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E ALARM

화재경보기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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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브리지에 볼일을 보러 올라갔던 김에 커피 한잔을 셀프서비스로 마시려고 물을 끓이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화재경보기가 울린다.


평소에도 기관실에서 용접 일을 하거나 기관에서 가스가 좀 새어 나오면 울리는 경우가 잦았기에, 누가 또 용접 일을 하면서 미리 알려주지를 않아 조치를 못 하여서 발생한 건가? 하는 식으로 생각하다가, 아니 오늘은 토요일이잖아? 이 시간에 급하게 일하지는 않을 텐데 하는 판단에,

-어느 장소에서 울려 나온 거야?

경보 발생 장소를 물으니,

스위치를 리셋하며 위치를 확인하던 2 항사가,

-3번입니다.

한다.


통상적으로 미스 경보가 잘 울리던 기관실은 10번부터 14번까지의 부위인데, 3번이라면 기관실이 아니니 우선은 진짜 화재가 났는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퍼뜩 들어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3번 구역이 어딘가를 구역 분담 표에서 찾아내려 살펴보던 2 항사가 다시

-3층입니다.

하면서 급히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갈 모션을 취하며 문 앞으로 간다.


그때 누군가 벌컥 브리지 문을 밀고 들어서다가 2 항사와 부딪히면서, 헐떡거리는 숨을 진정시킨 후,

-방의 침대를 고치려고 톱을 썼는데 연기가 좀 나서요, 알람을 꺼 달래려고 왔습니다.

실항사이다. 자신도 올라오는 사이에 경보가 울려서 꽤나 조급했던 모습이다.

-어느 방인데?

-예, 제방인데요, 이번에 올라온 새 매트리스로 바꾸려고 침대를 늘이려 하는 중이었거든요.

-그래 알았어, 그러나 저러나 미리 이야기를 했어야지.

하는 말로 끝을 내기는 했지만 사실 용접 일도 아닌데 연기나 불꽃이 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터이니 미리 이야기한다는 자체는 생각지도 않았을 거다.


어쨌든 조그만 연기나 불꽃에도 민감하게 작용하는 우리 배의 경보장치의 작동 상황이 아주 좋은 편이라 흐뭇하기도 하지만, 너무 자주 울기 때문에 늑대와 소년의 이야기쪼로 경보에 대한 이미지가 변질될까 우려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일이 날 때마다 매번 원인을 찾아내어 방송해주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도 갑판부가 선실 내에서 작업 중 연기로 인해 경보 발령이 났던 것이라고 진짜의 화재 발생을 알리는 경보가 아니라고 알리는 선내 방송을 해주며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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