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내를 찾아오는 나는 놈들
엊저녁 해질 무렵 갑자기 날아와 팔뚝 위에 앉아 나를 잠깐 놀래게 한 죄(?)로 내 방으로 끌려 들어와 감금 같은 방면을 당한 후 커튼에 붙더니 사태를 관망하는 양 가만히 있었던 잠자리 한 마리가 있었다.
왕잠자리의 한 종류인데 크기는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녀석들보다는 좀 작아 보였다.
발해만 안에 투묘하고 있는 중인데 너무나 많은 작은 날벌레들이 판을 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녀석은 이런 벌레들을 잡아먹으려고 나타난 잠자리였을까?
유난히 많은 곤충들이 찾아오는 이런 날엔 잠자리뿐 만이 아니라 새들도 많이 배 위로 날아들고 있다. 사실 조류독감을 이야기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이러한 새들의 출현도 별로 달갑지 않은 상황인데, 금 항차 이곳을 찾아오는 동안에도 그렇게 찾아왔던 새들 중에는 남에게 살을 뜯겨서 날개와 깃털만 남기고 죽은 녀석의 사체 흔적도 만날 수 있었다.
몇 년 전, 태어나 백일을 살았다던 아내의 고향인 셈인, 진해만 안의 수도가 육지와 연결되면서 그 동네에 갑자기 찾아온 각다귀와 무수한 날벌레들의 창궐로 주민들이 골치 아파하던 모습을 뉴스로 접했던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며, 이곳 날벌레들의 대량 출현도 혹시 그런 인위적인 사람들의 횡포에 대해 자연이 성을 낸 일은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든다.
지금 한창 개방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 내에는 알게 모르게 커다란 토목공사가 행해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기에 잠깐이나마 스치고 지나는 생각이다.
오늘은 사진이라도 찍으려고 잠깐 밖에 나가려다가 무수히 다가오는 이들 날벌레의 모습에 아예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얼른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아침 식사를 하려 내려간 사이 왕잠자리는 밤새 머물고 있던 커튼 자락에서 없어져 버렸다. 계속 찾았으나 어디에 숨어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결국 찾기를 포기하며, 나중에 죽어 말라버린 미라 된 녀석을 사진으로 찍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는데 갑자기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창틀 앞에 만들어 붙여 놓은 비디오테이프 수납상자 안에서 들려온다.
잠자리구나! 얼른 일어서며 조심스레 살피니 녀석은 상자 안 비디오테이프가 정렬되어 있는 한 구석에 틀어박히었던 몸을 빼어내려고 몸부림을 시작하는 중이었다.
조심스레 꺼내 주려고 손을 살며시 넣어준다. 혹시 이번에 잡는 걸 실패하면 방안 곳곳을 누비며 날아다니게 되므로 오히려 녀석을 살리는 게 힘들 수 있다는 의미를 떠 올리며, 그야말로 단번에 잡아내려고 조심 또 조심하였다. 놓칠 뻔한 녀석을 그래도 잘 잡아내어 날개를 손가락 사이에 끼어 주며, -그래 너는 이제 살았구나! 속으로 외치며 그대로 복도로 나와 문을 열어 푸른 하늘로 던지듯 날려 보낸다.
녀석은 제대로 살아갔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재빨리 날아 올라 어느새 내 눈에서 사라져 버리니 나의 노력이 허무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부두로의 접안을 위해 도선사 승선을 기다리고 있는 이 아침의 시간. 잠자리 한 마리가 그렇게 다시 생명을 되찾아 발해만의 해면 위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