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의 어려움
저녁 식사 때까지도 수리가 끝나지 못해 작동하지 못하는 에어컨디셔너로 인해, 연신 땀을 닦아 내며 치르는 고역 같은 식사가 마음을 어지럽힌다. 그것도 뜨거운 전기 곤로 불판을 써야 하는 불고기 백반을 들기 위해서니 짜증이 나는 식사를 빨리 끝내느라고, 입맛은 뒷전으로 밀린 그야말로 살기 위해 먹는 것 같은 저녁 식사였다.
출항하면서 바로 수리를 시작했다면, 어제부터 에어컨디셔너의 가동이 가능했을 거라는 가정을 상상하니까, 그렇게 하지 않은 관계된 사람들이 조금씩 괘씸해지는 형편이다.
물론 자꾸 생기는 더 바쁜 일이 있어서, 냉방기의 수리가 뒤로 밀린 점을 이해는 하면서도, 워낙에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그 짜증이 솟구치며 어쩔 수 없는 일방적인 매도를 하게 만드는 일이 되는 듯싶다.
그런 내 마음을 은근히 시위해 보이려는 듯, 밥을 먹다 말고 땀을 닦고 식히기 위해 식탁에서 일어나 휭하니 보트 갑판으로 나갔다 들어오기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배가 달리는 때문에 생기는 지나치는 바람결에 땀을 말려가며, 다시 식사자리로 돌아오는 평소 안 하던 행동을 하면서 그 바람결에 짜증도 같이 식히고 싶기도 했음이지만, 이런 행동은 확실히 <나이가 들은 사람들은 노여움을 잘 탄다>는 그런 류의 행동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스스로 가지면서 말이다.
그런 저런 내 마음이 별로 상관없어서 일까? 아니면 눈치를 채지 못해서일까? 다시 찾아와 앉은 식탁의 분위기는 모두들 그저 제 밥 제 입에 퍼 넣기 바쁜 그런 분위기로 일관하고 있다.
식탁에서의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일은 생각도 못하고, 그저 기계적으로 밥을 먹고 물 마시고, 눈치 좀 보고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헤어지는 이번 국내 출항 후부터의 분위기가 좀은 민망하다.
어쩌면 이번 항차 연가가 해당되어도 신청하지 않고, 좀 더 승선하려던 예정을 가지고 있었던 기관장이, 회사로부터 연가로 쉬라는 사명 연가 통보를 전화로 받으며 기분이 울적해진 때문도 원인의 하나인 것 같다.
사실 본인은 계속해서 더 승선하고 싶어 하는데, 회사에서 내리라는 명령을 해 올 때, 그 정확한 사유를 몰라 혼자서 유추하고 상상하며 겪게 되는, 그 씁쓸한 배신감(?)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감정이다.
혹시 내가 뭐 잘못한 일이 있어 은근히 눈밖으로 나서 문책성으로 하선시키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와 걱정도 들지면, 어쨌건 자신을 몰라주는 것 같은 회사 사람들로부터-특히 그들이 학교의 선, 후배들인 경우- 받게 되는 배신감에 쓰리고 아프기까지 한 것이다.
어쨌거나 현재 기관장이 당하고 있을 마음고생이야 이해가 되지만, 그의 대인관계가 평소 그렇게 매끄럽고 친근감이 있는 편이 못되었고, 껄끄럽고 싫은 감을 많이 나게 하는 쪽이라는, 그런 점이 그를 그렇게 힘들게 하는 형편으로 몰아넣는 것은 아닌가? 하는데 까지 생각이 미친다. (승조원들 중 그를 좋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분위기로 파악하고 있기에 그런 판단을 하는 것이지만...)
그렇다면 나는 어느 정도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셈일까? 한번 이 시점에서 짚어보고 넘어야 할 일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