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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레짐작으로 누락된 보고

당연히 알겠지 했지만 못 보고 넘긴 일

by 전희태


offsign(8322)1.jpg 투묘중인 배에서 내려진 갱웨이 래더와 선원을 승하선 시키려접근하는 통선의 모습.


위의 사진과 달리 갱웨이 래더 끝단이 부두로 내려질 때는 부두에서 직각으로 건네 놓는 작은 발판을 갱웨이 레더 끝단에서부터 준비하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다.


지난번 포항에서 출항할 때. 그 작은 발판에 관하여 나만 모르고 떠났던 일이 있었는데, 도선사가 마지막으로 승선한 후 바쁘게 철거하던 갱웨이 레더의 부두 쪽으로 내려놓았던 보조 사다리 스텝이 이안하는과정에서 탈락되며 물에 빠뜨려진 것이다.


당시 부두에서는 회사 지점 직원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배와 부두 사이에서 발판의 끝단을 혼자 붙들어 가며 빨리 본선의 갱웨이 레더 위로 올려 주려고 도와주고 있었건만,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된 이안 속도에 그만 직원은 잡고 있던 발판을 놓쳐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부두로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배의 은근한 움직임에 힘이 부쳐버린 상태에서 그가 놓아주지 않으면 자신이 위험에 처하게 되니, 그냥 놓아준 것인데 이로써 그는 힘써준 보람도 없는 작업을 한 셈이 되었다.


나는 그 마지막 장면을 직접 보지 못했기에 당연히 모르고 있었건만, 그 작업에 관련되어 있던 모든 선원들은 내가 위에서 그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여 담당자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나에게 보고하지 않았기에 그야말로 깜깜한 상황으로 오늘까지 왔던 것이다.


이제 호주항 입항에 대한 준비 사항을 하나하나 챙기면서, 그 이야기가 나왔고, 허망하게 보조 사다리를 잃어버린 사실도 그때에야 알게 된 것이다.

모두들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겠거니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관계자들조차 따로 보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 발판 사다리가 없어진 일로 인한 우려되는 상황 중 가장 큰 일은, 호주에서 하역인부들이 하부 발판이 없는 현문 사다리 상황에 대해 위험하다는 꼬투리를 달아, 혹시 본선에의 승선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가 만약에 생기면, 꼼짝없이 부르는 대로의 돈을 들여서, 만들어 내던지, 구입을 하던지, 하여간 무조건적으로 보조 사다리를 준비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발판을 잃어버린 사고는 발생한 것이고, 더 이상 왈가왈부하며 떠드는 소모적인 논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니, 꾸지람이나 불만을 모두 접고, 본선에서 그 대용품으로 사용할 만한 물품을 찾기 시작했다.


물에 빠뜨려 잃어버린 발판은, 예전에 쓰던 것이 조금 무거워서 새롭게 청구하여 사용 중이던 것이었는데, 다행히 예전에 쓰던 것이 아직도 배에 남아 있는 것을 찾아내었다.

우선은 그것을 다시 사용함으로써 급한 불은 끄는 셈이 되어 한 걱정을 덜어 내었다.


더불어 가볍고 취급하기 쉬운 새 보조 사다리를 다시 청구할 서류를 작성토록 하면서, 최대한으로 공손한 <사실의 전말 보고서> 또한 제출할 속셈을 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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