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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Jun 12. 2017

항해 중 해치 폰툰을 여 닫는 어려움

수리를 위해 시행되는 부대 작업의 어려움


선수로 올라오는 파도.

 이런 파도가 달려들 때마다 쿵~하는 굉음이 일어나며 배를 부르르 떨게 만드는 충격이 있다.


 항해 중 선수로부터 파도로 올라와서 뒤집어쓰게 되는 해수와 또 비가 올 때 고였던 물이 선창 내로 스며들면서 물이 흐른 자국을 1번 창 앞쪽의 선수 격벽(船首隔壁, COLLISION BULKHEAD. 주*1)에서 발견하였다. 즉시 수침이 시작한 장소를 자세히 찾아보도록 조치했다. 


 우현 쪽 1번 창 앞의 크로스 덱크(CROSSDECK)위로 지나다닐 때 이용하는 램프 웨이(RAMP WAY) 밑 갑판이 오랫동안 램프 웨이에 가려진 채 파도로 선수 충격을 받을 때마다 응력을 받으며 페인트도 벗겨지고 녹마저 쌓이다 보니, 결국 부분적인 균열이 생겼고 그 틈새로 물이 스며들며 흐른 자국이 1번 창 앞쪽 선수 격벽이었던 것이다. 


 우선 물이 스며들지 않게 처치하는 방법은 구멍이 난 부위의 철판을 도려내고 새 철판으로 바꿔 대어서 갑판의 위와 아래쪽에서 각각 용접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어지간해서는 육상의 수리업자가 처리해야 하는 중요한 일로 선급의 조언도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하지만 본선의 조기장이 용접 일을 아주 능숙하게 하는 보수반 출신이므로 이일을 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그의 며칠간 과업을 이 일에 투입하기로 결정하였다. 


 안전을 위해서는 그 갑판 아래의 선창이 비워져 있어야 하지만, 그럴 경우 내부에서 용접할 때는 충분히 올라서서 천장 쪽에서 용접하기 위한 족장이 필수 불가결인데, 족장 설치라는 부대 작업이 실은 만만치 않은 시간과 경비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화물이 그 선창에 들어 있는 항해 중인 경우에는, 실린 화물의 꼭대기에서 천장에 손이 미칠 수 있으니 족장의 설비라는 부대 작업은 필요 없는 대신, 화재 등의 안전사고가 위협받을 수 있으므로, 그를 최대로 조심하고 방지하는 일을 보조 작업으로 시행하며 용접을 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용접의 불똥이 떨어질 선창 내의 석탄더미 위에 충분하게 물에 적신 타프 린(TARPAULIN)을 깔아 주고 주위의 석탄더미에도 물을 충분히 뿌려주어 설사 어지간한 불똥이 직접 떨어져도 즉시 꺼져서 괜찮게 해 준 후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어제 중에 금이 간 철판을 그런 상황으로 도려내고 안쪽에서의 용접을 마무리 지운 강행군을 했고, 오늘은 갑판 상인 위쪽에서 하는 마무리 용접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오늘의 갑판 위에서 용접하는 일이 어제의 내부 용접보다는 좀 쉬운 일이지만, 혹시나 선창 내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일을 계속 감시하고, 마지막 용접이 끝난 후 페인트 칠로 마무리를 짓기 위해, 해치 커버의 우현 쪽 한 면을 작업 중 계속 열어 두고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어제의 작업 중엔 바다가 잔잔하여 크게 위험을 느끼지 않고 열어둔 채로 항해했지만, 오늘은 해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는 황천 끼가 슬슬 보여 안전을 위해 빨리 해치 커버를 닫아야겠다는 생각에 현장 작업 상황을 물으니, 점심 전에 용접 일을 충분히 끝낼 수 있겠다는 대답이다. 


 시간을 보니 그때까지 40분 정도 남아 있어 그 정도라면 하는 마음에 그대로 두고 그냥 지켜보기로 한다. 

그렇게 예정으로 이야기해주었던 시간보다 10분 정도 더 지나서야 작업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으며, 조리던 마음은 즉시 배를 오른쪽으로 돌리게 하여 파도의 영향으로 배가 롤링하는 양을 최소화되는 곳에 선수를 맞추도록 하고 해치 커버를 즉시 닫도록 지시한다. 


 슬금슬금 구르기 시작하는 해치 커버 휠의 모습을 200 미터 전방에다 두고 있는 브리지에서 쌍안경을 들어서 지켜보는 조마조마한 심정은 어서 무사히 닫히기만을 기원하는 기도드리는 마음이다.

 마음 조리는 그 순간에도 한 번씩 달려드는 작은 너울로 인해 배가 약간씩 기우뚱하면 닫히던 커버가 멈칫거리며 둔화되다가 아예 멈춰버리곤 한다.

 그렇게 닫힘이 중지된 채로 기울었던 배가 다시 제자리로 바로 들기 시작하면 겨우 찔끔거리는 구르기가 재개되는 장면을 몇 번에 걸쳐 반복하니 그때마다 초조감에 더욱 눈을 뗄 수가 없는 것이다. 긴장감 속에 숨소리조차 죽이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의 애간장은 다 녹아서 흐물흐물 거리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양쪽 해치커버의 맞물림이 이뤄지고, 서로를 고정하는 핀이 채워지며 마지막 해치 코밍 위에 정확히 내려앉는 모습을 보며, 조마조마하니 들떴던 마음도 가라앉으며 다 녹았던 애간장 역시 원상으로 돌아간다. 


 이 해치 커버의 무게는 자그마치 70톤에 이르는 무게이니, 만약 탈선하여 제자리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고라도 난다면 항해 중에는 속수무책의 아주 위험한 상황을 야기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주*1 : 선수 격벽(船首隔壁, COLLISION BULKHEAD.)

격벽이란 선체의 내부에 구획 부분을 만드는데 투입되는 보강된 조선자재로서, 설치장소에 따라 선수 격벽, 선미 격벽, 기관실 전, 후단 격벽, 축로 위벽 등이 있다. 

선수부는 충돌의 위험도가 높은 장소이기 때문에 충돌 시 물이 새지 않게 보강시킨 격벽을 설치, 특별히 충돌 격벽(collision bulkhead)이라고 부른다. 

선수 격벽의 위치는 배의 침수에 대비하여 선급 규정에 의해 배의 길이에 따라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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