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위에서 만난 비둘기

배 안으로 찾아드는 새들을 보며

by 전희태
14.jpg 난간 핸드레일 위에서 물러나고 있는 저녁 놀을 곁눈질하던 비둘기의 모습



어둠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갑판 위 핸드레일 위에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저물어 가는 수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수평선 아래로 빠져 들어가는 태양이 마지막 시간을 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배위에서 그 비둘기는 모든 걸 잃어버린 방랑자의 서러움에 처해서 였을까?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같은 포즈만 취하고 있는 비둘기의 지금 심정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날아가야 할 남은 길은 얼마나 될까? ,

-오늘 밤은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 건가?

-먹고 마실 것을 여기서 구할 수는 있는 걸까?


대통으로 된 인식 표지를 발목 위에 달고 있는 모양으로 봐서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키우고 있는 전서구 종류의 새임에 틀림없건만, 가까이해보려는 나에게 매우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니 섭섭한 마음 절로 솟아난다.



아직까지 필리핀의 육지라도 가까이 만나 보려면 20시간 정도는 달려야 하는 우리 배의 형편 속에서 그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그러고 있을 것이 다시금 애처롭게 보여 작은 그릇에 물을 가득 담아다가 녀석의 발치 아래쪽 갑판 위에 놓아주고 가만히 물러났다.


사방이 온통 물 천지로 둘러 싸여 있지만, 마실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한 접시의 물 뿐이니까... 그러면 마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취해주는 배려였다.


녀석이 원하는 건 더 이상의 관심은 오히려 버거운 짐이 되어 힘들게 하는 것일 거라 짐작되기에 내 배를 쉼터로 하여 찾아온 손님에게 내가 베풀어 줄 수 있는 형편은 거기까지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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