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박지에서 부두로 배를 옮김
방안 가득 울려 퍼지는 전화벨 소리를 들으며 잠결에서도 즉시 수화기를 집어 든다.
-여보세요.
응답해주는 내 대답 소리를 들으며,
-선장님 새벽 3시 15분에 도선사가 승선한다는 데요..
브리지 당직사관인 2 항사의 음성이 최신의 쉬프팅 정보를 알려온다.
-뭐야 그럼 쉬프팅 시간이 당겨진 거네?
손목을 들어 올리어 늘 차고 있는 손목시계를 보니 야광 시침이 새벽 두 시를 알리고 있다.
어제저녁 때 예정으로는 오늘 새벽 5시에 도선사가 승선한다고 했는데 그만큼 예정이 당겨진 모양이다.
-알았어, 그럼 지금 즉시 <올 스탠바이 벨> 울리도록 해라.
전화를 끊으며 이제 한 시간 반 밖에 남지 않은 파이로트 승선 시간에 대기 위해 그대로 벨을 울리게 한 거다.
이곳의 파이로트는 본선이 투묘하고 있는 정박지로 자신이 찾아와서 승선하는 것이 아니라 부두로 접근하는 수로 입구에서 헬기로 승선하기에 미리 준비하여 수로 입구 보딩 포인트까지 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옷매무새를 고쳐 입으며 브리지로 올라가는데 길게 울리는 <올 스탠바이의 벨> 소리가 귀를 따갑게 한다.
그 후 약속한 대로 헬기로 승선한 파이로트가 배를 조선하여 부두로 들어가는 동안 또 부두에 배를 대고 계류삭을 다잡은 6시 10분까지의 약 세 시간에 걸쳐 배가 움직이는 순간들에 내가 겪어야 했던 일은 이렇다.
통보해 준 파이로트 승선 예정 시간인 3시 15분까지 만나려면 아무래도 이른 쉬프팅 준비로 앵카를 감아 들여야 하므로 승선 예정 시간보다 2시간 넘어 빠르게 스탠바이를 한 것이다.
더하여 여러 가지 위험상황이나 어려움이 많은 수로에서 정확한 시간에 만나려면 미속 전진이나 기관정지 까지도 적절히 사용하여 혹시 빨라져서 약속 장소를 지나치거나, 수로에 미처 도착하지 못하는 등의 난관을 가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다.
다행히 열심인 시간 맞춤에 따르듯 약속한 대로 날아온 헬기로 파이로트는 예정된 장소와 시간에 승선하였다. 그렇게 한숨 돌리며 잘 들어가던 중인데 이번에는 수로에서 서로 지나쳐 가던 출항선에서 본선의 우현 현등의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어 난감한 마음을 품게 만들어 주었다.
더구나 부두에 다 들어와서 계류삭을 잡을 때는 그 줄이 육상 애프론의 틈새에 잘못 끼워진 걸 다시 풀어내느라 라인 보트로 당겨 풀어준 것을, 재차 감았다가 다시 내어주느라고 20여분을 소모하여 그만큼 늦어지게 되었다.
다른 동형선들과 달리 선체 중앙부에 있는 파이로트 래더용 컴비내션 사다리를 갱웨이 레더로 사용하고 있는 본선의 입장 때문에 그 자리를 확보하려면, 계류삭을 잡는 위치가 달려져서 스프링 라인을 평소의 반대쪽으로 나가게 하였기에 작업 시간은 더욱 오래 걸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