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 지어 날다가 죽어 있는 날치를 보며
날치의 귀천(歸天)
바람 일어 잔 파도 주름지던 어느 날
언제나 물 위 하늘을 동경하던 날치가
파곡을 넘어서며 물 위로 날아올랐다
짙푸른 암청색의 깊은 바다 물속에서
언제나 쳐다 보이든 물 위 나라 하늘로
그리움에 젖어든 소풍을 나선 날치다
물속 노닐던 몸통에 날개 펼쳐 달아내니
힘찬 솟구침은 온몸 물 위로 넘겨주었고
희끗거리는 하늘색 너울 향해 차고 올랐네
물속에서 동경한 무지갯빛 화려한 반짝임은
한낱 물결따라 일어난 조각난 파도이었음을
아직까지도 제대로 깨닫지 못한 날치 날치들
신나게 날기 시작한 몸매에 좀 더 힘을 실어
저만큼 파도 누비며 잘도 날아가고 있건만
한바탕 승천하는 비극의 날치들 꿈이어라
갑자기 앞가림으로 덮쳐 드는 검은 성벽(*주 1)이
날아오른 길 앞쪽을 턱 막아 서고 나서느니
지금의 순항 높이대로 날면 꽝 할뿐이렸다
날던 몸체의 날개 각도를 최대로 뒤틀어 주어
성채와의 충돌 피하려는 떠오름 동작 취하니
어느새 성곽 높이를 벗어나 비상하는 날치들
좀 더 조금 더 온 힘을 다한 힘이 쓰었구나
두둥실 몸뚱이는 성채 너머로 날아오르며
이미 바다 떠나 갑판 위 들어선 날치 되었네
털버덕 갑자기 나는 소리에 정신 차린 날치들
내 살던 집 잊어가며 원해서 찾아온 그곳인데
동경했던 천국은 아쉽게도 빗나간 슬픈 현실
눈치 채자 이미 헐떡이는 숨쉬기가 힘겨워졌네
그렇게나 동경하고 그리워하던 물 위 하늘나라
무지개 빛 천국으로 기대했던 그곳이었건만
날치 숨길을 가로막는 막다른 고해돼주어
몸안 물기 게워내며 점점 딱딱하게 변해갔다
갑판에 든 날치의 몸 바싹 마른 미이라되었네
푸른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수평선을 향해 오늘도 우리 배는 열심히 달리고 있다.
전진하는 선수재(스템)가 쉴 새 없이 선수파를 양쪽으로 갈라내 주며 만들어 낸 작은 파곡이 각각 양현의 뒤쪽으로 빠져주고, 뱃전을 찰싹 쳐서 내는 찰랑이는 소리는 운동 중인 나의 조금 빠른 발걸음을 갑판에 멈추게 하는 데, 문득 발밑 한 귀퉁이에서 꼬들꼬들 말라가고 있는 미이라 된 몇 마리의 날치 모습에 내 눈길 애련해졌다.
왜, 어쩌다, 여기에 날치가? 가만히 이 상황을 유추해 본다.
그들은 떼를 지어 물속을 노닐다가 본선이 지나치는 소리나 모습에 놀라서 물 위로 뛰어올랐다가, 뱃전을 치고 밀려오는 파곡들을 넘는 첫 번째 관문은 쉽게 넘겼고, 본선 건현을 넘는 두 번째 관문도 살짝 날갯짓으로 고도를 높여 본선의 갑판 위로 날아 올라 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 번째 관문인 본선 중앙부의 해치 코밍은 새가 아닌 물고기로서는 더 이상 넘지 못할 장애물로서 비상을 제지당하니 그대로 갑판 위로 떨어졌고, 결국 물속 고향으로 되돌아 가지 못한 채, 한 많은 생을 마른 생선으로 마감 한 모습 되었을 것이다.
등 푸른 몸이라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천적인 갈매기 등의 눈길도 피할 수 있고, 하얀색 복부는 물속 아래쪽에 있는 큰 천적들의 눈길도 피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진 날치 이건만 -물 위를 날 수 있는 주특기는 이렇듯 생명 연장에 별 보탬이 안 되는 죽음을 가까이하게 만드는 주특기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날치의 이런 습성은 조난당한 난파선을 벗어나서 구조를 기다리는 구명정의 선원들에게는 더 할 수 없는 구명 식량의 보충을 해주는 일로도 될 수 있단다. 평소에는 이렇게 배로 올라온 생선은 먹지 않는 선원들의 징크스도 있다지만 위급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때는 예외로 하고 있는 거다.
<*주 1-성벽 : 건현을 표현한 것임.>
건현은 선박 외판의 침하된 흘수선에서부터 주갑판면까지의 수면 상부의 높이를 뜻한다. 즉 선저 에서 주갑판까지의 전선체 높이에서 물에 잠긴 흘수의 길이를 빼낸- 물 위에 떠 있는 부위의 높이를 뜻하므로-, 화물의 선적량에 반비례하는 셈이다. 즉 선박이 만선 하고 항해 중일 때의 건현이 가장 작은 때이므로 날치들이 물 위를 떠서 달릴 때 당해 선박 컨디션에서는 가장 쉽게 그 높이를 넘어설 수 있는 셈이다.