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을 날아 건너
어젯밤 드골 공항을 23시 30분에 떠났다.
이번의 비행기는 보잉 747-400 기종으로 여객을 가장 많이 태우는 기종 답게 거창하고 우람하지만 그 안에 타고 있는 승객들은 남미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백인들이 몇몇 섞여 있는 정도에 동양인은 몇 명 되질 않아 보였다.
한밤중에 떠난 비행기는 곧 밤참을 겸한 저녁식사를 대접한다. 잠깐 졸 던 잠에서 깨어나 식사에 응했다.
대서양을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세로 지르며 달리는 이 공로는 10시간 걸린다는 데,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중에 드디어 현지시간 0520시에 정확히 리오 공항에 착륙하였다.
조용히 착륙을 기다리고 있던 승객 모두가 무사한 착륙을 기뻐하는 환호성과 박수를 기장에게 보내고 있다. 남미인 다운 정열적인 기질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 곳에서의 예정은 인수할 배가 머무르고 있는 SEPETIBA항의 TERMINAL DA ILHA GUAIBA 부두까지는 비행기를 내린 후 육로 승용차로 움직일 계획으로 알고 있었기에, 혹시 그들과 연결이 잘 안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컸지만 나중 램프 웨이 앞까지 마중 나와서 우리를 찾는 모습을 만나게 되면서 안심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 새로 산 여행가방의 한 귀퉁이가 함몰하여 사람으로 치면 두개골 골절이라도 생긴 모양을 보여 그것도 한참을 기다려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우리 앞에 선 가방을 보며 앞으로 그런 고생과 연륜을 쌓으며 나와 함께 할 것이란 믿음도 가져보았다.
뱃사람으로서 <세계 3대 미항>의 하나라는, 이름도 독특한 <1월의 강> 항구를 선박이 아닌 비행기로 찾아온 것이다. 잠을 자다 말다 깨이 나고 뒤척이다가 엉덩이 뼈가 아파서 억지로 일어나 변소까지 찾아가는 길이나마 일부러 걸어보던 장거리 비행기의 지루한 악몽(?)에서 벗어나며 내려선 새벽의 리오 공항은 그렇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대했던 리오 데 자네이로(Rio de Janeiro, 1월의 강이라는 뜻)는 세계 3대 미항의 면모가 아닌 비를 맞아 후줄근히 변한 풀 죽은 노파 같은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 준다.
그런 칙칙한 구석과 함께 비행기의 램프 웨이를 빠져나오는 우리 앞에 길을 막듯이 서있던 사복 공항 경찰이 여권을 보자고 손짓을 했다.
별로 안 좋은 스포트 체크하는 덫에 걸린 기분이라 떨떠름했지만 앞장섰던 기관장이 얼른 여권을 제시해주니 코리안? 하더니 그대로 돌려주었고, 내 것은 볼 생각도 안 하고 뒤따라 나오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러고 보니 그가 체크하는 사람은 우리와 같은 동양인을 위주로 하는 걸로 보이지만 그의 어조로 봐서 코리언으로 확인한 후에는 그냥 지나치는 매너를 보여주니 우리나라가 검문의 대상국이 아닌 걸로 여겨지는 태도이라 그만큼의 안도감에 여유로운 심사도 가져본다.
마침 몇 사람의 출영객이 그곳까지 나와서 싸인 판을 들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우리 일행을 찾는 대리 점원을 만나게 되니 그간의 조바심마저 그냥 흘려 보내며 얼른 반가운 마음으로 그 앞에 섰다.
그런데 우리 말고 또 한 사람 더 찾을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가 아직 나타나질 않아서 기다리느라고 경찰이 검문 검색하는 모양을 본의 아니게 좀 더 보게 되었는데, 아마도 자신들이 그런 구역에 들어와서 수속을 대행해주며 일을 하고 있으니, 특별 급행 비를 지불해 달라고 이야기하는 눈치의 대리 점원의 말을 들으며, 기관장은 자신은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몸으로 대답해 주고 있다.
더 이상 이야기해봐야 자신의 입만 아프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나에게는 말도 꺼내지 않고 다시 우리의 입국을 위한 수속하는 일을 계속하여 그 자리를 빠져나오게 한다.
거기까지 우리와 동행한 그의 직무는 출입국 관계의 일을 끝마쳐 주는 것이었고, 이제 세관 수속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 화물로 부친 짐을 찾아 나가는 길에서 우리를 막아 서고 있다.
몇 번을 돌고 도는 짐도 있는데 우리의 짐은 어쩔까? 마음 조이며 기다리기 글쎄 10여분이 지났을까?
기관장의 짐부터 찾아내었다. 그리고도 한참을 더 기다렸으나 내 짐이 나오질 않고 있어 은근히 초조한 마음에 여러 가지의 경우를 상상하게 되었다.
자리를 옮겨 시작이 가까운 쪽으로 옮겨가는데 마침 손잡이에 붉은색 표지를 붙인 아무래도 눈에 익은 가방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어디에서 심하게 얻어맞기라도 했는가? 한쪽 귀퉁이가 약간의 함몰 형태를 가진 상처를 보이고 있다.
이번 여행을 위해 새로 산 가방으로 만 마일이 넘는 거리를 두 번의 비행기로 바꿔 타는 인연을 맺었던 어느 공항에서 뭔지 불만을 가진 녀석이 불량한 화물 취급을 하며 땅바닥에 팽개치기라도 한 모양이다.
누구에게 항의를 할 형편도 못되니 그냥 괘씸함을 감수하며 짐을 들고 나오니 여자 세관원이 나갈 길을 알려주고 체크를 하는데 우리는 그냥 나가면 되는 곳으로 보내준다.
세관에 내는 신고서를 잘못 써낸(?) 사람에게 신고한 내용을 더욱 정확히 체크하려고 그들은 따로 검사를 하려고 그런 다는 느낌을 받으니 그런 설문 서식 용지에 대답은 모두 NO.로 표시하는 게 맞다고 이야기하는 나보다는 좀 더 많은 여행 경험을 가진 기관장의 도움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제 공항 밖으로 나와서 차를 기다리며 리오의 경치를 감상할 마음의 준비로 들어갔지만, 비 내리고 습도가 너무 많은 눅진한 기상상황이 모든 기대를 앗아가 버린다.
이윽고 여기저기 전화 연락을 하며 일을 진행하던 대리 점원이 택시 표지판이 없이도 장거리를 운행하는 택시를 잡아서 짐을 실어준 후 가라고 하면서 자신의 일은 여기서 끝났다며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차가 출발했다. 점점 날이 새어 오는 속에 우리가 달리는 차선은 별 막힘이 없이 잘 달리는데 반대편 리오로 들어오는 차선은 그냥 주차장이다. 그 길의 트래픽은 서울 못지않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음을 알겠다.
우리는 막히지 않은 차선을 시원스레 달리며 이따금 휴대전화를 하는 운전기사를 보니 오히려 너무 달리는 게 아닌가? 걱정스러운 의구심을 품게 만들고 있다.
제법 굵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도 대리 점원이 붙여준 운전기사는 잘 몰고 가던 차를 어느 다리를 건너 서자 마자 보도 옆으로 바짝 가져다 대더니 자신의 근무시간이 끝났기에 다른 기사와 교대할 것이라며 하차한다.
이번에 교대하여 탄 친구는 얼굴에 흉터도 있고 몸에서 심한 담배와 커피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었지만, 자신이 우리를 맡아서 데려 다 주기로 한 약속은 잘 지키어 통선장이 있는 부두에 도착한 후, 한 통선을 잡아준다.
우리가 승선할 인수 중고선이 선적작업을 하고 있는 부두로 우리를 실어다 줄 통선이 힘차게 달리기 시작한 세페티바 항 통선장 위로 비구름을 동반한 비가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