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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을 전후하여 만난 일들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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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19.jpg 저녁 대접을 받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다

저녁 6시 30분까지 부두 앞에 차를 보내줄 터이니 그 차를 타고 사롱 사관은 모두 나오라는 연락을 담당 감독으로부터 받았다.


그 차를 기다리는데 같이 상륙해야 할 기관장과 일기사가 오늘 낮에야 겨우 개통시킨 육전과 함께 연결이 된 냉각수 계통의 라인에서 물이 새어서 수리를 하는데 2~30분이 걸리겠다는 언질을 주기에 차가 오면 좀 기다리게 하였다.


미리 부두로 내려가 기다리던 일항사가 시간 맞추어 온 차를 대기시켜 놓고, 기관실에서의 작업이 끝났다는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건만, 2~30분이 지난 다음에 나타난 기관장이 수리는 끝났으나, 냉각수의 순환이 필요한 부위로 제대로 가지 못해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득이 외출을 포기해야겠다는 보고를 해온다.


마침 그 순간에 부두에서 차를 잡아 놓고 기다리던 일항사가 사정을 알아보려고 다시 배로 올라왔기에 기관장과 일기사의 부득이한 불참을 기정 사실화하며 일항사와 나 그리고 아내 세 사람만이 참여키로 하고 배를 나섰다.


부두로 통하는 높은 현문을 사닥다리 발판을 밟고 내려가는데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차가 제 혼자 떠나가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어쨌거나 우리가 자신을 기다리게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고객에 대한 태도일까? 하는 괘씸한 생각을 하며 택시라도 잡아타고 약속한 장소로 가야겠다고 작정하는데 마침 부두 안을 드나들며 영업을 하는 자가용 택시가 지나가다가 알은체를 한다.


저것 타고 가지 차를 세우고 목적지인 호텔 이름을 대니 알았단다. 얼마에 가자는 약속도 못하고 그냥 타고 갔는데 목적지에 도착하여 내리며 얼마를 내야 하느냐니까 40위안이란다.

지난 일요일 바로 이 차를 타고 성당에 갔다가 들어올 때 자신을 기다리게 해서 영업을 못했으니 돈을 더 내야 한다던 자신의 말만 하며 처음 약속했던 돈을 주니 그 걸로는 모자란다는 몸짓을 해대던 바로 그 운전자가 이 사람인데 오늘 요금을 받는 태도는 아주 공손하고 또 바가지를 씌우는 그런 태도가 아니라서 기분이 좋았다.


태풍 도라지가 대만을 거쳐 중국의 연안을 따라 북상하며 그 세력이 떨어지면서 변해진 저기압이 전선을 대동하고 빠른 속력으로 우리 쪽으로 접근한다는 기상도를 보고 상륙하면서 우산을 미리 준비하고 나섰던 것인데 택시를 내리며 보니 약간의 빗방울이 떨어지어 우산은 잘 준비하고 나왔다는 안도를 갖게 한다.


모여 있는 사람들이 그러고 보니 모두 예전에 나와 같은 배를 타던 사람들로서 본의 아니게 내가 화제의 중심에서 떠돌게 되었지만, 그럭저럭 회식을 끝내고 자리를 일어서는데 밖에는 장대 같은 비가 내리며 길은 이미 물바다가 되어 있다.


잡아준 택시를 타고 중웬 챠우를 외쳤지만 못 알아듣던 운전기사가 아내의 멩 화우 다오 (면화도(綿花島). 조선소가 있는 지역 이름)라고 발음한 말을 알아듣고 차를 출발시켜준다.


자신이 주워들은 말을 했는데 알아듣고 차를 출발시키는 운전기사를 만나니 아내는 마냥 즐겁고 신나는 모양이다. 계속 줄기차게 내리는 빗속을 달리는 차 안에서 이번에는 하수도가 제대로 안되어 있는 도로를 걱정해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터보트가 물을 차고 달리듯이 한길에 넘치는 빗물을 튕기며 달리는 묘기를 연출하여 타고 있는 우리의 가슴을 아찔하게 만들면서도 차는 무사히 조선소 정문 앞에 대어 놓아준다.


빗줄기는 많이 수그러들어 있지만 아직도 바람에 날리는 빗방울을 왼쪽으로 받으며 뒤집어질 듯 바람에 휘둘리는 우산을 힘껏 잡고 배에 올라오니 신발은 모두 물에 젖었고 옷의 왼쪽 편은 후줄근하니 빗물이 쥐어짜 진다.


내일 새벽녘에 지나칠 저기압에 대비하여 현재 잡고 있는 계류삭의 상황이 어떤지를 살피도록 일항사에게 지시하고 방으로 올라왔다.


조선소에 들어와서 본선의 모든 파워를 끄고 육전을 쓰고 있으니, 본선의 계류 안전에 대한 책임의 소재는 일차적으로 조선소에 있지만, 그렇다고 본선의 안전에 대한 상황을 등한히 할 수 없는 마음이 그런 지시를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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