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점검이 주는 기쁨
어제 오후. HABOUR CONTROL로 본선 스케줄을 문의하니, 오늘 아침 10시에 부두 접안 예정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당겨진 예정의 변경을 전해 듣게 되었다.
기관장은 현재 세 대의 발전기 중 두 대 밖에 사용 못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두고 그 두 대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철저한 정비를 계속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내일 오전 중에 하려던 점검을 당겨진 접안 예정에 맞추어 어제저녁 식사하자마자 미리 시작했다. 그렇게 밤이 지났다.
아침 7시. 기관실의 철야 야근을 끝내고 통로를 올라오는 일기사를 보니 밤새 잠을 못 자고 일을 한 모습이 역력하게 나타나는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다.
-밤새워 일하고 지금 올라오는 것이야?
-예,
피곤을 풍기며 대답하는 데, 잠이 잔뜩 와 있는 모습이다.
-수고가 많았어, 근데 일을 한 결과는 좋지?
-예.
하는 대답을 들으며 안심되는 마음으로 식사하러 내려갔었다.
식사를 끝낸 후 부두로 들어가기 위한 SHIFTING 작업을 위해 아침 10시에 승선 예정인 파이로트(도선사)를 맞이하기 위한 움직임의 첫 순서인 닻을 감아 들이려고 전 승조원의 현장 배치(ALL STATION ALL S/BY.)를 발령하는 선내 벨을 울렸다.
1025시. 도선사는 헬리콥터로 승선 입항 작업을 시작하였다.
1200시. DYKE NO.5 선석에 접안을 끝낼 때, 부두에서 기다리고 있던 대리 점원이 올라와 입항수속을 마쳐준다.
1300시. 늦어진 점심식사를 하던 중 역시 늦은 식사에 참여한 기관장이,
-어제 발전기 점검을 안 했었다 면 대형 사고가 날 뻔했어요.
듣기에 따라서는 큰일 날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뭐가 이상이 있었는데?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진짜 큰 일을 막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1번 발전기의 2번 씨 린더 콘-롯드(CYLINDER CON-ROD)가 꾸부러져 있더군요.
-계속 그대로 돌렸으면 발전기 꿔(구어) 먹는 데까지 갈 뻔했던 거지요.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항해를 중단하게 되어 오션 터그에 이끌릴 뻔 한 거지요.
듣고 보니 대단한 일을 미리 발견하여 큰 사고를 막은 것으로 기관장은 모든 기관부원들을 모아 놓고 그 상태를 보여준 후, 밤을 새우며 힘들게 일했지만 보람찬 일이 아니었냐는 이야기를 하며 뿌듯한 마음이 들었 단다.
그런 게 엔지니어의 자부심이고 기쁨이 아니겠는가?
사실 그 점검의 추진은 오늘 낮에 들어간다는 예정만 믿고, 오늘 아침에 실행하려던 쉬운대로 생각하고 진행했다면, 최소한 오늘 부두에 접안은 힘들어졌을 것이고, 시간이 없다고 점검을 아예 나중으로 미뤘다면 출항 후 항해 중에 사고로 이어지는 것으로 결말이 날 확률이 제일 높았던 일이다.
일이 제대로 풀리려니까 미리 스케줄을 점검하는 일을 했고, 그에 따라 예정사항을 당겨 실행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결국 밤새워 일을 끝내어 안전한 결과를 얻은 것이 아닌가?
사고를 보면 모든 일이 사고를 위해 힘을 모은 것 같이 보이는데, 마찬가지로 사고방지도 이번 일처럼 모든 일이 사고방지를 위해 손발이 척척 맞아 들은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저녁때까지 잠들을 자서 피곤을 어느 정도 풀고 난 후 기관부원들은 최소한의 당직자만 남겨주고 모두들 회식을 한다고 단체 상륙으로 외출을 한다.
일기사의 진급 턱을 낸다는 타이틀을 앞에 내세운 단합대회였지만, 실은 자신들이 해 낸 사고방지의 큰일이 기뻐서 자축하는 의미도 많이 들어있는 분위기여서 나도 기쁜 마음으로 이들을 응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