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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Jun 13. 2017

중국 선원의 탈이 난 위장

뱃사람에게 제일 많은 아픈 증세


 현재 네 명의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 청년이 우리 배에 승선하여 근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배를 처음으로 타기 시작할 무렵인 1960대 중반부터, 수출 선원이란 생소한 이름으로, 남의 나라 배를 타고 달러를 버는 길이 처음 개척되었다. 


 이 무렵에 미국의 MSTS (미 해군 Military Sea Transportation Service) 선박을 타고 월남전 물자 수송에 동참한 사람들도 있었다.

외국적선에 승선하여 일 년 넘게 집에 가보지도 못하는 생활을 각오하면서도, 국적선 보다 많이 받는 월급에 희망을 가지고 너도 나도 참여한 선원들이 해기사들만이 아니라 부원선원들도  많았다. 


 이런 선원들의 기여로 인해, 오늘날 우리 해운이 세계에서 내노라 힐만큼 중흥을 이루게 된 시간을 단축하였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그 시절 돈을 좀 더 버는 쪽 보다는 가족과 오래 떨어져 있는 생활을 줄이고 싶은  이유로, 선원 수출 쪽으로 진출하지 않고 계속 국적선 만을 고집하면서 오늘까지 승선해오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세월이 흘러가면서, 어느새 선원 인력 시장의 세계적인 상황은 역전이 이루어져, 이제는 우리나라 배에서도 남의 나라 선원을 싼 임금으로 데려 다 쓰는 형편으로 변했고, 현재 우리 배에도 중국 연변에 사는 조선족 청년들이 네 명 승선하고 있다.      

그들을 보면서, 내가 선원생활을 시작하던 팔팔하게 젊었던 시절을 문득문득 뒤돌아 보게 되며 비교도 하게 되곤 한다. 

처음에는 갑판 기관 각각 두 명씩 타고 있었는데, 지금은 갑판에 세명, 기관에 한 명이 타고 있다. 

이 세 명중에 2 항사와 같이 항해 당직을 서는 李군이 치아와 잇몸에 이상이 생겨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계속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포항에 가서 병원에 보내도록 하라고 지시를 했었다. 


 아무래도 정확한 증상을 알아보려고 나중에 본인에게 물으니 치아는 얼마 전까지 아팠던 것이고, 지금은 위(胃)가 불편하여 설사도 나고 토하기도 하는 증상이 있다는 것이다. 

같이 당직을 서는 2 항사 조차 그의 아픔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는 정도이니, 늘 만나게 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야 무슨 관심을 갖고 그를 대했으랴 싶은 생각도 든다. 


 하여간 모두들 너무 한다는 마음도 살짝 들어 증상을 묻고 난 후, 그 나이에 큰 위병의 증상이야 있겠냐 싶지만, 우선 죽(粥)을 입항할 때까지 먹으며 위를 다스리라는 이야기와 함께 내 개인적으로 배를 타러 올 때마다 아내가 항시 상비약으로 준비시켜서 갖고 다니게 하는 생위단(生胃丹)이라는 한방약을 꺼내어 먹어 보도록 했다. 


 아무도 자신의 아픔을 알아주거나 이야기라도 따뜻하게 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판에 내가 나서서 관심뿐만 아니라 약까지 주니 어찌 됐던 따뜻한 정을 그 안에 느끼는 모양이다. 

나는 그가 특출 나게 다른 동료 선원들보다 나은 점이 많아서 호감이 가는 사람이라 유별난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성실하게 살려고 하는 모습이 같이 승선하고 있는 조선족 청년들보다 많아 보인다는 단지 내 느낌 하나로 그저 관심 있게 보아왔고, 그러다가 아프다는 이야길 듣고 배 안에서 아프다는 것은 결국 내가 관여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이기도 하여 그리 행동한 것뿐이다. 


 하나 그 친구 입장에서는 아무도 관심 없이 자신을 대하는 속에 가장 대하기 어려운 상대랄 수 있는 배 안에서는 가장 높은 사람이 자신에게 큰 관심을 보여주니 마음에서부터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던 모양이다. 


 그에게서 보답이나 받을 생각으로 이런 일을 한 것 역시 결코 아니고, 책임지고 있는 배에서 아픈 사람이 나온다는 상황은 막을 수 있는 방법만 있으면 막는 것이 좋고, 또 병이란 초기에 잡아야 수월하다는 생각에서 취한, 어찌 보면 나를 위해 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의 입장이 자신을 알아주는 상관을 만나게 되어 좋다는 생각까지 갖게 되어서 덤으로 그가 배를 위해 열심히 일하려는 마음을 일구게 만든 점이 있다면 그 점 역시 본인, 배, 회사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니, 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을 했다고 믿어 본다. 


 이렇게 나와 그의 교감이 끝까지 좋게 나가 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며 계속 그의 생활을 진지하게 지켜 보기로 마음을 다진다.


 조선족 선원들 중 우리나라에서 좀 더 돈을 벌기 위한 욕심에서 배를 이탈하여 육지로 도망가는 일도 심심찮게 늘어나는 요즘 추세 때문에 조심스러운 행동을 안 가질 수도 없는 것이다.


 그들은 돈을 벌려고 이 바닥으로 나선 사람들이므로,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라도 자리를 옮길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 점이 정을 주면서도, 그러기에 더욱 아쉬운 대목으로 남겨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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