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수리를 하며
6번 창 오른쪽 해치커버가 지난번 뉴캐슬에서 트래픽 레인을 벗어날 뻔한 약간의 이상 상태를 연출하여, 이번 국내 기항 시에 영구 수리해 주도록 요청을 했다.
그럴 것이라 짐작하든 우리 생각에 맞장구라도 쳐주듯이, 차 항차가 드라이독킹인데 이번에 그런 수리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언급과 함께, 본선에서 임시 조치해 독킹 때까지 수리를 미뤄 달라는 답변이 담당 감독으로부터 온 것이다.
이미 그런 반응이 있을 거라는 각오는 하고 있었던 일, 생각하고 있던 러닝 리페어 수리방법을 다시 한번 더 검토한 후 작업을 진행시키기로 한다.
임시지만 한 항 차 이상 버틸 수 있도록 보강해주는 그 수리 방법은 휠에다가 스티프너를 용접으로 덧대주는 보강으로 활차가 레일을 벗어나지 않도록 해주는 작업이다.
일과의 진행은 아침나절만 하고 넘어가야 하는 토요일이지만, 그 일의 중요성이 크고 입항 때까지 시간도 촉박하여, 오후에도 쉼 없이 작업을 강행군하기로 한다.
그간 호주 출항 후 하룬가 이틀 정도만 흐렸고, 계속 맑은 날씨로 이어져 왔건만, 오늘따라 구름이 잔뜩 끼며 한 번씩 찬바람을 보내는 낌새가 한줄금 흩뿌혀 줄 것 같은 기세이다.
기상도 받은 걸 다시 검토해 보니 바로 그 구름들은 우리가 가고 있는 앞쪽 바다 위로 그려져 있는 전선이 가까워 졌다는 걸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지니 저녁 무렵부터는 제법 비가 되어 만나질 것으로 짐작이 된다.
뉴스는 지금 이 시간에도 한반도는 아래 위로 고기압들이 지키고 있는 형편이라 너무 화창한 날씨가 되어, 가뭄을 계속 재촉하고 있는 형편이라는데 지금 여기서 만나고 있는 이 구름들이 우리와 같이 얌전히 북상하며 참고 있다가 한국에 도착하면 비로 변하면서 흠뻑 뿌려 주면 안 될까? 불가능한 기대를 품어 본다.
어쨌거나 현재 용접 작업하고 있는 우리 배 위로는 비가 오면 안 된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용접을 마치며 뒤처리를 끝내니 오후 15시 30분이다. 토요일을 완전히 일반 평일 같이 계속 일을 한 셈이다.
그런 끝마침을 지켜본 후, 거실로 돌아오려는데 빗방울이 한 두 방울 흩날리기 시작한다.
그 정도로 비가 뿌려도 용접 작업은 못하는 것이었는데, 한나절을 많은 참을성을 가지고 인내해(?) 준, 이제 와서 비 내리는 상황이 그래서 더없이 고마울 수밖에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