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톤 발출 작업

항해 중 기관의 긴급 수리작업

by 전희태


JJS_3912.JPG 피스톤 발출 작업



소음이긴 하지만 결코 소음일 수 없는 항해 중 일정하게 들려오던 주기관의 운전음이 아무래도 비틀어져 들려온다. 이상한 음이 섞인 것이 어딘가 불편한 곳이 생겨 징징대며 힘들어하는 자식 아이의 거친 숨소리라도 듣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는 것이다.



-지금 기관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얼른 브리지로 전화를 걸어 당직사관에게 물어본다.


별 일이 없다는 대답을 기대하며 걸은 전화였건만 내 연락을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이 날아온 대답은,

-예, 지금 기관에 이상이 생겨 엔진 알피엠을 하프로 내리고 있습니다.

-세워서 수리해야 하는 거래?

-예, 기관장 말씀이 그래야 할 거라는 데요.

-얼마나 세워야 한데?

-몇 시간 걸려야 되는 모양입니다.

-알았어, 

그렇게 주고받은 말로서, 피스톤 발출 작업이 있어야 하는가? 하는 짐작이 들었고, 생각은 더하여 <용선주를 상대로 어떻게 시간을 벌어내야 하는가?>에 대하여 마음을 쓰고 있다.



방금 끊어준 전화의 벨 소리가 울린다. 브리지로 가려고 겉옷을 걸치던 자세 그대로 수화기를 든다.

기관실이다. 기관장의 보고해 온 말은 터보차저가 심하게 써징을 해서 알피엠을 올릴 수가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피스톤 발출 작업을 해야겠다는 전언이다.

결국 내가 짐작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몇 번 피스톤입니까?

-2번 피스톤입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한 일고여덟 시간은 걸려야 합니다.

-알았어요. 지금 브리지로 올라갑니다. 다시 연락하죠.


새벽 3시 30분. 배를 세우려고 엔진의 텔레그라프가 바쁘게 울린다. 드디어 지시침이 스톱위치에 머물러준다.

남위 3도 39분, 동경 118도 21.5분으로 찍히는 SELAT MAKASAR의 북쪽 시작되는 부근을 조금 빗겨낸 모퉁이 위치에 그렇게 배를 세웠지만, 전진 타력, 조류, 풍압 등으로 그 자리에 붙박여 있을 수는 없는 형편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브리지에서 할 일은, 시간과의 초 다툼을 겨루는 기관 수리일의 진행이 제대로 빠르게 끝나기를 기다리며, 본선 위치의 안전한 확보를 위한 경계당직에 철저히 임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정선하여 머무르고 있는 장소가 항로의 변침 점이 가까이 있는 위치이다. 많은 배들의 출몰을 볼 수 있는데 그중의 어느 배에서는 VHF로 불법적인 소음성 음악을 계속 틀어 내주어 안 그래도 날카로워진 신경을 더욱 벼리게 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그런 행동을 하는 놈에게 한바탕 욕을 퍼부어 주고도 싶지만 그냥 꾹 참는다.

여기서 VHF 핸드셋을 잡아가며 욕을 하거나, 떠들지 말라고 권해 본들 그것 역시 또 다른 제삼자에게는 소음이요 공해 음을 확산하는 일 밖에 안 되는 것이니 그냥 꾹 참을 도리밖에 없는 것이다.



문득 40여 년 전 내가 처음 승선하여 바다로 나왔을 무렵이 떠오른다. 솔직히 그 당시 나도 그런 VHF 방송을 해본 경험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당시에 내가 만들어 냈던 그런 소음으로 인해 신경질이 나고 짜증이 생겼던 선원들이 없었으리라는 보장이 없었겠구나~ 하는 심정이 들어서게 되니, 그들을 욕하며 툴툴거리던 마음을 되잡아 그냥 이젠 그만 해주세요! 하는 비는 속마음 되면서 VHF 볼륨을 줄이라고 지시한다.


그동안의 선위를 측정하니 가려던 방향으로 계속 밀려가고 있다. 그건 이제 아무런 자력 움직임을 갖지 못하고 있는 우리 배로서는 부근의 위험한 장소로부터 조금씩 벌어지는 상태라서 그나마 바람직스러운 움직임이기도 하다.

이제는 7시간쯤 걸린다는 수리작업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 무사히 재 항해에 들도록 바라는 마음 되면서 당직자들을 독려한 후 브리지를 내려왔다.


11시쯤 끝나리라 여겼던 밤을 새운 작업은 다행히 생각보다는 빠른 9시 40분쯤에 끝이 났다. 꼼꼼하게 상황을 재점검해주며 다시 항해에 들어선다.


어쨌거나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 배에서 이제는 항해하는 동안 또 정선하는 일 없이 제대로 된 기관 작동음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면서 브리지를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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