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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Jul 17. 2017

오션 마스터호는 접안하러 들어가고

인연이 깊은 배의 움직임을 보며


본선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투묘하고 있던 오션 마스터호의모습


 지난 9 일 이곳에 도착하여 투묘한 후 부두로 들어갈 날만을 기다리던 오션 마스터호가 열흘 만인 오늘 아침 드디어 접안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배는 통상적인 묘박지로 사용하는 곳이 아닌, 좀 멀리 남쪽으로 떨어진 곳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도선사를 6시 30분에 태우기 위해서는 아직은 어둠이 많이 깃들어 있는 묘박지에서 일찍 닻을 거두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항해등만 켜고 도선사가 승선하는 위치로 이동하려고, 우리 배가 투묘하고 있는 위치 가까이 지나치는 모습을 확인하며 나는 하고 있던 새벽 운동을 얼른 중단하고 브리지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그리하는 행동이 마치 친정이나 친정붙이를 대하는 여자들의 심정과 같다 고나 할까? 


 사실 나에게 있어 오션 마스터호는 그런 심정으로 행동할 만큼, 아니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 배 이기에 카메라마저 준비해 들고 브리지에 올라가려는 것이다.  95년도 신조 인수 팀을 끌고 삼성중공업 거제도 독크에가서  새 배로 태어나는 마지막 한 달간을 함께 하면서, 인수를 받은 후 그대로 내리 또 3년을 책임 선장으로 근무했던 배가 오션 마스터호였다. 


 어느새 오션 마스터호의 우현 쪽이 역시 우리 배의 우현 선수 쪽을 5~600 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접근하여 통과를 시작하고 있다. 붉은 오렌지 색깔의 선체가 어둠에 반 이상 묻혀 퇴색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빛깔을 맨눈으로 확인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디지털카메라의 파인더에 비친 그림자는 아직도 어둠으로 인해 배의 윤곽도 잘 구별을 못하고 있어 초조한 마음이 들어선다. 


 멀리서 가물가물 하니 헬리콥터의 접근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소리가 들리는 쪽 하늘을 보니 붉은 불을 깜박이며 방금 출항한 배에서 도선사를 픽업한 헬기가 빠른 속도로 오션 마스터호를 향해 접근해오고 있는 모습이 불빛만으로 확인된다. 

 카메라의 초점을 제법 가깝게 옆을 지나치고 있는 오션 마스터 호에 맞추며 그곳에 헬기마저 들어서길 기다려 본다. 아직도 어둠은 카메라의 시야를 가리고 있지만, 헬기가 착선을 위해 불빛을 비추고 또 오션 마스터호가 브리지 쪽에서 갑판 상으로 밝혀준 투광등 불빛이 있어 겨우 배의 윤곽이 파인더에 들어온다. 


 헬기가 한 바퀴 선회하면서 랜딩 할 곳을 확인하고 접근해 내려가지만, 이번에는 양 배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니 헬기의 서치라이트 불빛도 소용없이 또 카메라의 눈을 피해 버린다. 


-잘 나오자 못할 것 같은 데요. 하지만 찍어 놓고 보지요. 

브리지에서 새벽 시간의 정박 당직을 서고 있던 일항사가 옆으로 와서 코치를 한다.


-그래, 어두워서 잘 안 나올 것 같지만, 시도는 해 봐야지. 하며 계속해서 몇 장면을 더 찍었다. 

이젠 두 배 사이가 너무 멀어진 때문에, 어둠이 없더라도 사진은 별로 잘 찍히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했던 오션 마스터호의 모습을 제대로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기왕지사 카메라를 들고 브리지에 올라왔으니, 좀 더 밝아지는 여명의 장면이라도 찍어보자 작정을 하며 기다리기로 한다. 


-모닝커피 한 잔 드세요. 

그동안 커피 포트의 물을 담아 손수 끓인 커피 한잔을 일항사가 권해 왔고, 나는 그 성의를 기쁘게 받아 드리기로 했다.


-자네도 한잔 하지 그러나? 

커피잔을 입에 대다가, 나에게 권하기만 하고 자신은 커피를 들지 않는 일항사를 보며 말을 걸었다.

-예, 저는 좀 전에 한잔했습니다. 여러 잔 마시기도 그렇고...

-나중 식사 후에나 한잔 더 하겠습니다. 

-그래? 이 커피 고맙게 잘 마시겠네, 커피 값은 외상으로 달아 두게나 허허. 

농담으로 말을 맺으며, 코 끝을 잔잔히 피어오르는 새벽 커피의 향기에 대면서 가만히 숨을 들여 마신다.

알싸하고 훈훈한 커피 향이 입속을 찾아드는 쓴 맛보다도 먼저 코안에서의 훈훈한 즐거움을 베풀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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