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배, 좋은 배가 아니라지만

입소문으로 좋은 배의 조건들

by 전희태


IMG_0009(6550)1.jpg 장미 두송이. 어느꽃이 더 아름답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배는 엄연히 사람들이 만들어 낸 물건이지만, 마치 산 사람과 같이 각선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성능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나면서, 그 배를 타는 사람들 입소문에 따라서 좋은 배나 나쁜 배로 소문이 결판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같은 설계도의 시리즈인 시스터 쉽으로 태어난 배라 할지라도 실무에서는 각선마다 독특한 특성이나 개성을 가진 채 뛰고 있기에, 사람들에 따라 선호하는 맘에 맞으면 좋은 배로 그 반대라면 나쁜 배로 소문이 나는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책임 선장으로 승선하여 근무하고 있는 배가 회사 내에서 좋은 배가 아니라는 쪽의 지칭을 조금 더 받고 있는 모양이다. 이 배가 나이 많다는 이유 때문에 가미된 좀은 불공평한 소문이라고 여겨지기에 그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은 욕심에 선뜻 이 배의 책임 선장을 맡겠다고 나섰던 의지도 나에겐 있은 것 같지만...


이 배를 처음 타러 오는 사람이면 한 번쯤은 승선을 거부해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 새로 승선하는 사람들에게서 들었을 때의 기분은 결코 좋을 수가 없었다.

아니 기분이 나쁠 뿐만 아니라 그런 말 하는 사람을 언짢게 여기는 마음조차 들었던 것이다.


지난번 포항에서 새로이 승선한 3항사도,

-그 배는 계속 사고가 나는 배이니, 사고 나지 않게 승선중 항상 조심하여라.

라는 말을 승선 전 교육 시간에 회사 사람들로부터 들은 후, 우리와의 인연을 맺었다는 고백이다.


승선 후 낯도 익히고 환경에 적응을 해가며 예의 신세대답게 PC 이용에도 적극적이라, 회사를 통해 하는 메일이긴 하지만, 열심히 선배와 동기생들에게 안부의 편지도 날리며 우리 배 생활에 적응하고 있든 삼항사이다.


우연히 본선의 메일을 이용하여 처음으로 동료에게 보낸 편지에 우리 배를 타러 올 때 가졌던 싫었던 감정을 솔직히 적고 있는 걸 보았는데,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너도 많이 들어봤을 거다.

-사고 많이 나기로 유명하다고 하던 배. OO OOOO호

-하여간 한 달 연가를 쉬고 그 배를 타려니 영 타기가 싫더라고...


또 다른 편지에는

-XX는 3월 2일에 O OO호를 탄다고 하던데,

-그 녀석은 왜 그렇게 운이 좋은 거야?

-뭐 운이 좋은지 나쁜지는 나중에 봐야 아는 거겠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배를 승선하는 거 같아서... 조금은 녀석이 부럽다.

처음의 이야기는 우리 배가 사고가 많이 나는 배라고 우려하는 이야기이고, 두 번째의 말들은 생각하기에는 좋은 배로 여겨지는 배를 타는 동기생을 부러워하는 마음을 보이고 있는 말이다.


공문 수신을 위해 인터넷을 뒤지다가 보게 된, 그런 편지 내용에 은근히 화가 나서 오늘 아침에 물어봤다.

-우리 배가 나쁜 배라고 누가 그러던가?

-예, 배를 타러 오기 전 교육받을 때 그러던 데요.

-사고는 계속 이어지는 습성이 있고,

-그 배는 사고가 많이 난 배이니,

-사고가 안 나게 조심하며 타야 할 거야.

라는 말을 했습니다. 녀석의 솔직한 대답들이 이제는 귀여움마저 유발하고 있었다.


이제 겨우 바다로 나와 두 번째 배에 승선하는 주제이니, 어떤 배가 탈 만한 배인가를 구별하는 안목이 크게 생겼을 리도 없는 3항사이다.

또 구별 항목 중 어떤 것에 더 큰 비중을 주어야 하는지는 더욱더 모를 처지이지만, 일이 편하고, 구경하기 좋은 곳을 기항하는 배를 좋아하는 듯싶어, 그것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걸 그만두었다.


제 스스로 깨우침이 중요한 거니까 일단은 자신에게 맡겨주고 싶은 때문이기도 하지만, 좋은 배의 첫째 항목은 그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인화가 중요한 거라는 내 생각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 주고 싶은 때문이기도 했다.


더 이야기하는 품새로 봐서, 우리 배의 기관부 쪽이 힘들고 어렵다는 걸로, 자신이 속한 갑판부는 그래도 괜찮다는 편으로 결론을 내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승선하고 있는 배라면, 누가 와서라도 아늑한, 가정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인화가 잘 되어 있는, 선내 분위기 만들기를 원하고 있는 게 내 바람이다.


아직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할 일이 남아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는 말마따나 이미 시작된 일이니, 말뿐이 아닌 행동도 반 이상 넘어서며, 좋은 배로 보이는 결과에 들어서길 간절히 원하며 오늘도 승선근무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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