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전하고 받는 방법의 차이점
출항하고 벌써 세 번이나 전화를 걸었었기에 새삼 무슨 말을 하리오 마는 그래도 쓸 말은 또 따로 있는 모양이구려. 어제저녁에 걸었던 전화는 통화시간을 짧게 하여 요금을 아끼려고 서둘러 끊은 기분이 들 정도로 할 말만 하고 끝내었다고 생각했는데 글쎄 서울 무선에서는 두 통화를 했다고 이야기를 하는 구려. 아니라고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그냥 인정해주고 말았다오.
당신과 통화 한 건데, 그까짓 것 한 통화 2,500원 더 쓰지 뭐... 하는 기분에서 말이오.
목적 항인 호주의 포트헤드랜드를 향해 달리고 있는 우리 배는 매일 같이 비를 만나가며 시원함을 만끽하는 순항을 하고 있는데 이런 비를 만날 때마다 우리나라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뭄을 생각하며 공평치 못한 하늘의 처사에 입을 뾰르퉁하니 내밀어 보곤 했답니다. -이런 소식은 전화보다는 이렇게 편지로 쓰는 게 낫지요?-
어쩌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비구름의 연속선인 장마전선이 우리나라 쪽으로 올라가서 상륙하게 될 것으로 믿으며 꼭 빠른 기일 안에 그렇게 되어 충분한 비를 우리 고국에 골고루 내려 주기를 또한 간절히 빌어보곤 했죠.
출항 후부터 우리들은 계속해서 선창 청소를 하느라고 모든 승조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답니다. 그간 석탄만 주욱 싣고 다니다가 오래간만에 다음 화물이 철광석으로 바꿔 싣게 되었기 때문이 랍니다.
사실 그냥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같이 용광로에 들어가서 철을 만들어 내는데 쓰이는 원료들이니 함께 섞인 들 어떠하랴 싶지만, 실은 먼저 실려 있었던 화물의 찌꺼기인 석탄이(반대인 경우도 마찬가지) 남아 있다가 나중에 싣게 되는 철광석과 섞이면 제철과정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낸 다는군요.
따라서 그렇게 고집스럽게 청소할 것을 화주인 포철에서 요청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만사를 제쳐놓고 열심히 선창을 물로 씻어내는 청소로 시행하는 거랍니다.
토요일인 어제도 일요일인 오늘도 쉼이 없이 그래서 열심히 청소하고 있습니다. 혹시 항해기간이 짧은 관계로 선적지에 도착 전까지 선창 청소를 끝내지 못할까 봐 우려하는 마음조차 갖고 말입니다.
우선 선적 준비를 완벽하게 해놓고 난 후 그 후에 평일이더라도 쉬는 시간을 주기로 작정하고 시행하는 작업이지만 아무래도 서두르다 보니 온갖 위험이 그 작업을 하는 중간중간에 숨어있을 수 있어 일이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 안전사고가 안 일어나도록 조심하며 시행하라고 독려하는 나의 마음은 무사한 하루의 일과가 끝나는 순간이 와야 마음ㅇ,ㄹ 풓어 놓곤 한답니다.
19일쯤 도착하여 3~4일 있다가 출항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안에 다시 소식 전하지요.
필리핀 동쪽 바다를 남하하면서. 당신의 -암 부럽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