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식 선창 청소

전 항차 화물 찌꺼기와 섞이지 않도록 하는 청소

by 전희태
%B9%B0û%BC%D222(2457)1.jpg 선창청소중 펌프를 돌려 해수로 선창 내부를 씻어내는 과정.



그동안 석탄을 주욱 실어오던 선적 패턴이 이번 항차가 철광석을 한번 싣는 항차로 바뀌는 예정 때문에 전 승조원이 모두 참석하여 선창 청소를 대대적으로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대량으로 싣는 화물인데, 석탄 찌꺼기가 철광석과 섞인다면 얼마나 섞일 건데 까짓것 적당히 청소하고-아니 청소했다고 하고-넘어가도 되는 일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면, 큰 코 다칠 일이기에 열심히 수세식 청소를 하도록 감독하며 일을 진행시킨다.


그 두 가지 화물은 제철회사의 용광로 입장으로 보면 늘 같이 만나서 불이 붙고 뒹굴어야 하는 숙명을 타고 난 사이이지만, 석탄-유연탄-이 화력 좋은 코크스로 변신하기 전에는, 결코 철광석과 직접 만나서는 제철이란 과정을 그르치는 불순물일 수밖에 없는 숙명이기에, 화주는 철저히 두 화물이 섞이지 않게 먼저 번 실었던 화물의 찌꺼기가 제거되도록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전 선창을 철광석 선적으로 바꾸는 예정이 아니라서, 바꿔 실을 예정을 가진 선창만 물청소를 하기로 한 점에 한숨 돌리며, 청소작업을 시행하려는 것이다.


오늘 그 스타트로 1번 창을 시작했는데, 처음 해보는 선원이 많아서, 손발이 잘 안 맞는 시행착오도 생기어 작업의 진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못하고 있음에 짜증이 좀 나고 있다. 1번 창 하나만 가지고 하루 종일 씨름질 하듯 했지만, 저녁 다섯 시 반이 넘도록 결국 끝을 못 내고 말았는데 날씨까지 한몫 거둔 셈이다.


아침에 일을 시작할 무렵에는 약간의 안개가 끼어 있었지만 점심 식사 후, 다시 나가니 어느새 가는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씨로 변해 있었다.


그야말로 옷 젖는 것을 모르게 살금살금 내리는 비라, 이런 비라도 우리나라에나 오지 왜 이곳에서 내리며 우리를 괴롭히나? 하는 불평이 절로 나온다.


북상하려고 준비 중인 장마 전선의 비구름대 밑을 지나는 때문에 만나지는 비인 줄을 알기에 어서 빨리 북상하여 우리나라에 현재와 있는 90여 년 만에 나타났다는 극심한 가뭄 해소에 힘을 보태어 달라고, 그리고 우리에게는 일하는 데 불편이 안 되게 도와주십사 빌어보는 마음을 품고 빗방울이 옆으로 휘날리는 갑판을 디지털카메라를 준비해 들고나갔다.


일단은 작업 상황을 기록으로 남겨두어 다음에 참고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 때문이라 생각한 행동이지만, 사실은 나의 선박 생활의 기록을 위한 의미도 들어 있다.


여섯 시가 되어서 일단 작업을 중단하기로 하고 모두 철수하는데, 나는 은근히 이런 식으로 가면 선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도 선창 청소의 끝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까 봐 걱정을 하고 있다.


작업하던 선원들은 오늘의 과업이 끝난 시원한 심리에 젖어들어 가지만, 나는 고삐 채워진 선장이란 직책이 그런 근심을 사서 하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마음을 다잡아, 내일부터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안전을 제일로 생각하는 작업을 하도록 유도하리라 새삼 결심을 세우며, 서둘러 사진을 찍은 후, 방으로 돌아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안갯속 출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