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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TOWN 탐방기

NEW CASTLE의 이웃 도시

by 전희태
AUT_1175(9378)1.jpg 찰스타운 관광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시드니에 거주하는 J사장



뉴캐슬항 출입을 시작한 것이 어언 20년이 넘어 되었지만, 오늘 처음으로 가 본 곳은 찰스 타운이라는 뉴캐슬에 이웃해 있는 내륙 쪽 소도시이다.


그곳을 찾아 나서고 보니 언덕진 옛길을 구불구불 돌면서 옛날의 마차를 이용해서 다니던 길을 그대로 도로포장을 해서 현대에도 쓰고 있으니, 길들이 모두 똑바로 뚫려있지 못하고 구부러진 곳이 많다.

길 안내를 맡아 준 J사장은 옛날의 흑백사진에 나온 이곳의 풍경을 보았다면서 지금의 길과 모습도 꼭 같은 형태였지만 단지 길이 포장되어 있고 주변의 집들이 좀 더 많아진 것뿐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니 그동안 이곳 뉴캐슬에 기항하면 다람쥐 체바퀴 돌 듯 다니던 길에서 어느새 벗어나더니, 눈에 낯선 느낌을 보태주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

이렇듯 지금껏 가보지 않았던 그곳, 찰스타운을 찾아가는 이유는 내 시계의 건전지가 약발이 다 떨어져 움직임을 멈춘 상태라, 다시 돌아갈 수 있게 수은 전지를 바꿔 주려는 일 때문에 가게 된 것이다.


그곳에 가면 시계수리도 하고 건전지도 바꿔주는 곳이 있는데 성업 중이라는 이야기에 그저 그런가 보다 하면서, 뉴캐슬 시내에는 마땅하게 시계 건전지 갈아주는 곳을 찾지 못하여 따라나선 것인데, 가는 길에 새로운 구경거리도 많아 차라리 관광을 떠난 기분 되어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나선 기분이 참 좋다.


늘 뉴캐슬 시내만 다니던 것과는 달리, 사람 사는 곳은 응당 저런곳이어야지 하는 부러움을 사게 하는 숲 속에 모여 있는 집들이, 천상 서양 동화 속에 그려지는 마을과 똑같은 모습으로 언덕길을 오르는 눈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오르막길 마지막 돌아가는 굽이 길에서 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그림 같은 그 모습이 너무 맘에 쏙 들어, 지금껏 이민은 별로 생각지 않으며 생활해 온 내 생각을 바꾸고 싶을 정도로, 그곳에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도로의 중앙 분리대 내에-우리 같으면 잔디밭이나 하여간 드나들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 놓았을 곳인데- 그 동네 사는 사람들은 차를 장기 정차(차 앞쪽을 약간 들어 놓은 모양도 있다)나 주차지로 이용하고 있는 현장의 모습도 특이하다.


이렇게 찾아간 곳이 어찌 보면 뉴캐슬보다 더 번잡해 보이기도 하는데, 차를 댄 주차장은 1시간 주차만 허용되는 주차장이란다.

말로만 듣던 차바퀴에 분필 칠을 하여 자기들만이 아는 표시를 해뒀다가 주차시간이 1시간이 넘었는지를 확인하여 넘으면 딱지를 뗀다는 그런 곳이다.


왜 우리가 찾아가는 쇼핑몰의 주차장을 이용치 않는가? 의아해했는데 우리 차가 12 인승 밴이라 차체가 높아 승용차만 들어가게 설계되어있는 그 주차장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쇼핑몰 가장 가까이 있는 노천 주차장을 이용하게 됐다는 말을 한다.


멀리서 보이는 CHARLES CITY SQUARE라는 커다란 간판을 단 쇼핑몰의 건물이 턱 버티고 있는 듯한 모습이 넓게 흘러 내려가던 도로를 끊어주는 형태로 막아서며 서있다.


쇼핑몰들을 집중적으로 모아서 개발되어 있는 곳으로 그 안을 이리저리 찾아 한참을 가니 예전 뉴캐슬에 처음 오던 무렵 텔레비전의 광고에도 나오던 시계와 보석 등을 팔던 고급 상점으로 이름이 ANGURUNG이라 했던바로 그때와 같은 이름으로 같은 물품을 취급하는 상점이 눈에 뜨인다.


그 상점에서 시계를 한번 샀던 기억도 있지만, 텔레비전 광고 카피의 내용이 좀 특이해서, -두서너 마리의 뱀이 많은 보석이 진열된 창을 가로지르며 기어가던 좀은 섬뜩하고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던 것이라,- 뇌리에 더욱 남아 있었다.

뉴캐슬 시내에서 없어진 그 상점 자리는 그냥 잡화점으로 변한 것에 일종의 세상사 부침을 보는 눈길로 아쉬워하던 심정이 들기도 했었는데, 여기서 같은 필체의-아마도 이사한 모양의-간판을 보다니, 반가운 마음에 다시 한번 뒤돌아 본다.


통로 끝에 <시계 건전지 가는 데는 무조건 7달러 60전>이란 광고를 부착한 간이 광고를 만났다.

그곳을 조금 지난 상점에서 두 사람의 중늙은이가 좌판을 내놓고 바쁘게 일을 하고 있다. 이곳이 우리가 목표로 삼고 온 곳이라 한다. 오는 동안 상상 속의 화려함과 비교되어 조금은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본다.


사람들이 연이어 표 딱지를 갖고 찾아오는데 연신 바쁜 모습으로 그 표에 적힌, 건전지를 갈아 끼워준, 시계를 내주고 돈을 받으랴 또 쇼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중고 시계를 보고 사려는 사람이 나서면 그 시계를 꺼내 주고 흥정하는 바쁨을 보며 한참을 내 시계의 이야기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시계를 수리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던 사람이 하던 일을 끝내며 응대하고 나서는데, 건전지만 바꿔 끼우는 데는 7.5불이요, 약을 갈아 끼운 후 방수 테스트를 하면 30불을 받아야 한다기에 제대로 하는 모양이다 싶어 그의 이야기대로 방수 테스트까지 할 터이니 잘 봐달라는 부탁까지 하며 시계를 내 준 후, 찾으러 올 시간을 한 시간 반 후로 약속하는 표딱지를 받아 들었다.


할 일 없이 그 시계 건전지 바꾸는데, 아니 건전지 갈아 끼우는 값의 네 배가 넘는 방수 테스트까지 해야 하는 일 때문에, 시간을 보내야 하니 그동안 그 쇼핑몰을 구경하기로 한다.

뉴캐슬에 있는 어느 쇼핑몰보다도 큰 곳으로 다 구경하는 데는 그 한 시간 반으론 턱없이 부족할 것 같아 한 곳만을 집중적으로 구경하기로 한다.


TARGET라는 이름의 주방 전기제품 이불 등의 생활용품을 주로 파는 슈퍼마켓으로 이곳저곳 구경하다 보니 약속 시간이 벌써 다 되어 간다.

무어라도 한 가지 사야겠다는 생각에 얼른 캔에 들은 비스킷 과자를 그 캔 외부에 인쇄되어 있는 그림을 보아, 비스킷을 다 먹은 후 그 캔을 다른 용도로도 쓸 만하다고 여기면서 샀다.


먹을 것이니 제법 큰 포장품으로 싸들고 약속한 시계 수선 소에 가서 표를 내미니 접수를 받았던 아저씨는 없고 다른 동업자 아저씨가 그 자리에서 다른 손님들의 말에도 응수하며 건전지 갈아 끼우는 작업을 하다가 표를 보더니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상태로 있는 내 시계를 꺼내 건전지를 갈아 끼우기 시작한다.


그동안에도 다른 사람들의 물음에 응하고 거들기도 하면서 한 15분 그렇게 작업을 하여 건전지를 갈아 끼운 시계를 오른손에 들고 왼손에는 볼품없는 작은 물통을 들고서 방수시험을 하겠냐고 다시 물으며, 시계를 끼고 물에 들어가려는 생각이냐는 물음을 덧 붙인다.


그 통에 담겨있는 물도 구정물 같을 정도로 더러워 보이는데, 진짜 그런 곳에 담갔다가 물이 라도 새어 들면 당장 그 더러운 물 때문에 시계가 큰 고장을 낼 듯싶다는 생각이 든다.


순간 그런 검사에 30불이나 투자하기란 너무 억울하기도 하고 또 묻는 말을 가만히 음미하니 다이빙하는 수중 일을 안 할 바엔 구태여 방수 테스트를 안 해도 된다는 뜻으로 풀이가 되는 말을 하기에, 얼싸쿠나 잘됐구나! 여기며 7불 60 전만 주고 끝내기로 했다.


아까 주문받았던 아저씨는 어떻게 하려고 그런 식으로 수리 주문을 받아주면서 왜 한 시간 반 만에 오라고 해놓고는 자신이 없어진 것이었는지 도무지 그 사람들의 행위에 궁금증이 들어선다.

허지만 그런 궁금증 보다도 주차시간 위반으로 딱지를 떼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이므로 시간에 늦지 않도록 바쁘게 주차장을 바라고 급히 떠나기로 한다.


중간에 가서 한번 움직여 주어서 주차 장소를 옮겨 주긴 했지만, 그러고도 한 시간이 또 넘었기에 혹시 단속에 걸려들까 봐 조마조마한 불안감을 가진 바쁜 걸음으로 주차장을 향해 달리듯이 가는 것이다.


다행히 단속에 걸려든 흔적이 없는 무사한 차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뜨겁게 달구어진 차 안으로 찾아들어 일단 가쁜 숨을 고르며 차창을 모두 열어 준다.


이윽고 떠날 준비를 마친 후 다시 배를 찾아 뉴캐슬 쪽으로 돌려진 차 안에서 시원하게 밀려들어오는 공기를 맘껏 마시며, 이곳을 올 때 미심쩍게 보았던 것들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할 차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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