로를 자책해서인지, 갑판에 올라와서 잠깐 푸드덕대는 것 같았는데 이내 내장이 비죽이 흘러나온 후 숨을 거두어 버렸다.
물속과 공기 중이란 다른 압력 속에서 숨을 쉬려고 하니 힘들어 저서 저절로 부레의 뒤집힘이 생긴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