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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Jun 14. 2017

어찌해야 할는지

서로의 책임 한계를 저울질하며


어쩌다 저 망망대해에서 만난 저 새는 어찌하려는건지...

 국내 항 입항에 즈음하여 입항 중에 있을 수리 등의 지원사항에 대한 회사 지원부서와의 협의 전문이 연일 이어지더니 오늘 온 전문의 말미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면서도 결말을 어찌 낼까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귀선의 현시점에서 기부속의 실적 진도가 년 예산 대비 38%로 1팀 중 최고(평균 19%)이며, 일반 수리비 또한 52%로 1팀 평균 24%의 2배를 넘는 최고의 실적 진도인바 참고 바랍니다.-


 마지막 참조 사항으로 써넣어진 이 말은 우리 배가 기부속 수급이나 통상 러닝 리페어라고 부르는 운항중 실시하는 수리율이 제일 높다는 뜻이다.

 이런 통보의 의미를 좋게 생각한다면 기부속을 될수록 아껴 써 달라는 말을 점잖게 해 준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너무 많은 경비를 내는 수리가 없도록 하라는 준 경고성의 언질로도 생각할 수가 있음은 우리가 칼자루를 쥐지 못하고 칼날을 쥘 수밖에 없는 현장이라서 일께다. 


 기관장은 일반 수리비의 경비절감을 위해 현재 TOPSIDE TANK 내부에서 진행될 자체 철판 용접 작업을 보류시키고 DOCKING 때로 미루자는 이야기를 갖고 나타난다.


-만약에 독킹에서 수리가 안되면 어떻게 하지요? 

물론 미뤘다면 독킹 중 꼭 해야 되겠지만 우리가 오는 6월경 가게 될 월남의 비나신 조선소의 수리능력이 좀 미덥지가 못해 물어본 말이다.


-그럼 할 수 없지요. 

하는 좀은 떨떠름한 기관장의 발언이 내 속을 은근히 약 오르게 만든다. 


-아니, 그럼 안 해도 된다는 말이 예요? 

-그런 건 아니고요, 제가 보기에 다른 배에 비교한다면 그 정도의 노후(老朽)는 아주 양호한 상태라서 당장 안 해도 괜찮겠다는 뜻입니다. 

-노후선이라니요? 아, 어느 배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오션 O호 말입니다.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배는 몇 년 전에 나도 타 봤던 배다.


-그 배는 새 배일 때 내가 타봐서 아는데,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속력을 낮춰서 다니라는 지시마저 받을 만큼 조심스러운 배로, 우리 배와 비교하기에도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나도 잠깐 그 배와의 인연 있었던 시기를 떠 올려보며 당시의 중요 점을 되돌려 본다.


-내 생각엔 어차피 해야 할 수리라면 지금 하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나으니 강행했으면 하지만, 기관장의 판단이 괜찮다면 연기하도록 하지요, 하여간 회사에 전화를 걸어 알아 나 봅시다. 


 그래서 전화를 걸고 보니 마침 우리 배 담당의 팀장은 자매선의 도킹 수리 때문에 바로 비나신 도크에 출장을 가고 없어 임시로 담당한 다른 팀장에게 전화가 연결되었다. 


그렇게 하라던 가 아니면 하지 말라던 가 하는 시시비비 결정의 이야기는 끝내 나옴이 없이 서로 자신들 생각의 변죽만 울렸으면서도 전화는 장장 566초나 이어지는 통화를 하였다. 


-뭐라고 그래요? 

 마지막 통화를 끊는 기관장에게 물었다.

-별말은 없이 저 더러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끝내네요. 


 그러니 전화를 하고 나서도 기관장은 수리를 하지 말라든지, 아니면 하자는 똑 부러진 결정은 못 내리고 결국 그대로 두게 되었으니, 입항 지원의 검토 협의상 수리는 진행될 것으로 남아 있는 게 현재까지의 예정이다. 

엄밀히 따지면 입항한 연후에 결정시키도록 보류한 상태라고 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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