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휴무로 하루를 쉬는 때문에...
지난 항차까지 3 항사로 근무하다가
2 항사로 승진한 P군의 후임으로
초임인 첫승선의 새로 온 삼항사에게
본선의 TOUCH & CALL이나 TBM 에
익숙해지게 되라는 배려로
아침 항해 당직까지 대신 서 주며
모임에 참여토록 해줄까 하다가
오늘만큼은 오랜만에
나도 스트레스도 풀 겸
한번 내려가 목청껏 소리치고
구호도 외쳐 보려고
15분 전 상태를 유지한다는 마음으로
집합 장소인 주 갑판 층에 있는
MEETING ROOM으로 향했다.
일층에 도착하자 눈에 들어오는
MEETING ROOM 출입문이
평소 같았으면
이미 열려있는 상태로
미리 와서 준비하고 있을
갑판 부원들의 웅성거림이
흘러나옴직 한 데 꼭 닫혀 있다.
조금은 수상쩍은 느낌으로 다가서 본다.
문의 도어 핸들을 잡아 돌렸지만
문은 꿈쩍도 안 한다.
꼭 잠겨 있는 것이다.
잠긴 문 여는 일을 포기하고
슬그머니 발길을 돌려 부지런히 갤리(식당)로 간다.
방금 전 내려오다가
그곳에서 커피를 들고 있던
갑판장 B를 보았기에
무얼 하느라고 아직 문도 안 열어 놓고
노닥거리느냐고 따질 생각을 하며 간 것이다.
아직도 커피를 들고 있는 갑판장에게
-15분 전이 다되었는데 아직 문도 안 열어 놓고
모두 다 어디로 간 거요?
-예, 오늘은 휴무하고 있습니다.
뜻밖의 대답에 오늘이 무슨 날인가 속으로 분주히 짚어 본다.
-어제 일했다고 오늘 쉬기로 한 거요?
어제 3.1절 날을 일하며 보냈으니
오늘 그 대신 쉬게 해주겠다고 한 모양이란 걸
얼른 눈치로 때려잡으며 물으니 그렇단다.
일과를 바꾸거나 취소하는 등의 일은
먼저 나에게 허락을 받고 실시하는 일이건만
그렇게는 못 하더라도, 이리저리 진행하련다고
사전에라도 귀띔을 해줄 것이지,
아무런 이야기 없이 넘겨 버려
나를 헛걸음친 바보가 되게끔 한 일에
슬그머니 부아가 솟구쳐 올라
부리나케 브리지로 올라간다.
-오래간만에 TBM에 참여하려고 내려갔다가,
허탕만 치고 돌아왔지 뭐야.
-아, 예! 어제 에어컨디셔너 수리 때문에 일을 좀 해서,
오늘은 휴무로 했습니다.
일항사는 미처 보고하지 못한 점을
미안해하는 눈치를 보이며 대답을 한다.
평소 일을 맘에 들게 잘하는 편인 일항사이기에
더 이상 닦달하기도 무엇 해,
그 정도에서 이야기를 끝내며 브리지를 내려온다.
나 역시 조금은 멍청하게 일했으니 할 말도 없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